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최고경영자(CEO) 인사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취임하면서 금융권 수장 인선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눈길을 끄는 곳은 수협은행과 SGI서울보증보험, 수출입은행 3곳이다. 이들 금융사는 현재 수장자리가 공석인 상태로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수협은행장 인선작업 급물살 탈까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수협은행장 인선 작업이다.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 4월부터 수차례 회의를 거듭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행추위가 의견을 좁히지 못한 이유는 전임 정부와 수협중앙회 간 힘겨루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1조7000억원을 수혈받은 수협은행은 전임 정권인 박근혜정부에서 외부출신을, 수협은행 대주주인 수협중앙회는 내부출신을 요구하면서 파행이 잇따랐다.


규정상 행추위원 5명 중 3명은 기획재정부 장관·금융위원장·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다. 행추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은행장이 선출되는데 3대2로 갈린 상황이다. 공은 최종구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최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는지에 따라 차기 수협은행장 인선작업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 내부에선 행장 자리가 수개월째 공석인 만큼 최 위원장이 서둘러 인선작업에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정말 답답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선계획에 대해서도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이라고 짧게 언급했다. 또 다른 수협은행 관계자도 “새로운 이슈는 없는 상태”라고 말을 아꼈다.

수협 내부에선 차기 행장 출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금융권에선 내부 출신이 새 행장에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1호가 적폐청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기업 등 남은 공공기관 인사에서 부적격자, 낙하산 인사, 캠프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답했다. 만약 차기 수협은행장에 낙하산 인사가 선출될 경우 노조 등 내외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구 위원장이 현 정권 보조에 맞춰 수협은행장 인사에도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출신이든, 외부출신이든 수협과 협의해 인사를 마무리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수협은행 본관. /사진제공=수협은행

◆실무통 유력, 사상 첫 내부출신 기대감도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와 수출입은행장도 공석 상태인데 공교롭게도 이는 최 위원장과 모두 연관이 깊다. 최 위원장은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임기 2016년 1월~2017년 3월)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수출입은행장(임기 2017년 3월~7월18일)으로 발탁됐고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보증보험 수장은 최 위원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이동한 이후인 지난 3월부터,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부터 공석인 상태다.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후보 역시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 일각에선 금융당국 수석부위원장이 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지만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다. 금융권에선 당국 등 관료 출신이 발탁될 것으로 본다. 눈여겨볼 것은 민영화 작업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4%를 보유한 금융공기업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지분매각 대상이다.


박근혜정부에선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한 보증공급 차원에서 서울보증보험의 민영화를 미뤄왔다. 문재인정부 역시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와 최종구 위원장이 서민금융지원 강화를 해결과제로 내세운 터라 서울보증보험이 이전처럼 서민금융 보증 역할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민영화 작업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보다는 실무통이 차기 수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차기 수출입은행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금융권에서 차기 수장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마찬가지로 인선절차는 아직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행장 인선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서둘러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장 선임은 금융위원회가 임명·제청하면 청와대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별도의 공모나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인선작업이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덜 까다롭다는 평가다.

외부출신 선임에 대한 거부감도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덜하다. 사실 수출입은행장은 그동안 외부출신이 장악했다. 금융당국 고위 임원이나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인물이 주로 수장을 맡았다. 직전까지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매번 “내부출신이 새 행장에 올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기류가 다르게 흐를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수출입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여파로 1조5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976년 설립 이후 사상 처음 있는 대규모 적자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신규 추가 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지금은 회생 가능성만 남겨둔 채 일단락됐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내부 출신 전문가가 수장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 인선작업에 대해선 아직 (청와대로부터) 들은 바 없다”면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내부 상황을 잘 알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내부인사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