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예부터 흑산군도의 중심이었다. 항이 있는 예리가 흑산군도 교통의 메카라면 면소재지인 진리는 고대부터 생활의 중심이었다. 흑산군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진리를 돌아보자.

철새전시관.

◆고인돌과 진리

진리 고인돌은 칠락산 구릉의 끝부분에 있다. 흑산항이 있는 예리에서 진리 면사무소로 향하는 길가에 ‘진리지석묘군(고인돌)’이라는 표시를 보고 찾을 수 있다. 이는 흑산도의 소중한 문화재자료 제194호로,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선사시대의 유물이다. 신라 덕흥왕 3년(828년)에 처음으로 황씨가 들어와 살았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지석묘와 패총의 발견으로 역사는 3~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즉 기록보다 500년쯤 앞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고인돌로 확인되는 무덤은 6기 중 3기로 인근에 발견된 패총(조개무지)과 함께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사람들이 거주했음을 말해준다.

고인돌에서 읍동 쪽으로 더 들어가면 동백과 노송과 초령목이 무성한 숲이 있다. 그 앞으로 ‘신들의 정원’이라 부르는 아늑한 뜰이 있고 여기에 진리당이 있다. 각 고을마다 당집이 있지만 그 중 진리당은 흑산군도 22개 성황당을 대표하는 본당이라 할 만큼 권위가 높았다. 진리당은 숲 쪽에 있는 상당과 바다쪽에 있는 용신당(용왕당)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상당은 처녀당, 각시당이라고도 하고 이곳 사람들은 진리당 전체를 그냥 처녀당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20년 전까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상당에서는 음력 정초에 3일 동안 제관들이 주관했고 하당에서는 무당을 불러 용왕굿을 성대하게 지냈다. 이곳에서는 당각시, 상궁부인, 제석님, 산중처사님, 총각화상을 모셨다. 지금은 당제의 풍습은 사라졌고 사월초파일에 사당 앞 뜰에서 동네 어르신과 주민이 모여 축제마당을 연다. 


진리당 앞은 초령목 자생지다. 귀신을 부르는 나무라 하여 오래전부터 진리당 근처에 심었을 것이다. 초령목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흑산도에만 자생하는 보기 드문 나무다. 다 자라면 20m 크기가 되는데 이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된 초령목이 있었다. 이를 천연기념물 369호로 지정했는데 1994년에 고사하고 말았다. 이후 초령목을 보호하기 위해 2004년에 이곳을 전라남도 기념물 제222호로 지정했다.

진리당과 초령목자생지 사이로는 숲길이 나 있다. 용신당으로 가는 길이다. 흑산도는 이 길을 자연관찰로로 조성했다. 한가로운 산책길인 데다 당집으로 나 있는 길이라 일행이 없다면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길에는 초령목뿐 아니라 동백나무, 후박나무, 대나무 등 상록수가 무성하다. 마침내 용왕당에 다다르면 전망대에서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진리고인돌.
진리당.

◆진리성당과 진리교회

흑산도는 일찍부터 기독교와 관계가 깊었다. 정약전이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유배 왔으니 19세기 초반에 서양 종교와 연관을 맺은 셈이다. 정약전은 배교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포교가 이뤄진 것은 아니고 1951년 조수덕이 흑산도 샘골로 귀향하면서 포교활동이 본격화됐다. 지금도 민간신앙이 뿌리깊은 다른 어촌마을과 비교하면 상당히 빨리 천주교를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조수덕(마리아)의 전교로 신자수가 점차 늘어났고 주민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밀가루, 옥수수 가루, 우유 등의 구호품을 전달하면서 신자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더 이상 가정집에서 모일 수 없어 1951년 죽항리, 1954년 장도, 1956년 심리, 1957년 사리에 공소가 설립돼 천주교가 흑산도 전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진리에 있는 ‘천주교 광주대교구 흑사성당’은 1958년 1월1일 완공한 것으로 진리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성당을 오르는 길에는 두팔 벌린 예수상이 바다를 향해 바다에 축복을 내리는 듯 서 있다. 성당 옆 별관에는 초기 신도들이 사용했던 물건들과 초기 천주교 전파과정을 알 수 있는 게시물이 있다.

성당 옆에는 1960년에 설립한 흑산성모중학교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무상으로 학생들의 중등교육을 담당했지만 1973년 공립 흑산중학교가 설립돼 지금은 폐교됐다. 아직도 책걸상과 집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 뒤뜰에는 잡초만 가득한데, 섬마을 언덕 위에 세워진 돌집 분위기가 독특해 사진 찍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흑산항에는 커다란 홍어모양 마름모꼴 표지석이 있는데, 여행자들이 꼭 한번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이 아랫부분에 ‘내 고향 흑산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표지석을 세웁니다. - 흑산성모중학교 5회 졸업생 일동’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학교 졸업생들이 세운 것이다.

성당이 기여한 분야는 교육사업뿐이 아니다. 1960년부터 의료사업, 1969년 신용협동조합 설립, 1970년 조선소 설립, 1971년에는 발전소 설립 등 흑산도에 이바지한 것이 크다. 또 제주에서 감귤나무 100여 그루를 구입해 시범단지를 조성하고 농가에 보급했는데, 지금 흑산도 가정에 있는 감귤나무 대부분이 이때 보급됐다.


성당 옆에는 교회가 있다. 신자수 20여명의 작은 교회로 대부분의 신자가 80세가 넘은 어르신이다. 보통 섬이 그러하듯 이곳도 남편을 바다에서 일찍 여의고 홀로 된 할머니가 많다. 일요일에 흑산도를 여행한다면 이곳에 들러봐도 좋겠다. 예배도 보고 점심 식사도 얻어먹으며 섬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생긴다. 살아있는 섬 이야기도 듣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힐링여행이 될 것이다.

진리성당.

철새전시관.

◆철새전시관

지난해 5월에는 철새전시관을 개관했다. 흑산도가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정거장이기 때문에 2005년부터 홍도에 연구소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새 관련 상설연구기관으로 개관했고, 2010년 흑산도 진리로 본부를 옮겼다. 그리고 작년에 연구소 앞쪽으로 철새전시관을 개관한 것이다.

한반도를 찾는 철새의 70%가 흑산도에서 쉬어 간다. 새들은 장기간의 비행으로 소모된 에너지를 섬에 내려 보충한다. 이들은 휴식을 취하고 먹이활동을 하는데 흑산도의 배낭기미 습지 등은 배고픈 철새들에게 최고의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흑산권역에는 철새 400여종 30여만마리가 오는데 호주에서 날아온 붉은 어깨도요, 베트남에서 온 슴새 등 희귀철새와 최근에는 베트남·라오스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랑배솔새까지 국내 미기록종 17종이 관찰되기도 했다. 철새연구소에서는 철새의 발목에 가락지를 부착해 연령, 건강상태, 수명 등을 확인하는 연구를 계속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조류 약 5만 개체에 가락지를 부착했다.


철새전시관은 진리해변 앞에 자리 잡았다. 2개층과 옥상 전망대로 구성된 전시관에서는 신안에서 번식하는 조류, 이동철새, 희귀조류 표본, 철새피해 예방노력, 환경보호 인식 등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특히 흑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인 흰꼬리수리에 관한 내용도 볼 수 있고 흰배줄무늬 수리, 가면 올빼미 등의 실물 박제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여행 정보]

흑산도 가는 법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 이용
터미널: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182 목포항연안여객터미널
승선시간: 오전 7시 50분, 8시 10분, 오후 1시, 오후 4시
운항시간: 2시간
운임: 일반 3만4300원 / 중고생 3만1100원 / 경로 2만7800원 / 소아 9650원
문의: 061-243-2111~4 / 061-275-8111

예매·출항 해운사 사이트
가보고 싶은 섬(한국해운조합) http://island.haewoon.co.kr
남해고속훼리 http://www.namhaegosok.co.kr
동양고속훼리 http://www.ihongdo.co.kr
목포여객선터미널 1666-0910

주요 시설, 정보 연락처
흑산도 기상대(풍랑 정보 체크): 061-275-2754
목포선박운항관리실(풍랑 정보, 쾌속선 운행 여부 체크) 061-240-6031
목포여객선터미널 1666-0910
흑산면사무소: 061-240-4008
흑산면관광안내소: 061-240-8520
㈜ 전남렌트카(흑산도 렌터카 업체):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흑산일주로 23-2 / 061-261-0822

철새전시관
주소: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진리 488-13
문의전화: 061-246-1005
관람시간
하절기(3월~10월) 오전 9시 ~ 오후 6시
동절기(11월~2월) 오전 9시 ~ 오후 5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진리고인돌: 신안군 흑산면 진리 102-2
진리당: 신안군 흑산면 진리 산77
진리성당: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진리 35 / 문의전화: 061-275-9998
진리교회: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진리 454 / 문의전화: 061-275-9532
흑산도닷컴:http://www.heuksando.com/
신안문화관광:http://tour.shinan.go.kr

● 숙박
게스트하우스 흑산도
: 개별여행자에게 좋은 게스트하우스로 주인장으로부터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식이 무료로 제공되고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취사도구와 부엌 사용이 가능하다.
예약문의: 010-7107-5252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흑산일주로 23-2
흑산비치호텔: 흑산도에 있는 가장 큰 호텔이다. 진리해수욕장 위쪽에 자리잡고 있어 흑산도항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예약문의: 061-246-0090 / www.흑산비치호텔.kr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흑산일주로 180-19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