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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고양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8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재산피해액만 500억원에 달한 이 참사는 터미널 측과 고양시, 일부기업이 협의체를 만들어 피해자 보상에 나섰다. 당시 고양터미널은 총 가입금액 850억원의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재난배상책임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았다.
최근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건물 화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건물의 경우 화재배상책임보험(화재보험)과 재난배상책임보험(재난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개념과 세부내용을 제대로 인지한 건물주나 사업주는 드물다. 두 보험의 차이점과 함께 재난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를 살펴봤다.
◆ 화재·재난보험 어떻게 다른가
시중 손해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는 화재보험과 재난보험은 세부내용에서 차이가 난다. 화재보험은 영화관, 목욕탕, 음식점, 노래방, PC방, 오락실 등 다중이용업소가 의무 가입하는 보험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의 경우 해당 아파트들은 다중이용업소가 아니기에 화재보험 가입 의무가 없었다.
반면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은 목욕탕, 헬스클럽, 레스토랑 등이 입주해 ‘다중이용업소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건물 전체가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나마 건물주 이모씨는 ‘삼성화재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는 이번 사고로 각각 최대 1억원, 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전망이다. 해당 건물에 대한 보험금도 30억원 정도 수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보험은 보험사별 담보와 특약 추가에 따라 보장내용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가입한 건물주나 사업주의 재산손실 보전이 우선인 화재보험은 특약 추가 시 타인 피해 보상도 가능하다. 제천화재에 적용된 화재보험은 피해를 입은 타인에 대한 보장내역이 포함됐다.
손보사 관계자는 “화재보험의 경우 건물손실 보상, 화재로 인한 피해자 배상책임 등의 담보를 대부분 포함해 가입한다”며 “보험료는 건물구조나 건물면적, 보상가입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난보험은 건물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한 타인의 피해만 보상한다. 즉 화재보험이 가입자를 위한 보험이라면 재난보험은 타인을 위한 보험인 셈이다. 이 보험은 지난해 1월부터 의무가입으로 변경됐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고양터미널 폭발사고, 의정부 아파트 화재 등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르자 실질적인 보상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또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화재보험 의무가입으로 보장이 가능하지만 이외에 1층 음식점이나 모텔, 15층 이하의 아파트 등은 의무가입에서 제외돼 재난관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총 19종의 재난보험 가입대상 시설을 규정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가입시설은 ▲1층 음식점 ▲숙박업소 ▲15층 이하 아파트 ▲주유소 ▲지하상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과학관 ▲전시시설 ▲국제회의시설 ▲물류창고 ▲장례식장 ▲여객버스자동차터미널 ▲경마장 ▲장외발매소(경마장) ▲경륜장 ▲경정장 ▲장외매장(경륜·경정) 등이다.
재난보험은 신체피해에 1인당 1억5000만원을, 재산피해는 10억원까지 보장한다. 보험료는 임대면적 100㎡당 2만원 수준으로 가입시설과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다. 사업장 임대면적이 100㎡에 미치지 않으면 가입의무가 없다. 또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돼 화재보험에 의무가입한 곳은 재난보험에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화재가 난 제천 스포츠센터는 다중이용업소여서 재난보험 가입의무가 없었다.
◆ 가입률 60%대… 사업주들 필요성 못느껴
도입 초기 재난보험은 가입률이 저조했지만 최근에는 상승세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재난보험 가입대상은 20만여곳으로 이 중 서울과 경기도의 가입대상시설은 총 5만여곳이며 가입률은 60%대다. 도입 초기 경기도는 가입률이 12%대에 머물러 재난보험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꾸준한 홍보로 가입률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입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화재보험의 경우 전국 평균 가입률이 80% 이상이지만 재난보험은 68%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가입을 독려하는 것치고는 사업주들의 협조가 저조한 편이다.
정부는 신규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1월7일부터 재난보험을 의무로 가입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기존사업장은 지난해 7월7일까지 가입하도록 6개월 유예기간을 줬으며 12월31일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각 가입대상 시설별로 우편,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재난보험 가입을 홍보했지만 일부 사업주나 건물주는 여전히 법을 따르지 않는 실정이다. 이들이 재난보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서다.
송파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37·남)는 “송파보건소로부터 재난보험 가입 안내문을 받았다”며 “월 보험료는 2만원 수준으로 큰 부담이 아니지만 수십만원대의 화재보험을 가입한 상황에서 왜 가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모텔을 운영 중인 박모씨(66·여)는 “가입한 화재보험에 화재배상책임 담보가 들어 있다”며 “재난보험 가입을 선택으로 했으면 좋겠다. 의무가입은 부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며 의무가입 대상 중 지난해 12월31일까지 재난보험에 미가입해 과태료부과 대상자가 된 곳이 5만여곳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무더기 과태료 부과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어 행안부는 유예기한 연장을 검토 중이다.
행안부 재난보험과 관계자는 “미가입자가 생각보다 많아 과태료 유예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며 “좋은 취지로 시행한 재난보험 의무가입에 긍정적으로 협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1호(2018년 1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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