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다이어트에 돌입하지만 성공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한비만체형학회, 대한비만연구의사회, 대한비만미용치료학회가 공동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8명이 최소 한번 이상 다이어트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공률은 17%에 불과했다. 특히 7번 이상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9%에 달했다.


일시적으로 체수분이 빠져나가 체중감소 효과만 나타날 뿐 살이 충분히 빠지지 않거나 살이 빠졌다가 다시 찌는 경우도 흔하다. 심지어 다이어트 이전보다 체중이 더 늘어나는 ‘폭풍 요요현상’이 오기도 한다.

◆고기만 먹는 ‘황제다이어트’


최근 MBC스페셜 <지방의 누명> 1부가 방영된 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관심이 쏠렸다. 탄수화물 섭취를 전체 칼로리 5~10% 이내로 제한하고 지방 섭취를 70% 이상으로 늘려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다. <지방의 누명> 2부에서는 참가자들이 전문의들과 4주 동안 저탄수화물 고지방식으로 식단을 바꿔 프로젝트를 진행해 비만 관련 호르몬 수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결과가 공개됐다.

그동안 ‘다이어트=저지방식’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조사해 발표한 소비자의 식습관·식료품 구매행태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실천하는 식습관 중 ‘저지방식’(21%)이 ‘저탄수화물식’(12%)보다 많았다.


세계 평균으로도 저지방식(31%) 실천율이 상당히 높다. 고지방 다이어트가 뜨기 전인 지난 8월19일~9월18일만 해도 버터(-19.2%), 치즈(-11%), 삼겹살(-7.9%) 등 고지방식 식품의 매출이 역신장세를 이어갔는데 TV방송 후에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 9월19일~10월12일 이마트의 버터, 치즈, 삼겹살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4%, 10.3%, 7.6% 늘어났다.

20여년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의 심장병 전문학자 로버트 애트킨스 박사가 고기 중심 식단인 ‘황제다이어트’를 제안했는데 이는 미국인 식문화를 바꿔놨다. 스테이크하우스에 고객이 몰렸고 패스트푸드업체 버거킹은 빵 없이 고기로만 만든 ‘누드 햄버거’를 출시했다.


애트킨스 박사의 저서 <신 다이어트 혁명>은 전세계에서 1500만부나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황제다이어트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는 이 회장이 황제다이어트로 감량한 사실을 공개했고 태평로의 음식점엔 황제 다이어트 메뉴가 등장했다.

칼로리를 줄이는 방식의 다이어트는 영양 불균형 등 몸이 망가질 뿐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속출했다. 그러나 황제다이어트는 고기를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어 지속하기 좋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황제다이어트는 밥·빵 등 탄수화물의 경우 몸 안에서 포도당으로 바뀌어 에너지원이 되지만 여분의 포도당은 지방으로 전환돼 살이 찌므로 먹는 걸 자제하고 고기·계란·생선·햄·치즈 등 육류를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논리와 배경이 비슷하다.

황제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여 소변량이 늘고 체내 수분의 급격한 감소로 체중감소 효과가 나타나는데 미국 의학협회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봤다. 고기에 다량 함유된 지방질 섭취가 많아지면 포화지방산이나 콜레스테롤 섭취가 늘어 고지혈증이나 관상동맥경화증의 발병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체내 칼슘소실은 골다공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최근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역시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 의학·건강 관련 5개 전문학회에서는 고지방 다이어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주의를 당부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체중이 줄더라도 좋지 않은 저밀도지질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높아져 혈전과 각종 심혈관계 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채소·과일로 ‘원푸드 다이어트’

과일·채소·달걀 중 한가지 식품만 정해서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도 한때 유행했다. 그중에서도 배우 김남주가 ‘포도다이어트’로 효과를 봤다고 알려지면서 따라하는 사람이 많았다.

포도는 칼로리가 높은 편이어서 일반적인 다이어트식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도에는 비타민을 비롯한 무기질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또 포도의 여러 영양소가 몸 안에서 유익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에 여러차례 포도 그대로 먹거나 주스·즙 등의 형태로 먹으면 된다. 포도 속 과당은 공복감을 줄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피로회복도 촉진한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기능을 개선해 변비를 예방한다.

또한 포도는 몸 안의 이물질과 비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하고 노폐물과 독성을 배출해 체질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껍질과 씨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 성분은 강력한 힝산화물질로 암예방 및 항암작용을 하며 피부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은 2003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노화를 억제하는 획기적인 물질로 <네이처>지에 발표한 적이 있다. 텍사스대 연구팀은 레스베라트롤이 비만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아디포넥틴의 활동을 자극해 살을 빼는 데 효과적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포도 성분의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며 고령의 남성에게는 이로움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포도에만 의존하는 다이어트는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바나나다이어트’는 2008년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다이어트방법으로 창시자인 와타나베 수미코가 남편 와타나베 히토시를 위해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 이를 통해 히토시는 13㎏ 감량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도 2009년 바나나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바나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 쥬얼리 멤버 서인영이 “달콤하고 몸매관리에도 좋은 바나나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말해 인기를 끌었다.

바나나는 향과 맛이 달콤해 거부감 없고 껍질만 벗기면 바로 먹을 수 있어 편하다. 바나나와 미지근한 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는 의미로 모닝 바나나다이어트로도 불렸다. 일본에서 바나나다이어트가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끌 때 바나나 수입량이 25%나 늘었으며 가게에서 바나나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바나나에 있는 저항성 전분은 포만감을 유지하고 체내에 지방이 흡수되지 않아 살이 찌지 않게 한다. 변비를 완화하는 수용성 식이 섬유인 팩틴과 프락토올리고당이 풍부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대장을 자극해 변비를 없앤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도 풍부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과식을 예방한다.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칼륨이 많아 고혈압에도 좋다. 그러나 이뇨제 성분이 있는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은 바나나를 함께 먹으면 안된다.

이 같은 원푸드다이어트는 고지방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지속하면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나타나고 근육량이 줄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조금 먹어도 체중이 증가하는 체질로 변해 심각한 요요를 겪을 수도 있다.

수십년간 여러가지의 다이어트방법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어떤 다이어트법이 유행하다 사라진 후 다시 비슷한 다이어트법이 등장해 또 유행하는 것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생리학 측면에서 어떤 부분은 만족되더라도 또 다른 부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허점이 남기 마련이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방법을 통해 쉽게 살을 빼려다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른 만큼 똑같은 방법이더라도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 식사 외 다른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해 다양한 변수까지 포함한 분석이 필요하다.

황제다이어트로 심장혈관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악화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살을 뺀 사람이 보고됐지만 황제다이어트를 주창한 애트킨스 박사는 심부전과 심장마비로 72세에 사망할 당시 116㎏의 고비만상태였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오니시다이어트’가 있다. 곡류·과일·채소·콩 등은 충분히 먹는 반면 육류와 유제품을 피해 지방 섭취를 10% 이내로 줄이는 방법이다. 비만을 막기 위해 당질을 많이 먹고 지방을 가급적 적게 먹으라는 것이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나 황제다이어트와는 정반대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미국의학협회지(JAMA)가 유행하는 여러 다이어트방법을 비교한 결과 다이어트를 시도했을 때와 안했을 때의 체중 차이는 1년당 2~3kg에 불과했다. 시기에 따라 유행이 달라지므로 인기 있는 방법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자신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찾는 것이 낫다. 누구나 아는 청량음료·인스턴트식품 섭취를 삼가고 평소 운동을 생활화해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이 다이어트의 정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