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 교육부 정책자문위 입시제도 혁신분과장이 지난해 12월12일 열린 제1차 대입정책포럼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승배 기자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5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1484개 초·중·고교 학부모 4만여명을 대상으로 교육부와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는 총 18조6000억원으로 2016년보다 2.8% 늘었다.

같은 기간 학생수가 2.7% 감소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5.9% 증가했다.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4.8% 증가한 25만3000원, 중학생은 5.7% 증가한 29만1000원, 고등학생은 8.4% 증가한 28만4000원을 기록했다. 사교육비에 관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망국적 병이 커지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제기된다.


◆사교육비 증가율 비교해보니

전체 초·중·고생 총 사교육비는 정부에서 사교육비 조사 통계를 처음으로 발표한 2007년 20조원에서 지난해에는 18조6000억원까지 줄어 10년 동안 1조4000억원 감소했다. 학생수 감소로 인해 1인당으로 환산한 사교육비는 2007년 월평균 22만2000원에서 지난해에는 27만1000원으로 10년간 22.1% 늘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이보다 더욱 큰 폭으로(약 25%) 늘어났고 소비자물가지수도 25.2% 올랐다. 같은 기간 의류·신발과 농축산물 물가지수는 각각 34.1%, 43.2% 증가했다.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의 물가지수도 25.9%로 올라 사교육서비스 비용에 해당하는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을 넘어선다.

즉, 10년 동안 1인당 국민소득과 소비자 물가에 비해서는 사교육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것이다. 상대적인 기준의 설정 없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라는 표현만 보면 인식의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저소득층 절대소득이 과거보다는 크게 늘었는데 저소득층 소득이 역대 최고로 올라섰다는 말만 한다면 누구나 부적절하다고 느낄 것이다.


◆예체능 사교육 증가가 주원인

지난해 교육비 총액이 전년 대비 늘어난 주된 원인은 예체능 때문이었다. 국어·영어·수학 등 일반 교과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쳐 거의 제자리걸음인 반면 예체능 사교육비가 9.9%나 늘었다. 분야별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예체능(취미교양 사교육 포함)이 7만2000원으로 영어(7만9000원), 수학(7만8000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국어(1만8000원), 사회·과학(1만1000원), 논술(8000원)보다 몇배 이상 많다.


2007년 첫 조사가 이뤄졌을 때는 전체 학생 중 교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68.4%, 예체능은 37%였는데 지난해에는 교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52.2%, 예체능은 41.1%로 변했다. 교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급감한 반면 예체능 사교육을 받는 학생수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인문계 및 이공계보다는 예체능 분야 사교육에 중점을 맞춰야 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방과후학교 등을 활용한 공교육에서 예체능 교육이 학생 및 학부모 욕구에 부합되는 수준으로 이뤄지는 것도 사교육을 줄이는 방법이다.

통계청의 전공계열별 대학졸업자수 분포를 보면 전체 계열 중 예술·체육계열의 졸업자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4.04%에서 2015년 4.17%로 소폭 증가했다. 실제 대졸자의 전공 분야와 초중고생 사교육 변화패턴은 다른 상황이다. 체육을 전공시킬 생각이 없는데도 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고 음대 보낼 생각이 없는데 피아노 학원 보내는 경우가 많다. 대학 진학과는 무관하게 아이의 소양을 키워주기 위한 사교육은 개인 선택의 영역이다. 단지 예체능 자질을 늘리고 싶어 투자하는 사교육은 대학진학을 위한 사교육의 문제점이 나타나는 경우가 아니다.

◆교과 사교육 학생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1000원이라는 보도에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학부모가 많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국장은 “사교육비 같은 민감한 조사를 발표할 때에는 정부가 애써 수치를 낮추고 싶은 심리가 반영될 수 있다. 정부가 조사 결과를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를 볼 때는 데이터의 바탕이 되는 조건까지 봐야 올바른 진단을 할 수 있다. 모든 학생이 아니라 실제로 사교육 받는 학생만 대상으로 한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30만7000원, 중학생 43만8000원, 고교생은 51만5000원이다. 이 정도라면 학부모들이 공감할 것이다. 조사가 부유층 동네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예체능 사교육이 아니라 교과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면서 절반 수준까지 내려온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모든 학생이 아니라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초등학생은 10년간 19.9%, 중학생은 39.5%, 고교생은 43.5% 각각 증가해 사교육에 집중하는 정도가 고등학생에 비해 초등학생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도 다행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어린 나이에 공부에 시달리는 정도가 더욱 심했다.

◆사교육의 풍선 효과

사교육을 받는 이유에 대한 조사에서는 '학교수업 보완 등 내신 준비를 위해서'(48.8%)가 가장 많았으며 선행학습(20.9%), 진학준비(17%), 불안심리(5.2%) 등의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공교육에 충실하면 대학에 잘 들어가도록 내신 비중을 높였지만 결과는 내신을 잘 받기 위한 사교육 심리를 부추긴 것이다.

영어의 사교육비 경감 및 무한경쟁을 줄이려는 취지로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해 변별력을 줄였다. 그 결과 지난해 영어 과목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0.5% 증가에 그쳤고 국어는 전년 대비 큰 폭인 14.2% 증가했다. 수학도 3.3% 증가했다. 학생을 추첨으로 뽑지 않는 입시에서는 목표가 변별력이므로 모든 분야 변별력을 줄이려고 한다면 모순이다. 어떤 분야든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은 분야는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분야 사교육이 상대적으로 강화된다.

이처럼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입시 제도를 바꾸면 어떤 분야의 사교육이 줄어들더라도 또다른 분야의 사교육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출신대학의 명성이 취업과 사회생활, 심지어 결혼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개인 입장에서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국민에게 교육에 관해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고위공직자 중에도 막상 자신의 자식에게는 사교육을 시키고 대학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에 보내며 한국 학교가 아닌 미국 등 선진국 학교에 보내는 사람이 많다. 

◆현실은 공교육보다 사교육

취지가 좋다고 무조건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요즘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입시에서 창의성을 테스트하는 데 주력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 또한 창의성을 강화시켜주는 사교육을 번창하게 만들 것이다. 창의성을 강화하는 사교육은 일반 사교육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다. 대입에 논술을 도입한 취지도 암기식 교육의 약점을 보완하고 다양성, 창의성, 논리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보다 논술지도를 더 잘하는 학원으로 학생들은 몰려갔고 학부모들은 비싼 논술과외비를 조달해야 했다. 대학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문제를 논술고사에 출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어떤 문제가 논술에 나오든 전인교육을 지향하면서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하는 학교 선생님보다는 논술만 내세운 논술학원에서 지도받는 것이 입시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서울에서 학원 수가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소폭 줄어드는 동안 논술학원은 47%나 늘어났다. 논술 사교육 광풍이 불자 이제는 논술전형을 폐지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입시제도를 바꿔 입시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분야를 만들더라도 이를 위한 사교육은 존재한다. 없었더라도 입시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재빨리 생겨나게 된다. 공기업은 적자가 나도 유지되고 사기업은 적자가 지속되면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공기업보다 사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쫓아간다.

마찬가지로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떨어져도 (공교육의 목적이 오직 대학 진학만은 아니므로) 학교는 문을 닫지 않고 선생님은 월급을 받지만 학원은 수강생 진학 성과가 좋지 않으면 문을 닫거나 선생님 수입이 줄어든다. 입시제도의 변화에는 공교육 기관보다는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사교육이 훨씬 더 빨리 잘 대응하고 정보력도 뛰어나므로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교육을 줄이는 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달라지니 학부모는 긴장한다. 오죽하면 아이를 대학에 잘 보내는데 필요한 것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란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