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와 포용금융 확대를 동시에 주문하면서 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상호금융에 게시된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금리대출 확대에 나섰지만 2금융권의 실제 공급은 주춤하고 있다. 카드사를 비롯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도 취급 규모가 감소한 가운데 금융사들은 가계부채 관리와 건전성, 조달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해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3749억원으로 전분기 2조5708억원보다 7.6%(1959억원) 감소했다.

카드사 중금리대출은 지난해 1분기 1조5928억원에서 2분기 1조8965억원, 3분기 2조1482억원, 4분기 2조2828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조5708억원까지 증가하며 네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2분기 들어 흐름이 꺾였다.


삼성카드와 BC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가 공급을 줄였다. 현대카드는 전분기보다 31.4%, KB국민카드는 28.9%, 신한카드는 16.4% 감소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29% 늘어난 8106억원을 공급해 전체 카드사 취급액의 약 34%를 차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은 정책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관리 목표와 건전성도 함께 맞춰야 한다"며 "회사별 리스크 관리나 영업 전략에 따라 취급 규모를 조정하다 보니 업체별 공급 실적에도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급 둔화는 카드업계에만 그치지 않았다. 올해 2분기 33개 저축은행의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은 2조30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2% 줄었다. 신협은 461억3400만원으로 25.6%, 새마을금고는 410억1800만원으로 26.6% 각각 감소했다. 비교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카드·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주요 2금융업권에서 중금리대출 공급이 둔화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경기 둔화가 중금리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신용자의 상환 여력이 약화하면서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데다 대출 수요도 함께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상호금융권도 조합별 건전성과 여신 여건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용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은 조이고, 중·저신용자 자금은 늘리고

현장의 흐름과 달리 당국은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올해 사잇돌대출과 민간중금리대출을 합해 31조9000억원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민간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는 28조3000억원 이상이다. 금융사들의 공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업권별 규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민간중금리대출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규제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융권 전체에 대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 등 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험·여전·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중금리대출은 정책적으로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하면서도 전체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 요구와 가계부채 관리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실제 취급 규모를 빠르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규제 인센티브만으로 중금리대출 공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손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조달비용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상한 안에서 수익성과 위험을 동시에 맞춰야 해 자산건전성 여력이 부족한 금융사일수록 적극적으로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가계대출 관리와 건전성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조달비용과 연체율, 대손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만 별도로 빠르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