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해보험업계가 현대해상을 주목한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모두 전년대비 80~90%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서다. 현대해상은 기세를 이어 올해 다양한 할인특약 등으로 동부화재를 따돌리고 업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각오다.
현대해상의 약진은 매출에서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해 매출 12조5827억원, 영업이익 5417억원, 당기순이익 3997억원을 달성했다. 모든 부문에서 전년대비 실적상승을 이룬 것은 물론 영업이익 84%, 당기순이익 9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80~90%대의 상승률은 전체 손보사 중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사진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은 그동안 장기보험의 손해율 상승과 중국법인의 소송 패소 등으로 당기순이익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함께 손해율 개선에 성공하며 현대해상은 업계 2위에 걸맞는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할인특약으로 점유율 상승 노린다
현대해상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데는 2년 전 단행한 하이카다이렉트와의 합병 효과가 컸다. 자회사 합병을 통해 꾸준히 자본건전성 확대와 손해율 개선을 진행한 것. 자연스레 자동차보험부문 매출 신장도 이뤄냈으며 자본건전성 확대로 연결지급여력(RBC)비율 부담도 덜어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이카다이렉트는 출범 이후 만성적자에 시달려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RBC비율도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채우지 못했다”며 “하지만 현대해상과의 합병으로 두 회사의 RBC비율 부담이 다소 해소된 측면이 있다. 이는 실적개선 이상의 효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의 호실적에 힘을 보탠 것은 어린이보험이다. 2004년 손보업계 최초로 어린이보험 ‘굿앤굿어린이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은 13년간 270만건 1385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 어린이보험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출시 이후 매년 평균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 상위 4개사 중 어린이보험 시장점유율 40%를 기록했다. 물론 어린이보험 270만건의 판매기록도 모든 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신생아 수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식스포켓 원마우스’(1명의 자녀를 위해 6명의 부모·조부모가 지갑을 여는 것) 성향이 강해졌다”며 “가구마다 자녀가 적다 보니 보험상품을 다보장으로 가입하려는 경향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파격적인 할인특약도 내놨다. 자동차보험에 적용하는 ‘마일리지특약’의 할인율을 대폭 확대한 것(오는 4월1일 계약 건부터 적용). 고객의 자동차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마일리지특약은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보험료 할인폭이 커져 자동차를 적게 운행하는 고객에 유리하다.
마일리지특약은 기존 손보사도 판매하는 대표적인 할인특약 중 하나다. 하지만 현대해상이나 삼성화재·동부화재 등 몸집이 큰 손보사의 경우 그동안 손해율이 악화될 수 있어 할인폭 확대를 망설인 것이 사실이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2015년 9월 이후 마일리지 할인폭을 확대하지 못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중소형 손보사 중 마일리지특약을 도입한 한화손해보험은 시장점유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는 한화손보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할인대상 고객이 적어 손해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효과를 본 케이스다. 대형손보사의 경우 마일리지특약 할인폭을 확대하면 손해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어 부담스럽다. 따라서 이번 현대해상의 할인특약 확대는 신선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현대해상은 연간 주행거리가 3000km 이하인 경우 할인율을 기존 22%에서 32%까지 확대한다. 5000km 이하는 27%, 1만km 이하는 20%의 할인을 적용한다. 또 기존에 없던 주행거리 1만5000km 구간을 새로 신설해 6%의 할인율도 더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보험료를 낮춰 점유율 상승을 꾀하는 데 비해 현대해상은 할인특약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사진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은 마일리지특약 외에도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고객의 보험료를 7% 할인해주는 어린이 자동차보험을 개발, 출시 8개월 만에 20만건을 판매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해상은 그동안 기본보험료 인하가 아닌 특약조정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며 “현대해상은 어린이 자동차보험, 마일리지특약 등 특정군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차등화된 가격정책으로 우량고객 선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업익·당기순익 높여야 ‘공인 2위’
현재 손보업계 부동의 1위는 삼성화재다. 현대해상은 그 뒤를 쫓는 2위권이다. 현대해상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동부화재로 두 보험사는 수년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현대해상으로서는 동부화재가 좋은 경쟁자이자 부담스런 존재다. 매출 기준으로는 동부화재를 앞서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밀려 ‘우리가 압도적인 업계 2위’라고 주장할 수 없어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이 지난해 성공적인 매출을 기록하고도 ‘함박웃음’이 아닌 ‘미소’ 정도에 그친 것은 영업익과 당기순익에서 3위사로 밀렸기 때문”이라며 “독창적인 상품개발과 우량고객 관리로 효율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