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6명을 신규 위촉했다. 공익위원 김성호 상임위원의 임기는 내년 6월9일까지다. 이들은 지난 17일 첫번째 회의를 열고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착수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인상됐다.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려면 앞으로 2년간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이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역효과에 정부도 ‘혼선’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와 사용자 측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캐스팅보트는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들이다. 노동부가 최근 새로 임명한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진보성향, 노동계, 문재인 캠프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대폭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용과 임금부문에서 뚜렷한 이상 시그널이 나오는 만큼 구조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거센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워서다. 당장 정부 최고위층에서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는 발언과 상반된 주장이다.

현실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비원수를 줄이는 아파트단지가 늘어났고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편의점·음식점업계에선 고용 축소, 영업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한 곳이 늘었다. 외식프랜차이즈업계는 제품 가격인상, 배달료 추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수는 2686만8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2만3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취업자수는 42만명 늘었는데 3분의1 이하로 급격히 위축된 셈이다. 또 전년동월 대비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수는 8만8000명 감소했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일용직 취업자수는 9만6000명 줄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18년 1분기 알바 소득지수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아르바이트생의 월평균 소득은 73만3054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40~50대는 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크게 줄며 소득이 20% 이상 줄었다.

지난해 1분기 40대와 50대의 주간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5.3시간, 29.5시간이었지만 올 1분기에는 각각 17.5시간, 18.6시간으로 7.8시간, 10.9시간씩 감소했다.

정부가 기대했던 소득주도 성장의 사이클은 ‘최저임금 인상→피고용자 수익 증대→내수활성화→고용주 수익 증대’였지만 현실은 ‘최저임금 인상→고용 축소→고용주·피고용자 수익 동반 감소’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곳이 적지 않다.

◆산입범위·주휴수당 조정론 우세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상여금과 숙식비 등 기타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15일 ‘최저임금, 현장에서 답을 찾다’ 토론회에서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선 공익위원이 작심하고 급격하게 올려 충격이었다”며 “산입범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은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약 47만개가 줄었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르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소득이 올라 소비가 증가해야 하지만 결과는 노동 수요를 줄여서 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 소비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산입범위 정상화와 별개로 주휴수당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거나 1일치 임금을 추가로 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9045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8051원)·일본(8497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 중에선 주휴수당을 의무화한 나라가 없고 주휴수당이 있는 대만의 경우 최저임금 시급에 이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료와 퇴직금을 감안하면 실제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667원으로 문 대통령이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한 편의점주는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주휴수당, 4대 보험료 등 임금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기타수당 부담이 큰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다시 큰 폭으로 오르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에선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2년 연속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역효과가 상당한 만큼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임금 구조와 인상폭에 대한 조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1호(2018년 5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