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위크DB

삼성그룹 후계 구도의 물밑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재용 부회장이 2년째 경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

이 부회장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처분하고, 순환출자 완화를 염두에 둔 제조업과 금융업의 계열 분리를 시작했다. 향후 지분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에 변화가 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S 지분 처분해 3000억원 현금 확보

28일 삼성은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삼성 측은 추후 삼성엔지니어링 증자를 위해 자금을 마련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주식을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S는 삼성 지배구조상 핵심적인 역할이 없기 때문에 지분율이 그룹 지배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2년이 돼간다. 와병 이후 이미 돌아가셨다는 등 온갖 풍문이 떠돌았다"며 "삼성 측에서는 이 회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후계 구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추후 순조로운 경영 승계를 위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상속세 등 세금 문제가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처분한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38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지난 28일 종가 26만1000원을 기준으로 4~7% 할인 가격을 적용한 세전 금액이다. 세금은 약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법상 이 부회장이 대주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와 지방세 22%를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현금 약 3000억원을 쥐게 된다.


◆순환출자구조 해결 과제… 지주회사 탄생하나

삼성생명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 37.5% 전량을 매입키로 의결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34.4%를 보유한 2대 주주에서 71.9%를 가진 최대주주로 승격했다. 압도적인 지분율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소유한 금융 계열사의 지분은 모두 사라졌다.

삼성그룹은 2013년 이후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의 분리를 추진해왔다. 현재 삼성그룹은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지분을 차례로 소유하는 순환출자구조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A가 B를, B가 C를, C가 D를 소유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구조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도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한 계열사에서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다른 계열사로 전이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은 이를 규제하고 있다.

오는 2월28일까지 삼성은 삼성SDI의 옛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즉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2.6%를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됐다며 이를 해소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주식 처분 명령을 수용키로 했지만 주가가 급락하며 시장과 투자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순환출자구조가 완화되면서 향후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 7.92%를 추가 매입할 경우 그룹 내 '중간 금융지주회사'가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이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만일 개정법이 시행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0.06%에 불과하더도 이 부회장 자신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점을 이용해 삼성생명을 간접 지배 할 수 있다. 즉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 순서로 간접 지배가 가능하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기업지배구조실 팀장은 "삼성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금융 계열사를 총괄할 중간 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고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지 않다. 향후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작업이 계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2대 주주로 구도 재편 흐름을 감안할 때 사업의 정점에 위치한다"며 "삼성물산 등 그룹 전반의 지주회사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