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편안하게 행장실에 앉아서 집무를 보는 시중은행장은 찾아볼 수 없다. 은행장들이 해외 현장으로 직접 나가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해외 현장경영에 집중하는 것은 수익 다변화를 위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가계대출 억제를 목표로 하는 신총부채상환비율(신DTI)에 이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 비율) 규제 등 정부의 전방위 대출 ‘옥죄기’에 여신 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태다. “현재의 금융상황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고 해외로 나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은행장들의 공통된 문제인식이다.


◆동남아 시장 현장경영 가속도

은행장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지역은 동남아 시장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50%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있고 매년 모바일시장이 15∼18%씩 성장하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이 5월2일 필리핀을 출장길에 나선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이 목적이지만 은행장들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현지 영업 상황 등을 두루 살피기 위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위 행장과 함 행장, 김 행장은 총회 참석 후 필리핀 현지 마닐라 지점을 방문해 영업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특히 위 행장은 필리핀 현지은행 인수 과정을 점검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 지분 20%를 매입하기 위해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현재 협상 지연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행장은 최근 문을 연 베트남 하노이지점과 미얀마 소액대출회사 등을 돌아볼 계획이다. 이어 5월 중 인도, 베트남 등을 방문해 추가 지점 개설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 행장은 지난 4월2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순방했다. 허 행장은 미얀마에서 건설부장관, 중앙은행 고위관계자등과 면담을 갖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으며 현지법인을 방문해 고객과 직접 소통했다. 그는 캄보디아에서도 중앙은행 및 주요 현지 금융기관 고위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김 행장도 지난 1월 캄보디아 중앙은행의 부총재를 만나 기업은행이 보유한 중소기업금융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조속한 인가를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12일 기업은행은 캄보디아의 프놈펜 사무소가 현지 중앙은행(NBC)으로부터 지점 설립 내인가(예비인가)를 받았다. 2016년 8월 지점 설립 인가 신청 후 지지부진하던 인가 취득이 김 행장의 캄보디아 ‘담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ADB총회에 불참하는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동남아로 향한다. 손 행장은 5월 중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기업설명회(IR)을 통해 외국인투자자를 만날 계획이다. 그러면서 동남아 여신심사본부 후보지도 둘러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연내 해외서 현지 기업에 대한 기업여신을 심사하고 바로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할 계획이다. 후보지로는 IR이 진행되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거론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올해 금융권도 동남아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만큼 은행장들의 현장 경영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통한 해외시장 개척

CEO의 진두지휘에 따라 은행들은 그동안 축적한 해외 진출 노하우를 통해 동남아시장에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자사의 역량과 현지시장 여건을 면밀히 따져 수익이 날 수 있는 영역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이다.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에 빅데이터 기술을 덧씌운 마케팅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6년 9월말 글로벌 디지털뱅크 ‘리브 KB 캄보디아' 출시를 기점으로 디지털뱅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리브KB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개발한 충전식 지갑 기반의 해외 전용 모바일 뱅크로 계좌이체, 송출근로자 간편 해외송금, P2P(개인간 거래)결제 등의 간편하고 빠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이다.

리브 KB캄보디아는 출시 후 시범운영기간 동안 회원수 1만명을 확보했으며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현지 1, 2위 은행인 아클레다은행, 카나디아은행 등과의 제휴 확대, 현지 대학생 등 젊은층 고객 대상의 공격적인 마케팅 추진으로 본격적인 회원 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 모델을 오프라인과 연계해 미얀마, 베트남 등에 확장 진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난해 2월 은행권 최초로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설립한 법인의 자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캐시 풀링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지 시장에서 최상의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한 현지고객 증대에 목표를 맞춰 인력, 조직,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별로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분투자·인수합병(M&A) 등 유연한 진출 전략을 통해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전략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Inorganic(비유기적·현지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식) 성장도 가속화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은 삼성 등 국내 유수의 기업이 진출한 베트남에서도 공격적인 확장을 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1월 영업을 개시한 우리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은 채널과 상품 등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인 현지영업 추진으로 조기에 베트남 외국계은행 중 선두권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법인은 기존 하노이, 호치민 지역 외에 베트남 북부지역인 박린, 하이퐁 지역과 남부지역인 동나이, 빈증 지역 등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법인설립 이후 매년 5~7개 네트워크를 신설해 단기간에 약 2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위주로 은행업뿐만 아니라 현지 금융기관 지분투자와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투자를 통한 비은행 부문에 대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단독 네트워크를 설립하지 않고 지분투자 방식을 선택한 것은 리스크를 최소화 한다는 장점 때문이다. 앞으로 미얀마 법인과 투자은행(IB)업무를 주력하는 홍콩의 법인을 통해 비은행 분야 투자를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