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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모습은 성적과 기록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올림픽 폐막과 함께 국내 스키장이 속속 폐장한다. <스키 오디세이>도 이번 칼럼으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칼럼의 주제는 그동안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스키 고수들의 '감춰진 비밀'이다.
◆부츠 속 고수의 비밀
굳이 감춰진 비밀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고수 스스로 감출 의도는 없지만 스키어의 눈엔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수의 기술은 미세하며 그 비밀은 부츠 속에 있다. 발과 발목의 움직임이 그것이다.
스키에 갓 입문한 초보자를 가르칠 때는 아무래도 큰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후경 자세를 취하면 몸을 앞으로 가져가도록 이끈다. 손을 앞으로 내밀도록 하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도록 유도한다. 턴을 할 때 상체가 안쪽으로 기울 경우 외향경을 유지하도록 자세를 조정한다.
발과 발목의 움직임이 딱딱한 부츠에 꽉 조여져 있다고 생각하는 초보자는 이 말을 언뜻 이해할 수 없다. 반면 큰 움직임을 익힌 중급 이상의 스키어들은 발과 발목의 작은 움직임을 이해할 것이다. 부츠 안에서 이뤄지는 발과 발목의 움직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의자에 앉아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세가지 간단한 움직임을 익혀보자.
◆비밀을 풀 세가지 동작
첫째, 발목을 펴고 구부리는 동작이다. 발가락으로 바닥을 누르면 발목이 펴지면서 발 뒤꿈치가 살짝 뜬다. 반대로 뒤꿈치로 바닥을 누르면 발목이 구부러지면서 발가락이 뜬다. 이 동작을 부드러운 리듬에 맞춰 반복하자. 본인이 숏턴을 한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롱턴을 한다면 느리게 해보라.
이를 스킹에 적용하면 턴의 시작지점, 즉 업 구간에서 발목을 펴고 다운 구간에선 구부리는 것과 같다. 다만 신체의 다른 부위는 깁스를 했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발목의 움직임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으로 스킹을 하면 턴의 전반부에선 발의 앞쪽에 체중이 실리고 후반부에선 뒤쪽에 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조작을 하는 이유는 자동차 구동방식에 비유할 수 있다. 전륜구동 차량은 회전을 만드는 데 용이한 반면 후륜구동은 직진성이 좋다. 스키 앞쪽에 체중이 실리면 스키판이 휘면서 턴을 시작하는 데 유리하다. 반대로 뒤쪽에 실리면 스키의 직진성이 좋아져 턴을 쉽게 빠져나와 다음 턴을 향해 날아간다.
이 연습이 숙달된 고수는 소위 '돌핀턴'이라 부르는 스키의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마치 돌고래가 수면 위로 점핑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 일컫는 별칭이다. 돌핀턴은 파우더나 범프, 인공모글에서 매유 유용한 기술이다.
둘째, 발을 좌우로 돌려주는 움직임이 있다. 의자에 앉아 뒤꿈치를 축으로 해 발을 자동차의 와이퍼처럼 움직여 보자. 바로 '피버팅'이라 부르는 움직임으로 스키를 회전시키는 조작이다. 스키를 착용하면 스키의 에지가 눈에 걸려 불편함을 느끼는데 가급적 정설이 잘 된 슬로프에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이때도 온몸에 깁스를 했다는 전제에서 오직 발의 움직임에만 집중하자.
대개는 스키를 돌리는 조작을 할 때 상체나 엉덩이가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발만 사용해 스키를 돌릴 수 있다면 매우 안정되면서 우아한 스킹을 만들 수 있다. 이 회전 움직임은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한 '브라카쥐'를 연습하면 익숙하게 다룰 수 있다.
셋째, 발을 좌우로 기울여주는 움직임이다. 엄지발가락부터 시작되는 발바닥의 안쪽이 바닥에 닿거나 새끼발가락부터 시작되는 발바닥의 바깥쪽이 바닥에 닿는다. 이런 움직임을 무릎을 좌우로 움직여 만드는 것보다 발바닥의 안쪽과 바깥쪽을 강하게 눌러준다는 느낌으로 반복해보자. 무릎은 이 움직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무릎의 움직임이 아닌 발과 발목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조작을 숙달하기 위해 '롤러블레이드 턴'을 연습해보자. 정설이 잘 된 완만한 경사의 슬로프에서 피버팅 없이 발과 발목을 좌우로 기울이는 조작만 하면 마치 롤러블레이드를 타면서 작은 회전을 만드는 것과 같은 턴을 만들 수 있다. 작은 회전반경의 카빙 숏턴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일반적으로 카빙 숏턴이 고관절을 축으로 카빙턴을 만드는 반면 이 턴은 무릎을 축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발목을 기울이면 무릎은 자동적으로 따라서 움직인다.
◆프로메테우스의 심정
이 세가지 움직임은 모두 발과 발목을 사용하는 동작이다. 발과 발목은 설면에서 오는 반응을 가장 먼저 느끼는 기관이자 가장 직접적이면서 빠르게 스키를 조작할 수 있는 관절이다. 스키 고수는 부츠 속에서의 이런 감춰진 조작을 통해 초보자가 따라할 수 없는 멋진 스킹을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비밀을 찾아 스키의 새로운 움직임을 경험하면 신세계에 눈을 뜰 수 있다. 스키어는 힘든 슬로프와 어렵게 생각하는 조작을 하나둘 풀어가면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스키 마니아 또는 고수가 탄생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스키어와 마니아는 같은 범주에 있으나 간혹 다른 세계에 사는 서로 다른 종으로 나뉘곤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마음으로 그동안의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스키어가 마니아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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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 프로(CSIA 레벨4)
박정웅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