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사망원인인 신경내분비 종양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질환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선 10만명당 3~5명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1500~2000명에 달한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진행이 느리고 비특이적 증상을 보이는 특성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편이다. 최근 전체 환자의 약 90%에게서 혈중 크로모그라닌에이(CgA) 농도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를 이용한 진단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단 어려운 ‘유암종’

신경내분비 종양 중 대표적인 증상은 유암종이다. 유암종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암과 유사한 종양이다. 소화관, 담관, 췌장, 기관지, 난소 등에 존재하는 신경성 내분비 세포에서 주로 생기기 때문에 ‘신경내분비 종양’이라고도 부른다.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의 경계가 불분명한 유암종은 약 70%가 위장관에서 발생한다. 위장관은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위·소장·대장을 모두 포함하는 기관이다. 미국 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유암종의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5명으로 전세계에서 매년 약 8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암종이 진행되면 설사·구토·복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초기 유암종의 경우 대부분 크기가 작고 증식 속도가 빠르지 않아 별다른 증상이 없다.


유암종이 초기에 생성하는 소량의 호르몬은 혈액이나 간의 효소에 의해 대부분 분해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조직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거나 간을 비롯한 기타 장기로 전이가 된 뒤에야 안면홍조, 빈맥, 저혈압, 폐색증상, 천명,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인지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유암종의 발병요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족력을 가졌거나 위축성 위염, 악성 빈혈, 졸링거-엘리스 증후군(췌장의 비베타세포에서 발생하는 내분비 종양), 흡연을 하는 경우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경내분비 종양의 생물학적 표지자는 크게 두가지다. 일반적인 신경내분비 세포에서 분비하는 물질과 종양의 특징적인 임상상을 결정하는 특이 물질이다. 이 중 크로모그라닌에이는 일반적 생물학적 표지자에 해당한다.

본래 유암종을 진단할 때는 세로토닌과 5-HIAA(세로토닌의 대사산물)가 유용한 생화학적 표지자였다. 그러나 세로토닌, 5-HIAA 농도는 유암종 환자라 하더라도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부분의 유암종 환자에게서 참고치 이상으로 증가하는 크로모그라닌에이 검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크로모그라닌에이의 신경내분비 종양의 발견을 통한 예측도는 90% 이상으로 보고된다.

물론 유암종이 아닌 다른 신경내분비 종양에서는 크로모그라닌에이 농도가 상대적으로 적게 증가하기 때문에 해당 장기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나 카테콜아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진단에 더 유용하다.

다만 모든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가 특징적인 임상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고 일부 종양은 침범한 장기와는 관련 없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점, 해당 장기에서 분비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간헐적으로 분비되면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 있어 혈청크로모그라닌에이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유암종 외에도 일부 전립선암, 소세포폐암 환자들 중 신경내분비 분화를 보이는 세포가 포함된 경우 혈중크로모그라닌에이가 증가할 수 있다. 크로모그라닌에이 농도가 높아지면 통상적인 호르몬 치료에 반응성이 떨어지고 예후가 나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크로모그라닌에이 검사 주목

크로모그라닌에이 농도는 유암종의 크기와 비례한다. 때문에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전이 확률이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이에 따라 크로모그라닌에이는 예후를 예측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치료 후 크로모그라닌에이가 참고치 이내로 떨어지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다시 높아질 경우 재발을 의심할 수 있다.

혈청크로모그라닌에이 검사는 설사·복통·기침·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권고된다. 만약 치료 후 추적 검사를 하는 동안 이전 검사보다 크로모그라닌에이 수치가 40~50% 증가할 경우 임상적인 의의가 있다고 보고 추가 검사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 승인을 받은 혈청크로모그라닌에이 검사는 이미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학회가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한 바이오마커 검사다. 모든 종류의 신경내분비 종양에 적용이 가능하고 생체검사 없이 혈액으로 간단히 검사할 수 있다.

신경내분비 종양은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기 쉽다. 수년간 잘못된 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다. 따라서 신경내분비 종양의 임상적인 진단을 위해서는 문진과 신체검사가 필수다. 이때 추가로 혈청크로모그라닌에이 등 바이오마커로의 검사를 진행해 확진 및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지거나 기침과 쉰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을 때, 장 혹은 방광 습관에 변화가 생겼을 때, 설명되지 않는 체중 증가나 손실 등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 보기를 권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