인구 5만명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의 시립도서관 연간 이용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일본 큐슈지방에 있는 다케오시는 2013년 시립도서관을 리뉴얼했다.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를 도서관 안으로 끌어들여 열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고, 기존 도서분류법에 따른 서고를 과감히 없애고 오픈형 서고로 바꿔 20만권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그전에는 오후 6시에 문을 닫았지만 이제 밤 9시까지 운영해 저녁시간에 도서관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배려했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의 비결은 한 민간기업에 리뉴얼과 도서관 운영을 맡겼기 때문. 바로 일본 최대 도서·DVD 대여 체인인 츠타야다. <지적자본론>은 츠타야를 이끄는 CEO 마스다 무네아키의 독창적인 경영철학과 그 성과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고객 가치의 창출’, ‘라이프 스타일 제안’, ‘디자인기업론’ 등 그의 생각을 엿보고 혁신과 성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낼 수 있었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자본주의의 발전사에 대해 ‘스테이지론’을 설파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사회는 부족한 물자를 요구하는 ‘퍼스트 스테이지’, 안정된 상황 속에서 다종다양한 상품을 원하는 ‘세컨드 스테이지’, 그리고 넘쳐나는 물건과 서비스 속에서 고유한 취향(스타일)을 선망하고 ‘제안’을 필요로 하는 ‘서드 스테이지’로 차례차례 진전돼 왔다는 것. 지금은 서드 스테이지 시대며 그에 맞는 비즈니스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세컨드 스테이지에 눈높이를 맞추고 사업을 하는 기업이 많다고 진단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서드 스테이지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해 끊임없이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믿는다.

그 길은 고객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제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사업 초기부터 전략을 세웠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저마다 자사의 플랫폼을 고객에 강요하지만 그는 플랫폼보다는 실물 매장만의 매력, 특히 고객과 직접적인 대면 응대, 개인별 맞춤 서비스, 공간이 주는 특정 감각을 되살리고자 애썼다. 서드 스테이지의 고객은 단순히 기능에 치중한 ‘제품’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제품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오로지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출해줄 무언가를 찾고 특별한 의미와 감성을 갈구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에게 제안과 기획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고양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책과 음반, DVD 등은 그저 기업이 고객에게 판매하는 상품일지 모른다. 하지만 무네아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품은 단지 기능적인 가치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인 가치를 제안하는 ‘제안 덩어리’라고 봤다. 이를테면 츠타야서점은 책·음반 따위를 판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제안하는 것 자체를 판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제안을 고객에게 할 수 있는 기획력과 제안력, 그리고 이를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력이라는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일컬어 무네아키는 ‘지적자본’이라고 말한다. 19세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물적자본’에 기반한 이론이었다면 21세기에 통용되는 새로운 자본론은 ‘지적자본’이 기초라는 게 무네아키의 판단이다.


말과 구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다른 업계의 인재를 전격 영입해 기업 혁신을 도모하고 조직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 ‘보고 체계’를 최소화했으며 조직의 비대화를 불식시키기 위해 분사를 추진했다. 그의 혁신에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것도 생각과 실천이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 민음사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