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3월14일 국민재산증식 금융상품으로 기대를 모으며 탄생한 ISA는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애초 기대와 달리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평균수익률 연 2%대를 기록했지만 대다수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연히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정부 주도로 나온 상품인데 오히려 자산을 깎아 먹는다는 것. 불완전판매 논란도 불거졌다.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가입한 투자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금융회사 직원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고객이 적지 않다.


/사진=뉴시스 DB

이에 따라 ISA 이탈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통합정보사이트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ISA 순가입자 수는 236만1721명으로 전달보다 2만9076명 줄었다. 3만명가량이 사실상 중도해지한 셈이다. 같은 기간 가입금액도 90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째 1000억원을 밑돌았다.

◆탁상공론 투자상품… 가입조건도 까다로워

ISA 흥행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제도적으로 시장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데 있다. 정부의 탁상공론이 만든 상품이란 뜻이다. 먼저 가입조건을 살펴보자. ISA는 세원 파악이 쉬운 근로·사업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다. 단순계산하면 20세 이상 인구 4000만명 중 40% 이상이 ISA에 가입할 수 없는 셈이다.


가입기간이 길고 비과세혜택이 적은 점도 소비자가 외면한 이유다. ISA는 계좌 순소득의 20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만원 초과분은 9.9%의 분리과세가 주어진다. 그나마 비과세혜택을 누리려면 의무가입기간 5년을 유지해야 한다.

전세기간이 2년이고 가입기간 중 결혼이나 기타 개인 이슈로 급전이 필요할 수 있는데 해지는 물론 중도인출도 할 수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만약 중간에 해지하거나 중도인출할 경우 감면받은 세금이 추징된다.


수익률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1월 말 기준 25개 금융회사의 201개 일임형ISA 모델 포트폴리오 누적수익률은 평균 2.08%를 기록했다. 최근 6개월 기준으로는 평균 0.49%, 3개월 기준으로는 평균 0.6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수두룩했다. 201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9개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A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까다로운 가입조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수익률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속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헛물 켠 금융회사, 과당경쟁 하더니

ISA가 출시되기 전부터 금융회사 간 과당경쟁이 불거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회사들은 ISA 출시 이전부터 목표실적을 무리하게 잡았다. 은행과 증권사가 동시에 판매하는 상품인 만큼 판매실적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경쟁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는 ISA 해약사태를 불러온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초 ISA가 여론의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출시 이후엔 예상보다 가입자가 많지 않았다. 물론 출시 이후 수개월간 가입률이 반짝 올랐지만 자발적 가입자나 실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은행원 등 금융회사 직원의 ‘지인 마케팅’이다. 가족과 친족은 물론 지인까지 동원해 가입을 요청했고 심지어 직원이 1만원을 자비로 주면서 지인에게 계좌만 개설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가입률은 올랐지만 실속이 없었다. ISA는 출시 3개월 만에 ‘깡통계좌’라는 굴욕적인 별칭을 얻었다. 지인마케팅으로 대량판매가 이뤄진 만큼 제대로 설명을 듣고 가입한 고객이 많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ISA를 떠나는 고객은 대부분 깡통계좌로 가입한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금융회사, 특히 은행권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ISA는 기본적으로 투자성향이 짙은 상품이다. 이를테면 은행은 투자회사보다 고객의 돈을 유치해 개인이나 기업에 대출해주는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다. 위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금융회사다. 따라서 투자상품 이해도가 증권사 등 다른 투자금융회사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운용 3개월이 지난 25개 금융회사의 201개 ISA를 분석한 결과 증권사와 은행 간 수익률 격차가 2배 이상 차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ISA제도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먼저 파악한 후 이를 기초로 투자를 권해야 하는데 (금융회사) 직원의 전문성 미흡과 영업환경의 특성으로 설명의무가 제대로 준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애초에 5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인데 1년 수익률만 보고 ISA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년짜리 중장기상품의 실적을 평가하려면 최소한 2~3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며 “특히 지난해는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글로벌 투자시장 환경이 개선된다면 ISA수익률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입 못 여는 금융전문가들

“익명처리 해주시는 거죠?”
ISA 이탈을 두고 이유를 묻자 금융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 금융지주계열 경영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아예 평가를 꺼리기도 했다. 이유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임원으로부터 눈총을 살 수 있어서다. 지주계열 금융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할 말은 많은데 말할 수가 없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ISA 해약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조건을 금융회사가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는 매도와 매수를 적절하게 활용해 수익을 챙겨야 하는데 5년 동안 가입을 유지해야 하고 비과세혜택도 매력이 없어 금융소비자의 마음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B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나온 상품이라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상품의 질을 높일 수 있는데 ISA는 (은행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금융당국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