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얼떨결에 맞았던 때를 상기하면 평창올림픽은 서울올림픽과 많은 차이가 있다. 정보시스템의 발전으로 매뉴얼화된 부분이 다른 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세계적인 스포츠축제인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경험’에서 노후준비 답 찾자

자산관리 역시 올림픽처럼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가 중요하다. 과거에 벌어진 현상으로 미래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가 없으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프로야구선수의 과거 성적이 FA 체결 이후 성적과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데이터 역할은 한다. 과거 성적이 나빴던 선수가 갑자기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며 거액을 지급하고 계약하는 구단은 없다.

금융시장에서 말하는 위험, 즉 변동성은 주로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을 둔다. 기대수익률은 전망이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위험은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한다. 주식시장의 기술적 분석도 과거의 주가흐름 패턴 등을 감안해 매매타이밍을 포착하는 기술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전망한다.


따라서 노후를 준비할 때도 과거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도 고령화사회를 내다보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68세이던 1988년 당시 ‘노인정책토론회’에서 2000년대 남녀평균수명을 72.6세로 전망한 것.

현재의 평균수명이 82.4세임을 감안하면 당시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 셈이다. 당시만 해도 아직 다자녀를 갖는 데 정책적 우려가 남아 있던 때라 고령화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노후관련 주된 대책은 노인 복지를 검토하는 데 그쳐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령화뿐만 아니라 저출산도 큰 고민거리다. 따라서 최근의 급격한 고령화는 복지차원을 넘어서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자산시장의 큰 변화 등 다차원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노후준비 발목 잡는 ‘자녀교육비’

1988년에는 고령화 전망에 따라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신탁·연금보험이 인기를 끌었다. 당시의 연금상품은 최소 10% 이상을 보장하고 실적을 더해 돌려주는 구조였다. 현재 예금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고금리상품이지만 연금가입률은 10%에 못 미쳤다.


또한 현재 3층연금의 근간이 되는 국민연금이 1988년부터 시행됐는데 국민 대다수가 노후준비에 엄두를 내지 못한 채 퇴직금을 고스란히 자녀를 위해 사용했다. 지금까지도 각종 통계에서 노후준비를 방해하는 요소로 자녀교육비가 꼽힌다.

하지만 공적연금이 첫걸음을 떼던 1988년 미국은 한국과 달랐다. 미국은 비교적 사회보장제도가 잘 구축된 상황이었다. 미국은 고령화 진전으로 연방정부의 재정부담이 늘면서 개인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도록 독려했다.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우려, 지나치게 높은 공적연금 의존도,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 등을 개선하기 위해 사적연금활성화대책을 발표하고 개인의 노후준비를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제 과거를 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노후대비도 주식처럼 ‘개인운용’ 중요

최근 한국은행은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영향부터 개인이나 기업의 대출조달비용 증가, 목돈 마련이 가능한 적금, 할인율 인상에 따른 주식시장의 기업가치 변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환경 변화로 피해를 입지 않고 본인에게 더 유리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리인상은 국내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0년대 초 IT버블이 심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대체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코스피가 상승했다. 이에 주목해 앞으로의 변화를 분석하고 자산배분을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이 금리인상 전 서둘러 대출을 받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 채권매니저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듀레이션을 축소하거나 국채선물을 매도하는 방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미리 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투자를 위한 사전대비는 자산시장뿐만 아니라 노후준비 시에도 필요하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노후준비는 더욱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는 노후준비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고려했을 때도 중요한 과제다.

노후준비를 할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금을 더 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고 고되기만 할 뿐이다. 따라서 개인의 노후연금 운용노하우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이뤘던 성과와 손실에 여전히 머무를 것이 아니라 과거에 경험했던 손실의 원인이 지식부족인지, 꾸준한 인내심의 부족인지를 살펴 운용하는 것이 좋다.

시장의 쇼크는 알려지지 않은 악재로부터 시작된다. 이미 지속적으로 노출된 고령화·저성장은 노후를 준비하는 데 위협요소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부가 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갑자기 폐지하는 것이 노후준비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8호(2017년 12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