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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박상우씨(33)는 평소 거래하던 KB국민은행에서 모바일환전을 신청했다.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손쉽게 환전을 신청할 수 있는 데다 90%에 가까운 환율우대를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출국 당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박씨는 KB국민은행이 아닌 KEB하나은행 영업점으로 가야 했다. 인천공항 내에 KB국민은행 환전소가 없어서다.
모바일환전 규모가 늘어도 웃지 못하는 은행이 있다. 바로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2015년 이후 연이어 인천국제공항 환전소 입찰에 실패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KB국민은행 환전소는 단 한곳도 찾을 수 없다.
대신 외환업무는 KB국민은행이 위탁한 KEB하나은행이 맡는다. 그 대가로 KB국민은행은 KEB하나은행에 수수료를 일부 지급한다. 수수료 금액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KB국민은행이 여름 휴가철인 7~8월에만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KEB하나은행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철 두달간 수수료 수백만원
KB국민은행의 비대면 환전실적은 지난 7월 8887만달러, 지난달 7424만달러로 두달 동안 약 1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같은기간 KEB하나은행은 각각 7305만6000달러, 6918만6000달러를 기록, 총 1억4224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환전사무소가 없는데도 KB국민은행의 실적이 높은 이유는 모바일환전 신청자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는 모바일뱅킹 ‘리브’(Liiv)에서 환전을 신청하면 90% 환율우대서비스와 함께 해외여행자보험(500달러 이상 환전 시)을 무료로 가입해주는 혜택이 덕분이다.
‘토스’(Toss) 앱 회원이면 리브를 설치하지 않아도 ‘KB 네트워크 환전서비스’를 신청해 외화실물을 수령할 수 있는 장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KB국민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KB국민은행은 고객이 인천공항 환전소가 아닌 일반 KB국민은행 지점에서 외화를 찾아가기를 바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환전이 늘기 전에는 KB국민은행이 공항환전소 부재로 느끼는 설움이 크지 않았다”며 “그러나 모바일환전이 늘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EB하나은행 인천공항 환전소와 2015년 위수탁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대행업무를 개시했다”며 “대다수 고객은 모바일에서 신청 후 가까운 KB국민은행 지점에서 환전한다. (KEB하나은행에) 대행을 맡긴 것은 은행 방문이 어려운 고객을 위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T2 사업장도 고배, 수수료 늘어
KB국민은행의 수수료 부담은 내년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공항이 오는 12월 제2여객터미널(T2) 개장을 앞두고 은행·환전소 사업자를 선정한 결과 신한·우리·KEB하나은행만 입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 6월 신한·우리·KEB하나은행은 2023년까지 운영권이 보장되는 T2 은행·환전소 사업자를 따냈다. 신한은행은 가장 높은 낙찰가격인 208억원을 써내 제1사업권(영업점 359㎡·환전소 4개·ATM 4개)을 가져갔다.
우리은행은 제2사업권(영업점 185㎡·환전소 4개·ATM 4개), 하나은행은 제3사업권(영업점 154㎡·환전소 4개·ATM 4개)을 확보한 반면 국민은행은 3개 사업권에서 모두 떨어졌다.
실패원인은 입찰가격에 있다. T2 은행·환전소 사업권은 사업제안 평가점수와 가격 평가점수를 합해 최종사업자를 선정하지만 가격 평가가 100점 만점 중 80점에 달해 사실상 입찰금액이 당락을 좌우한다.
인천공항이 각 사업권에 제시한 최저금액은 144억원. 신한은행은 208억원이라는 통 큰 베팅에 나섰고 우리은행 130억원, KEB하나은행이 120억원을 적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111억원을 제시해 입찰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인천공항 T2의 여객처리규모가 연간 1800만명으로 제1여객터미널의 3분의1 수준에 달할 것으로 판단해 일찌감치 사업권 확보를 준비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제1여객터미널에 없는 영업점·환전사업을 따내려 준비했지만 소극적인 베팅으로 실패를 반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은 인천공항 T2에서도 KB국민은행이 다른 시중은행과 위수탁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본다. 해외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모바일환전 대금을 공항에서 찾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이미 KEB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의 위수탁업무로 쏠쏠한 수수료 수익을 얻은 터라 벌써부터 다른 은행들이 KB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항 영업점과 환전소는 임대료가 비싸고 환전 외에 다른 영업을 하기 어려워 연간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는 애물단지 점포였다”며 “그러나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크고 국민은행의 위수탁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어 T2 영업점과 환전소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인천공항 T2 은행·환전소가 오픈하지 않아 어느 은행과 환전업무를 제휴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제1여객터미널에서 환전하는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KEB하나은행과 제휴한 외환업무 대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휴가철 4대 시중은행은 저렴한 수수료, 환율우대서비스를 내세워 고객의 환전금액이 늘어나는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 7~8월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비대면환전(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금액은 총 5억4023만1574달러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1억6311만7000달러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억4455만8574달러, KEB하나은행 1억4224만2000달러, 우리은행 9031만4000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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