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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저축은행을 사고, 인터넷은행이 캐피탈사를 품고, 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를 검토한다.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업권을 가리지 않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시장점유율 확대와 몸집 불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던 M&A와 달리 저성장과 규제 강화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형 M&A'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한다. 한화생명은 메리츠증권과의 경쟁 끝에 애큐온캐피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큐온캐피탈 지분을 확보하면 자회사인 애큐온저축은행까지 함께 품는 구조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동시에 확보해 기업금융과 자동차금융, 중금리 대출 등 비은행 여신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며 보험 중심 사업구조를 저축은행까지 확대했다. 카카오뱅크도 마스턴캐피탈 인수를 추진하며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 등 비은행 여신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캐피탈을 따로 떼어 보던 기존 금융업 구분이 M&A 시장에서는 빠르게 흐려지는 모습이다.
보험업권에서도 매각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과 한국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부문 보강, 한국금융지주는 보험업 진출이라는 전략적 필요성이 거론된다. KDB생명 매각전에는 한국금융지주와 태광그룹,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보험공사가 재매각을 추진 중인 예별손해보험은 본입찰 마감 결과 흥국화재와 OK금융그룹, JC플라워, 한국금융지주 등 4곳이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재매각이 사실상 마지막 매각 절차로 여겨지는 만큼 최종 인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IMIT] 성장 한계에 직면한 금융권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금융권 전반의 성장 둔화가 있다.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기업금융 경쟁이 치열해졌고, 보험사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이후 자본 부담이 커졌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후유증, 캐피탈사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국금융연구원은 '2026년 은행업 전망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로 은행 간 기업여신 경쟁이 심화되고 수신 경쟁으로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등 은행산업의 수익구조가 구조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2026년은 은행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진단했다.
[REBALANCING] 몸집보다 사업 재편
최근 M&A의 특징은 '외형 확대'보다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과거에는 같은 업종 내에서 덩치를 키우는 거래가 많았다면 지금은 부족한 금융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거래가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딜로이트는 '2026 글로벌 금융산업 전망'에서 "금융의 기능적 구분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며 "산업 간, 상품 간, 기술 간 경계가 사라지는 금융의 재구성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일PwC도 '2026년 M&A 시장 전망'에서 "비핵심·저수익사업의 매각 및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그룹 단위 구조개편과 통합형 M&A가 확대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재편을 올해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BORDERLESS] 허물어지는 금융의 경계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테이블코인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하나의 업권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새 사업을 키우기보다 M&A를 통해 금융 라이선스와 고객 기반, 영업망을 확보하는 편이 더 빠르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가 발생하면 M&A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규모가 큰 기업은 더 커지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시장에서 재편되는 흐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금융사 간 인수·합병을 통한 시장 재편은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업권별 경쟁보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 금융플랫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자본력과 플랫폼을 갖춘 금융사를 중심으로 금융산업 재편이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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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인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홍지인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