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노숙인과 노숙위기계층 1045명에게 2~6개월의 월세를 지원했다. 이 중 861명(82.4%)은 주거지원 종료 이후에도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생활비 등 지원제도를 마련했지만 서울역과 광화문, 시청역 일대는 여전히 많은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 거리노숙인은 152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밖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는 이들과 관련해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노숙인을 만났다. <편집자주>
16일 서울역 앞 계단에 노숙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강산 기자 "어이 총각. 담배 한 개비만 줘봐."
지난 16일 오후 기자는 노숙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 서울역 앞 계단에 앉아있던 노숙인이 기자에게 손짓을 했다. 담배가 있냐고 묻는 노숙인의 말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그 노숙인은 왜 피하냐며 시민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기자는 그에게 다가갔다. 몇개월 전까지 막노동을 했다는 A씨(48)는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왜 사람이 말을 하는데 무시하는지 모르겠다”며 “담배 하나 달라고 하는 게 죄인가”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담배와 술이 왜 필요한지 묻자 "술 담배 싫어하는 사람 있나. 서울역 내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밖에서 자주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시설에 가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가본 적이 있지만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밖에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역 안으로 들어가봤다. 역 내 계단에 누워있던 B씨(50대 추정)는 ‘대화를 할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경쓰지 마라. 어떤 이유로 (나에 대해)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질문하지 말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종각역으로 이동했다. 종각역 내 바닥에 앉아있던 C씨(75)는 ‘도움이 필요하나’라는 기자의 물음에 “괜찮다. (가족, 돈 문제 등) 계속 압박을 받는 것이 힘들 뿐 도움은 필요 없다”고 답했다. 가족에 대한 질문 등이 이어지자 C씨는 “아프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기자가 만난 노숙인들은 대부분 술에 취해있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대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느낀 감정은 이들이 사회와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노숙인 1만명 시대… 거리노숙인 1522명
16일 서울역 앞에 노숙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강산 기자 2017년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안)'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거리노숙인이 1522명으로 나타났으며 이용시설(일시보호시설) 노숙인 493명, 생활시설(자활·재활·요양) 노숙인 9325명, 쪽방주민 6192명으로 조사됐다.
노숙인 중 남성은 73.5%, 여성이 2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쪽방주민 중에서는 남성이 80.8%, 여성이 19.2%였다.
생활시설노숙인의 경우 50대의 비중이 33.4%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60대(27.5%), 40대(17.8%), 70대(11.1%) 순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4.1%로 나타났고, 특히 노숙인 요양시설에는 노인이 가장 많은(31.0%) 것으로 파악됐다.
생활시설노숙인 중 20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의 비율은 7.7%로 나타났으며 노숙인자활시설에 청년이 가장 많은(15.4%) 것으로 조사됐다.
◆그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
20일 서울역 앞 계단에 노숙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강산 기자
노숙인, 쪽방주민 중 표본으로 추출된 2032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 이들이 노숙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개인적 부적응 또는 사고(54.2%)'로 밝혀졌다. 이어 경제적 결핍(33.4%), 사회적 서비스 또는 지지망 부족(6.4%) 순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인 원인으로는 ▲질병 및 장애(정신질환) 25.6% ▲이혼 및 가족해체 15.3% ▲실직 13.9% ▲알코올 중독 8.1% 등의 순이었다.
노숙인의 약 40%가 음주를 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29.3%가 주 2~3회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8.5%는 4회 이상 음주를 한다고 응답했다. 알코올 의존성 평가도구(CAGE)에 따른 문제성 음주자는 전체 음주자의 45.3%에 달하고 음주빈도와 음주량에 따른 문제성 음주자는 70.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숙인이 노숙을 하는 친구 및 동료와의 관계가 폭넓을수록 음주를 자주,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 관계자는 "개인적 부적응을 이유로 거리로 나온 이들을 무작정 비난하면 안된다. 정부의 노력으로 노숙인의 수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노숙인은 많은 상태"라며 "알코올 중독이나 심리전 불안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