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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전병원(가명)씨는 국민행복기금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불행기금'이라고 토로한다. 국민행복기금과 맺은 채무조정 약정이 자신도 모르는 새 파기돼 강압적인 추심에 시달려서다.
전씨는 2014년 6월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약정을 맺고 부채를 488만원에서 190만원으로 298만원을 탕감받았다. 나머지는 24개월 분할납부를 신청해 부채를 성실히 갚아 나갔다. 그러나 약정기간이 한달 남은 2014년 7월 국민행복기금은 전씨가 보유한 선산(부동산)을 문제 삼으며 채무조정 약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전씨는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약정을 맺을 때 재산관련 서류는 필요없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22개월 납부액 180만원을 제외한 300만원의 일시변제를 요구했다"며 "돈이 없다고 하자 먼저 200만원 정도를 갚으라는 등 빚 독촉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 김현정(가명)도 국민행복기금의 추심에 시달렸다고 호소한다. 그는 연대보증사기로 진 채무 1600만원을 갚기 위해 국민행복기금과 약정을 맺고 일시금 700만원 납부했다. 나머지는 분할납부를 요구하자 국민행복기금은 이를 거절하고 김씨의 아파트를 가압류하는 등 강도높은 추심을 벌였다. 김씨는 현재 국민행복기금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민의 빚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탄생한 국민행복기금이 빚 상환을 독촉하는 추심기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29일 <머니S>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을 받은 서민 4명이 국민행복기금에 소송을 진행 중이거나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빚을 갚은 능력이 없어 금융회사의 대출이 연체된 서민으로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지원을 받았지만 과도한 채권추심에 시달려 집이 가압류되거나 경매로 넘어간 경우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원금의 50~90%를 깎아주고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갚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서민금융 사업이다. 현재는 서민금융진흥원이 국민행복기금을 관리해 저소득층의 소액·장기 채무 일부를 탕감하거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고 있다.
문제는 국민행복기금이 헐값에 채권을 사들여 주주기관인 은행의 독촉사업을 해주는 모양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국민행복기금을 사후정산조건부로 매입해 은행에 초과이익을 배당하고 있다. 2013년 신용회복기금에서 헐값에 사들인 연체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의 채권으로 수익을 내는 셈이다.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지난해 수익은 1469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연말까지의 신용회복기금의 회수액 9892억원과 지난 2013년 시작된 국민행복기금의 지난해 연말 회수액 6384억원을 합쳐 전체 회수액은 1조6276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심비용 5119억원과 매입액 9688억원을 제외하면 차액이 1469억원으로 수익을 거둔 셈이다.
제윤경 의원은 "채무자는 평균 수입이 월 40만원가량으로 생계비 보조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국민행복기금이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다"며 "헐값에 매입한 채권으로 수익을 내고 은행에 3000억원 가까이 돌려줬다. 서민이 아닌 은행의 행복기금, 국민불행기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행복기금 전체 약정자를 전수조사해 행복기금이 구제 프로그램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행복기금, 탕감 지속… 서민금융진흥원 정체성 확립해야
정부는 다음달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 1조9000억원을 탕감할 계획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채무자는 40만3000명 정도다.
나아가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상환 약정을 맺고 빚을 나눠 갚고 있는 채무자도 탕감 대상에 넣기로 했다. 상환 약정 체결자는 약 80만명으로 상환 능력이 없고 소액·장기연체 요건을 갖춘 채무자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서민금융정책의 무게를 서민금융진흥원과 국민행복기금에 두는 상황.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서민금융 지원의 컨트롤타워인 만큼 채무재조정과 장기부채 탕감, 신용회복의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4대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미소금융,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바꿔드림론 등을 하나로 통합해 설립됐지만 상품만 관리할뿐 주요 사업은 따로 노는 형국이다.
김윤영 신용회복위원장이 서민금융진흥원장을 겸직하고 있음에도 두 기관이 지원하는 사업이나 상품의 총괄·실행이 기관 구분 없이 중복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자활·재기지원의 일환으로 실행하는 ‘자영업자 컨설팅 서비스’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중소기업인 재창업지원’ 사업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고객 상담부터 분리돼 종합적인 상담이 힘들다. 자영업자 컨설팅 서비스는 대출 연체 징후 등이 있는 대출 신청자들이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매출을 올리도록 돕는 상담을 받는 서비스다.
반면 중소기업인 재창업지원은 연체가 한 달 이상이거나 다중채무자인 개인사업자 등이 채무감면이나 유예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개인사업자가 대출 감면과 사업 재기를 위해 금융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신용회복위원회은 엄연히 다른 기관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창업지원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물어봐야 한다”며 “두 기관이 신용회복과 채무조정을 위주로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민금융의 장기적인 방향은 단순히 자금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대출유형을 살펴 완전한 재기를 돕는 원스톱 지원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윤경 의원은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채권자의 입장이 아닌 채무자의 입장에서 서민금융을 지원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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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