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재추대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기가 유일하게 이사회 의장 자리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 개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이전까진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겸임해 왔으나 일제히 정관을 변경해 이사회 의장 자리를 개방했다.
삼성전자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 자격 확대 안건 등 정관변경 안건을 처리했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기로 결정됐다.
정관이 변경되면서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이사회는 기존대로 권오현 부회장을 의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주총을 연 삼성물산, 호텔신라, 삼성전기, 삼성SDI 등은 모두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가결했다. 이중 삼성전기만 이사회 의장을 변경했다. 삼성전기는 주총 이후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삼성 계열사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는 조남성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그대로 맡기로 했다. 삼성물산, 호텔신라도 주총에 이어 이사회를 열었지만, 전과 같이 최치훈 사장과 이부진 사장이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삼성이 이사회 의장 관련 정관을 변경한 것은 주주 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주주 대신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주주가 이사회를 신뢰할 수 있도록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에게 한발 다가서는 주주 친화 주주총회를 시도했으나 소액주주의 반발로 이례적 표결까지 이어지며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업보고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이 무선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송광수, 박재완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반대의견 표명을 했으며 선임 안건은 표결에까지 부쳐졌다. 단 4명의 주주가 4주의 주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표결까지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특별 자기주식 매입 등 지난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차질없이 실행하고 기술력 제고를 통해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경영실적을 보고 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