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건당 20만원, 총 100만원 한도 내에서 사후면세점 상품의 세금을 바로 환급해주는 등 사후면세점 이용절차가 간소화됐다. 이는 실질적으로 백화점 상품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기대돼 대중국인 판매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백화점업종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사후면세점 제도개선이 중국인 내국관광(인바운드)시장과 백화점업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 사후면세점, 새로운 시장 아니다

사후면세점 제도개선이 중국 인바운드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가지다. 중국인 유치가 증가하거나 중국인관광객 1인당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우선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으로 중국 인바운드 자체가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인바운드의 주된 목적 가운데 하나가 쇼핑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후면세점은 쇼핑의 한 채널일 뿐이다.

더구나 이번 개선은 세금환급 편의성을 높인 것일 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참고로 중국인의 국내 총 쇼핑규모는 연간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사후면세점 시장규모는 2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인관광객의 1인당 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인당 소비증가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사후면세점 이용고객 5명 중 1명이 제도의 불편성 때문에 환급을 포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 20%의 사후면세점 시장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백화점 집객보다 객단가 개선이 클 듯


중국인관광객의 인바운드 증가 효과를 배제할 때 다른 채널에서 집객을 뺏어오거나 중국인 1인당 평균매출(ARPU)을 올리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시내면세점이나 전문 사후면세점, 동대문이나 명동 등 로드숍 쇼핑의 동선을 백화점으로 유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 인바운드의 백화점 수요는 고가 프리미엄브랜드에 대한 개별여행객 수요다. 시내면세점과 프리미엄브랜드라는 점은 겹치지만 가격경쟁력과 상품구성에서 시내면세점을 앞서기는 어렵다.


수입제품의 경우 관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이 면세인 시내면세점의 가격경쟁력이 높다. 사후면세점은 20만원 이하 제품에만 현장할인이 가능하지만 시내면세점은 모든 제품이 대상이다. 세금 인하 효과가 동일한 국내제품의 경우에도 시내면세점이 더 싸다.

예컨대 아모레퍼시픽의 윤조에센스(60ml 정상가 9만원)를 신라면세점에서는 7만4000원에 판매한다. 사후면세점인 백화점은 8만1000원으로 예상된다. 윤조에센스의 경우 수요가 많아 가격을 크게 내릴 필요가 없음에도 시내면세점은 부가가치세율 10% 이상 더 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백화점 세일로 추가할인이 가능하지만 시내면세점 역시 다양한 쿠폰·회원 할인을 제공한다. 이는 면세점 라이선스의 문제가 아니라 바잉파워 때문이다. 백화점의 화장품 판매수수료율은 30~35%지만 면세점은 50%나 된다. 물론 면세점은 직매입이기 때문에 판매수수료라고 말하면 안된다. 유사한 개념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이 백화점보다 면세점에 수수료율을 높게 주는 이유는 자명하다. 매출이 그만큼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위면적당 매출은 면세점이 백화점의 10배 수준이다. 그만큼 고정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화장품업체로서도 수익성이 좋다. 아모레퍼시픽의 백화점채널 영업이익률은 10% 내외지만 면세점은 25% 안팎에 이른다.

전문 사후면세점과는 여행객 종류와 수요도 확연히 다르다. 전문 사후면세점은 단체여행객의 중저가화장품·토산품 수요가 많다. 명동이나 로드숍 채널은 개별여행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역시 중저가화장품·의류에 대한 수요로 백화점과 차이가 있다. 결국 이번 제도개선에 따른 백화점업종의 수혜 수준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 상승 폭으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국내 백화점을 일본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일본 백화점업체의 중국인 매출비중은 5~8%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지난 2년간 중국인 인바운드가 전년대비 200% 증가한 반면 일본 내국인 구매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중국 인바운드 자체는 물론 중국인 1인당 구매액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시내면세점이 발달되지 않아 면세점 수요가 사후면세점으로 집중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중국 인바운드가 전년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백화점 국내 소비자 판매는 소비심리 회복과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대비 2% 내외의 성장이 가능해 보인다. 원·위안화 환율의 방향을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올해 시내면세점 영업면적은 전년대비 100% 증가하면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예상된다. 

◆ 대기업 프랜차이즈, 미니 면세점 전환?

사후면세점제도의 절차 간소화는 전문업체에 긍정적인 한편 부담요인도 된다. 일단 현장 즉시환급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제도개선에 따른 사업성 제고로 등록업체 수가 늘어남에 따라 집객이 분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사후면세점업체의 핵심 집객이 여행사를 통한 마케팅이라는 점은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하다.

사후면세점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사 마케팅을 통해 중저가화장품과 토산품을 판매하는 형태라면 개별여행객 비중이 높은 백화점 면세수요를 뺏기 어렵다. 대기업 시내면세점의 단체관광객을 뺏어오기는 더욱 어렵다. 명품비중이 적고 상품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수요층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사후면세점 제도개선으로 ARPU가 상승하는 효과가 주를 이룬다면 사후면세점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요 증가에 의한 수혜가 예상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증가에 따
른 경쟁심화가 우려된다.

최근 국세청에 따르면 사후면세점은 2011년 2071개, 2012년 3296개, 2013년 5486개, 2014년 8918개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1만774개에 이른다. 심지어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일부 매장에서 3만원 이상 구매한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세금 환급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결국 일본식 미니면세점을 벤치마킹한다면 편의점, 드럭스토어, 원브랜드숍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판매점이 점차 미니 면세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