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박문각빌딩’. 이 빌딩 1층에서 5년째 프랜차이즈카페를 운영하던 P씨는 가게를 비워달라는 건물주의 통보에 눈앞이 캄캄했다. 마침 장사가 자리를 잡아가던 터였다. 건물주는 1층 카페가 학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이유로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급기야 간판을 강제철거하기에 이르렀다. P씨는 이후 1년 가까이 건물주와 법정다툼을 벌였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노량진 박문각빌딩. /사진=네이버 로드뷰

◆상가건물주 갑질에 눈물 흘리는 세입자들

상가건물주와 세입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건물주의 횡포가 연일 논란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의 법적권리가 존재함에도 건물주의 불법행위가 만연한 실정이다.

P씨의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 권리금 액수가 분쟁의 원인이 됐다. 2015년 법 개정에 따라 세입자는 권리금 회수에 대한 법적보호를 받는다. 권리금 문제로 법정시비가 잇따르면서 세입자 보호가 한층 강화된 것.


이 빌딩은 주식회사박문각 소유로 P씨는 박문각 측에 재계약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하자 권리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문각은 이전 세입자의 권리금거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는 박문각 측에 법에 따라 권리금을 보상하라고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양측 간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 끝내 중재에 실패했다. 서울시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임대차거래 시 건물주에게 재계약을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나 요구에 대한 법적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박문각은 P씨에게 보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다시 명도소송비를 제외한 1000만원을 제시했다. 반면 P씨는 보상금 7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이후 합의가 어려워지자 5000만원, 4000만원으로 재협상을 시도했다.


◆계약기간 중 법 개정, 임대인도 권리 주장

P씨 측은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두고 권리금 2억원을 제시한 신규 세입자가 있었으나 계약 당시 박문각의 재계약하겠다는 구두약속을 신뢰해 권리금계약을 거절한 상황이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거래에서 이처럼 구두약속을 한 경우 종종 분쟁의 원인이 되는데 녹취 등 증거가 없으면 법적효력도 없다.


또한 P씨 측에 따르면 박문각은 명도소송 진행 이후 카페 옆 음식점과 통합해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방안을 조사했다. 현재 카페 옆 음식점은 임대차계약 종료에 따라 가게를 비운 상태다.

그러나 박문각 측은 이를 부인했다. 박문각 관계자는 “임대차계약 도중 법이 개정됐고 소급적용에 따라 권리금을 물게 됐는데 세입자가 요구하는 금액을 전부 다 보상할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입자 측 주장대로 직접 카페를 운영할 목적이 아니라 학원수강생들을 위한 연구실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주식회사박문각은 1974년 설립된 교육·출판기업 박문각그룹의 직영학원이다. 회사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303억원, 매출액은 34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