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사진=임한별 기자


지난 7일(현지시간) 늦은 밤,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500만원 넘게 올랐다가 다시 400만원 넘게 빠지면서 출렁였다. 갑자기 비트코인 가격이 뚝 떨어져 가슴을 쓸어내린 사람이 많았지만 투자 열기는 더욱 가열됐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한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투자열기는 외신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지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거래를 제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 그 어떤 투자자산보다 원금손실 리스크가 큰 비트코인에 이처럼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 기대감 폭증

지난 1월 초 1000달러(109만원)였던 비트코인은 올 들어 무려 19배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 폭등세는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미국의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는 오는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비트코인 선물거래는 비트코인이 금이나 원유 등과 같은 자산 반열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선물거래로 기관자금이 유입된다면 2만달러(2100만원)까지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선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안았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에 포함한 펀드도 출시돼 연간 펀드수익률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금융거래소 역시 관련법을 개정하면 내년에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트코인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파생상품 기초자산은 적정한 방법에 따라 가격 산출과 평가가 가능한 상품 또는 통화로 제한됐다. 국내 투자자가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시카고상품거래소 거래 자격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를 경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선물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 출시를 준비하던 자산운용업계 움직임도 올스톱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는 오는 14일, 신한금융투자는 15일 예정했던 투자설명회를 일제히 취소했다.

투자자들은 국내 비트코인 파생상품 투자가 막히자 불만을 터트린다. 세계적으로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출시되는 상황에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역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원유나 금 선물 거래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에 투자자가 몰리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서 투자자가 가상화폐 거래추이를 보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위험하면 더 몰린다… 모험투자 주의보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분위기를 감안해도 우리나라 투자자가 보여주는 비트코인 광풍은 유례없는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에 불과한데 지난 6일 기준으로 하루동안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1%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다.

심리학자들은 지정학적·문화적 요인을 비트코인 투자 원인으로 꼽는다. 북한발 위협이 지속되자 전통 투자방식인 부동산투자 등에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민이 혼란을 겪으며 투자심리가 동요돼 가상화폐 투자가 증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의 모험심리도 한몫한다. 우리나라 주식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 정부가 투기를 단속하기 전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곳일 정도였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자 비트코인 거래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과세의 키를 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거래세와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매일같이 비트코인 가격 정보가 흘러나오고 비트코인을 사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심리를 갖게 만들어 투기를 부추긴다"며 "정부가 과세 카드를 꺼내면 투자를 넘어선 투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투자자 스스로 가상화폐 투자는 원금손실이 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