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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최선을 다한 뒤 하늘의 명을 기다림). 이종승 IR큐더스 대표(57)는 이 말을 간직하며 산다고 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기업이 IR(기업설명회)을 통해 자사 경영능력을 끊임없이 증명하듯 이 대표가 걸어온 길에도 ‘신뢰’에 방점이 찍혀 있다.
투자자가 손실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기업이 좀 더 튼튼해지길 바라는 소망이 이 대표를 달리게 만들었다. 얼마나 자신을 경계하고 조심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화려해 보이는 증권가에 적어도 이 대표는 없다. 다음달 1일 IR큐더스의 창립 18주년을 앞두고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지금까지 그가 달려온 길, 앞으로 나아갈 곳에 대해 들어봤다.
◆옳은 길의 반대 방향은 쉬운 길
이 대표는 1990년대 조선∙기계업종을 담당하며 증권가에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탁월한 분석능력과 높은 적중률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가 보고서를 내놓을 때마다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우증권 기업분석부 애널리스트와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을 거쳐 2006년에는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냈다. 2012년에는 화이텍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역임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4년, 그는 이준호 대표와 함께 IR큐더스를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 대표는 의미 있는 IR을 맡았다. 애널리스트 시절 제 손으로 분석했던 현대중공업의 분할상장 IR을 진행한 것.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조선·해양플랜트·엔진)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4개사로 분할 상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제가 증권사를 떠난 뒤에도 애정을 갖고 지켜본 곳이었어요. 당시엔 장외시장에 있었고 조선업종 대표종목이었는데도 개인적으로는 IR 관점에서 늘 아쉽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IR을 진행하면서 보니 위기대처 능력, 미래 가치 등 많은 것이 달라졌더군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비롯해 각 분할회사 대표들이 각사의 사업 경쟁력과 경영 방향을 직접 발표하던 것도 인상 깊었어요. 애널리스트의 질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줬고요. 투자자들과 제대로 소통할 마음이 있다는 게 현장에서 느껴졌습니다.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어요.”
지금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도 묘한 인연이다. 6년 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절 몸담았던 여의도 농협재단빌딩에 매일 출근하고 있다.
“센터장을 하던 때는 건물 내에서 이준호 대표와 가끔 마주치기는 했으나 서로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이 대표의 가치관이 제가 지향하는 바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익적으로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돌아가더라도 투자자 앞에서 떳떳한 기업, 옳은 길로 가겠다는 이 대표님의 가치관은 저희 사명 IR큐더스(명성, 영광, 영예)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IR은 회사가치 알리는 소통활동
이 대표는 기업의 IR 활동 기본원칙 세가지로 ▲정보의 신뢰성 ▲공유의 공정성 ▲활동의 적극성을 꼽았다. 기업이 이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우호적 후원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IR큐더스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깜깜이 투자’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직접 기업을 탐방하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한다. CEO 인터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이유 등 투자자가 궁금해 할만 한 정보를 모아 컨설팅도 실시한다.
“IR을 한다는 것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자사의 가치를 알리는 일종의 소통 활동입니다. 기업은 IR을 통해 목표치를 공개하는데 이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IR로 기업이 체력(펀더멘탈) 단련을 하는 겁니다. 저희(IR큐더스)는 여기서 기업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경영을 해야 하는지 꾸준히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어요. 동시에 매년 IR 신뢰지표를 매겨 상장기업들을 평가합니다.”
이 대표는 “사실 회사가 주도적으로 IR 활동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면서 “시장 자체는 3년간 체감할 정도로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되고 섀도보팅(그림자투표) 폐지, 전자주주총회가 도입됨에 따라 올해부터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그동안 기업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는 대주주의 의견이 절대적이었어요. 주요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최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 결정 등을 견제할 수 있고, 특히 전자주주총회 도입으로 투자자들의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봅니다.”
이 같은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 정책은 이 대표에겐 일종의 도전 과제다. 앞으로 기업들의 IR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에 역점을 두고 IR큐더스는 관련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장외기업 정보 업체 '38커뮤니케이션'과 맞손을 잡고 장외주식시장(K-OTC)에 소속된 기업의 투자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온라인 IR 서비스 영역을 K-OTC 시장까지 넓힌 것. 비상장기업까지 확대해 K-OTC 시장의 IR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정보를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28여 년간 끊임없이 고민해온 이 대표. 현 정부 정책과 맞물려 혁신의 중심에서 선 그가 앞으로 어떤 전개를 펼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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