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개인대 개인)대출시장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초 연간 투자한도 1000만원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이 시행됐지만 P2P시장에 많은 돈이 몰렸다. 연 10% 내외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데다 분산투자 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동산대출상품 비중이 높은 국내 P2P시장의 부실우려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산상품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인 업체를 중심으로 부실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이런 상황을 주시 중이다. 당국은 최근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투자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렸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상품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부동산취급 상품에 대한 집중도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투자제한에도 1년 새 267% 성장
국내 P2P시장은 최근 1년간 4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협회 회원사 64곳의 누적 대출액은 1조9366억원이다. 1년 전 34개 회원사 누적 대출액 5275억원에서 267% 성장한 수준이다. 이는 협회 회원사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크지만 공신력을 갖춘 업체가 증가하면서 국내 P2P시장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P2P업계는 지난해 초 금융당국의 P2P가이드라인의 영향으로 성장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이 개인투자자의 P2P업체당 투자 가능 액수를 연간 1000만원, 채권당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2월 시행하면서다.
그럼에도 P2P시장에 돈이 몰린 건 대출자에겐 중금리 대출을, 투자자에겐 ‘중위험·중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P2P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한몫했다”며 “투자자들에게 소액 분산투자를 유도했다. 보다 안정적으로 10% 내외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투자자를 끌어당긴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상품 부실 ‘어쩌나’
P2P시장에 장밋빛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부실화가 지속돼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시장은 개인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미국 등 선진 P2P시장과 달리 부동산 관련 상품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는데 금리 상승, 부동산경기 하락 등의 요인으로 앞으로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말 기준 P2P업체의 부실률(90일 이상 장기연체) 현황을 보면 빌리(26.28%), 이디움펀딩(17.19%), 금요일펀딩(10.92%) 순으로 높은데 모두 부동산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다.
빌리는 자사 누적대출액 1070억원 가운데 부동산PF대출(594억원) 비중이 55.5%로 가장 높았다. 이디움펀딩은 부동산상품만 취급하는 업체로 부동산PF대출(339억8000만원)이 전체 대출(343억4000만원)의 대부분(98.9%)을 차지했다. 금요일펀딩 역시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이 전체 대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연체율이 부실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빌리의 연체율은 15.12%로 협회 회원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소딧(14.07%), 이디움펀딩(9.93%), 모우다(9.34%), 금요일펀딩(9.29%) 순으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P2P부동산상품의 경우 국내 금리상승, 부동산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PF대출은 물론 부동산담보대출 상품도 안전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자가 상환능력을 완전히 잃을 경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담보물을 기반으로 경매에 붙여 대출금을 회수한 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데 지역에 따라 원금손실 여부가 클 수 있다. 여전히 투자수요가 있는 서울권의 경매물과 달리 지방권의 경우 경기악화 시 원금회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국, 부동산P2P에 ‘제동’
금융당국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P2P시장에서 부동산상품 공급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펼 전망이다.
최근 당국이 새로 내놓은 개정 가이드라인을 보면 연간 업체당 투자한도는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부동산 관련 상품은 대상에서 빠졌다. 상품별 투자한도는 기존과 동일하게 연간 500만원이다.
그러나 당국의 의도대로 부동산대출상품 공급이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 말 전체 누적 대출액(1조9366억원) 가운데 부동산대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부동산담보대출(5113억원) 26.4%, 부동산PF(6548억원) 33.8%다. 1년 사이 부동산담보대출액은 432.0%, 부동산PF대출은 196.5% 급증했다. 개인신용대출(181.7%), 법인신용대출(164.9%) 증가폭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P2P업계 관계자는 “설립 초기 개인신용대출 위주로 영업하던 업체들도 부동산상품 비중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며 “해외시장에 비해 국내 P2P시장에서 부동산 취급 비중이 유난히 높은 건 그만큼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부동산상품이 줄어들면 지난해 문제가 됐던 각종 기타담보상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