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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세계적으로 경기가 한꺼번에 주저앉으면서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재고는 쌓여만 갔다. 중국업체의 무분별한 저가공세가 이어지는 데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장벽마저 두터워지면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올 들어 전세계 주요국 경기가 동반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긍정적 신호가 켜진 것이어서 각국은 상황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경제도 이에 편승해 미래 10년을 순항할 수 있을까.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경제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미래 10년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했고 앞으로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 물었다.
◆과거에서 배우자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온 한국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10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경제전문가들은 먼저 정부의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중 52%(26명)가 ‘잘했다’고 응답했고 ‘보통’은 42%(21명), ‘매우 잘했다’는 평가도 2%(1명)였다. ‘기업에 친화적이지 못했다’는 의견은 14%(7명)에 불과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근간인 제조업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성장한 분야로 제조업을 꼽은 전문가는 36명(72%)에 달했다. 점차 중요도가 커지는 서비스업이 13명(26%)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은 1명(2%)만 꼽아 성장이 더딘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구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28.08%로 OECD 평균인 16.05%를 웃돌았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점차 비중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우리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로 꼽힌다.
제조업 가운데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받은 업종은 29명(58%)이 꼽은 반도체다. 다음으로는 ▲IT관련부문 13명(26%) ▲자동차 9명(18%) ▲문화관광분야를 위시한 서비스업 2명(4%) 순이었다.
해당 업종은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했을까. 경제전문가 50명 중 27명(55%)이 ‘연구개발 투자·위기관리능력·우호적 노사관계 등 기업의 경영능력이 뒷받침됐다’고 생각했다. 이어 ‘글로벌 성장기조에 편승했다’는 의견이 40%(18명)였고 8%(4명)는 정부정책에 힘입어 성장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난 10년간 가장 쇠퇴한 분야도 제조업이 지목됐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에서도 조선(19명·61%)과 건설(5명·16%)을 쇠퇴산업으로 분류했고 관련업종인 중공업은 1명(3%)이 쇠퇴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섬유와 해운도 각각 3명(10%)씩이었다.
1990년대 이후 저기술 제조업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조선업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소형선박은 중국업체에 밀려 가격경쟁력을 잃었고 고급기술이 필요한 대형선박은 세계적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업종의 근간이 흔들렸다. 주택사업 위주의 건설업도 꾸준히 하향세다.
전문가들은 해당 업종이 쇠퇴한 근본적인 문제로 ‘체질개선 실패’(28명·61%)를 꼽았다. 위기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 이는 ‘회사를 경영하는 능력이 저하됐다’(13%·6명)는 평가로 이어졌고 결국 연구개발투자가 위축되고 노사가 불협화음을 내면서 어려움에 처했다고 본 것이다. 또 정부정책의 실패를 꼽은 응답자와 글로벌 성장기조 편승 실패를 꼽은 응답자가 각각 4명으로 9%씩을 차지했다.
쇠퇴산업이 되살아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32명·67%)의 전문가가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은 3명(6%)에 불과했다. 김도영 아주대 교수는 “위기극복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체질 안바꾸면 쇠퇴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고령화와 저출산·저성장기조다. 한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구조변화에 대응해 산업구조가 효율적으로 개편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전문가들도 고령화를 한국경제의 위협요소로 평하면서 ‘저출산과 저성장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46명·94%)이 다수였다. 결국 체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낮아지고 고령화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
한은은 구조변화와 함께 업종별로 노동력이 부족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을 반영해 장기 노동수급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전자업과 고기술업종, 서비스업 중 ▲공공행정업 ▲금융보험업 ▲운수보관업 ▲사업서비스업 등은 노동공급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고령화 탓에 내수가 감소할 수 있으므로 해외시장개척으로 부진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국내 제조업의 신진대사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활력이 떨어진 배경을 크게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기업이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글로벌 제조업체의 등장 역시 줄었다. 현재의 사업구조를 유지하려는 업체가 많다는 것. 둘째, 세계최초로 내놓는 제품혁신이 줄었다. 셋째, 사업부문 재편이 저조해 저수익성 사업구조가 지속됐고 마지막으로 인수합병(M&A)을 활용한 사업재편이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어떤 미래전략을 세워야 이 같은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설문에 참여한 경제전문가 중 23명(46%)이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새로운 시장의 개척과 투자확대’를 꼽았다.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는 대답은 18명(36%)이었고 7명(14%)은 ‘근로자와 협력사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타의견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필요하며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원리에 맡길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결국 글로벌 시장변화에 맞춰 기업의 체질을 바꾸지 못한다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며 “우호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면서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것도 체질개선작업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이는 대기업위주 경제구조에서 강소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전문분야에 강점을 보이면서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 10년을 책임지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분야로는 15명(31%)이 ‘항공우주’를 꼽았고 11명(23%)은 ‘신소재’라고 답했다. 또 ‘바이오’와 ‘에너지’ 분야도 각각 9명(19%)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명(4%)은 ‘각 분야가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았기에 모든 분야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내렸고 금융·교육의 국제경쟁력과 IT 소프트웨어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1명·2%)도 있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기존 사업을 지속하려는 자세만 고집할 게 아니라 산업 내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혁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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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