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AI와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펼친 송병구 선수 /사진=뉴시스

게임 ‘빅3’의 각양각색 AI전략
넥슨, 넷마블, 엔씨 등 적극적인 행보


#. 지난해 10월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열렸다. 인간 대표로 나선 프로게이머 송병구 선수는 AI와 4차례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4대0 인간의 압도적인 승리. 송씨는 경기 초반엔 AI가 우세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난이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게임에서 AI는 인간을 상대로 ‘놀아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게임개발사들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AI를 개발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주요 게임사를 중심으로 AI기술 개발이 업계의 이슈로 부각됐다. 겨우내 잠잠하던 게임업계가 AI를 만나 기지개를 켜는 상황. 게임업계가 AI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부으며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게임마니아들은 AI와의 대결보다 사람과 사람의 대결을 선호했다. AI는 적어도 게임에서 인간보다 한참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바둑처럼 상대방이 두는 수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찰을 통해 전략을 세우고 빌딩을 짓는 등 변수가 많아 바둑과는 다른 차원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며 “AI가 순간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진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게임업계는 AI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기술 개발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투입된 시간과 비용보다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수준의 AI를 구축, 적용한 게임도 결국 사용자로부터 외면받기 일쑤였다.
/자료=각 사

◆어뷰징 막고 맞춤형이벤트 도입

최근 게임업계는 AI기술 개발을 공표하고 별도의 조직을 신설, 인력보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변화의 선봉에 선 기업은 넥슨이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기존 AI 연구조직이던 분석본부를 ‘인텔리전스랩스’로 정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AI연구에 돌입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AI를 활용한 각종 게임기능과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한다.


넥슨은 AI 개발 이유를 철저하게 게임에 맞췄다. 특히 넥슨의 이상탐지기능은 AI를 게임시스템에 결합시켜 이용자의 게임패턴을 분석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는 어뷰징(이용자가 불법프로그램 등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을 근절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서든어택’, ‘마비노기’ 등에는 이미 적용을 완료했다.

넥슨 관계자는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게임 인프라에 적용 중”이라며 “AI를 통해 게임의 원활한 이용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아내고 빅데이터 기반의 유용한 시스템을 개발해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는 지능형 게임 개발과 개인별 게임 가이드, 과금형식 및 이벤트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사진제공=넷마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월2월 서울 구로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린 제4회 NTP 자리에서 “넷마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게임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같은 지능형게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한달 후인 지난 3월6일에는 AI 센터장에 이준영 박사를 영입, 본격적인 진용구축에 나섰다.

2014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AI 서비스엔진 ‘콜럼버스 프로젝트’도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이용자의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 넷마블은 우선 서비스하는 게임에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형식으로 이식, 이용자의 이해도나 과금방식의 차이를 감안한 AI서비스 엔진으로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가장 최근 AI 로드맵을 제시한 엔씨소프트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15일 경기도 성남 판교R&D센터에서 ‘NC AI 미디어 토크’를 개최하고 연구개발 현황과 비전을 소개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2011년부터 AI 기술을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분야를 크게 AI와 자연어처리(NLP)로 세분화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강화학습, 딥러닝, 시뮬레이션부터 질의응답, 대화기술까지 AI 관련 모든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야구정보 서비스 ‘페이지’를 시작으로 AI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접목시킬 방침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아날로그시대가 프로그래밍 기반의 디지털시대로 전환됐듯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러닝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엔씨는 AI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빠르게 다가오는 AI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정선 엔씨소프트 NLP 센터장. /사진제공=엔씨소프트

◆경쟁력·먹거리·비용, 다 잡는다

잇따른 게임업체의 AI 진출 소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AI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게임사들이 AI기술 개발에 나서는 이유로 게임 자체의 경쟁력 향상과 미래먹거리 확보, 게임개발비용 절감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테스트베드인 게임과 잘 어울리고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앞으로 AI기술과 데이터베이스의 양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며 “AI기술이 고도화되면 게임업체가 단순히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게임서비스 이외에 야구정보 제공서비스를 추진하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