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을 둘러싼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원전에서 생산하는 저렴한 전기가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됐고 앞으로 늘어날 전력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견과 최근 경주 지진으로 국내 원전의 대규모 방사능사고 가능성을 우려하는 친환경론자들의 탈원전 찬성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같은 문제를 먼저 겪은 해외 각국의 원전과 에너지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전은 장점이 많지만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비롯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등 위험성을 드러낸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이 같은 대형사고가 터진 뒤 원전을 일찍 도입한 선진국들의 탈원전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페루 칼파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사진=포스코건설

오랜 시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도 골칫덩이다. 이에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리·처분하는 기술에 관심이 늘어나는 상황이며 나아가 원자로를 폐기하는 ‘폐로산업’의 핵심역량 확보도 중요해졌다.

◆선진국 빈자리, 개도국이 관심

최근 세계 원전산업의 특징은 선진국이 이탈하고 개발도상국은 진입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은 천연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나라, 급격한 산업화로 많은 전기가 필요한 나라가 개발에 집중했다. 프랑스와 일본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도 비슷한 이유로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높여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7월 기준 31개 나라에서 44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1997년 이후부터는 원전 수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상태다. 현재 원자력발전 상위권 국가는 미국 99기, 프랑스 58기, 일본 42기, 중국 37기, 러시아 35기, 한국 24기 등이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세계적으로 총 63기인데 그 중 20기를 중국이 짓고 있다. 이어 러시아 7기, 인도 6기, 미국과 아랍에미리트가 각각 4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반대로 영구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총 163기인데 미국 34기, 영국 30기, 독일 28기, 일본 17기, 프랑스 12기 등으로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폐로비용 등을 고려해 원전의 단계적 폐쇄가 적합하다는 인식이 늘어난 데 따른 것.


아시아에서 원전 개발과 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인도다. 전력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고 천연 에너지자원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인도는 2050년까지 최대 30기를 건설, 원자력 의존도를 25%까지 높일 방침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으며 원자력 의존도를 크게 낮춘 일본도 원전 가동을 늘리는 추세다. 폭등한 전기요금과 불안정한 전기 수급으로 불편이 이어지자 슬그머니 재가동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재 재가동 합격 판정을 받은 원전은 12기며 이 중 5기가 가동 중이다.


미국 텍사스 주 프리스코 풍력발전단지의 모습.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재생에너지도 함께 키우는 게 대세

선진국들이 원자력의 대안으로 삼은 건 ‘재생에너지’다. 태양광·풍력·조력·파력·지열·바이오연료·바이오가스폐기물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일찌감치 탈원전을 선택한 국가들의 관심사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 총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발전이 10.6% 비중을 차지했고 재생에너지는 6.3%였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비중이 높다. 2004년 6.0%에 그쳤지만 2014년 9.2%로 늘었다. 국가별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이슬란드가 89.3%로 가장 높고 노르웨이 43.5%, 뉴질랜드 39.1%, 스웨덴 34.4%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인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10년 15%에서 지난해 28%까지 올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전 발전량을 넘어섰다. 엄청난 수의 원전을 짓는 중국은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힘을 쏟아 최근 태양광·풍력 발전설비 용량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원자력발전 세계 2위 프랑스는 2026년까지 원자력 의존도를 50%로 낮추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배로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높일 방침이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고 최근 국민투표에서 탈원전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에너지 전략 2050 법안을 통해 원전 5기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대체에너지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이미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했고 이와 관련한 기술을 공개하며 폐로산업의 미래를 밝혔다.


◆폐로 흐름 속 블루오션 찾기

현재 국내 원전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동안 개발한 원자력발전 관련기술의 수출이 막히거나 사장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여러 선진국 기업들이 그간 수주전에 열을 올렸음에도 실적이 참담한 수준이라는 걸 간과한 주장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앞으로 노후원전이 쏟아질 시기를 대비하려면 지금이 폐로 기술을 쌓는 데 적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명이 30년에서 50년 사이인 원전을 해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0년에서 최대 60년이다. 관련업계에서는 2040년쯤이면 세계적으로 300기 이상의 원자로가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확보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나라는 미국, 일본과 유럽 일부국가뿐이어서 지금부터 노하우를 쌓아야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도 ESS(에너지저장장치)의 발전과 맞물려 블랙아웃(대규모정전사태)을 일정부분 예방할 수 있는 만큼 관련분야의 기술개발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원자력 의존도를 점차 줄이면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에너지 쏠림현상을 완화한 에너지믹스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