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상인이 휑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사진=강영신 기자

“선거철에만 찾아올 게 아니라 이런 때 와서 현장을 봐야지.”

서울의 기온이 38.8도로 기상관측 111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수립한 1일 낮 12시30분. 머니S는 광장시장을 찾았다. 이곳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손님이 지난해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며 “아침에 나와서 종일 얼음만 갈다가 집에 간다. 얼음값이 더 나온다”며 혀를 찼다.


그는 최근 생선값도 많이 올라 장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한다며 “정치인이 이런 때 찾아와서 현장을 봐야 하는데 선거 때만 표 구걸하러 온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전통시장이 죽어나가는데 이렇다 할 대책도 없고 시의원 한명이라도 찾아온 적이 없다”면서 자신이 밥도 사주고 시장도 안내해줄 테니 제발 전통시장에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이날 100년 전통의 광장시장은 먹거리골목을 제외하고는 한산했다. 시장에 들어서면 아케이드가 강렬한 햇빛을 막아줘 밖보다는 시원한 편이었다. 그러나 가게에서 휑한 거리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깊은 수심이 서려 있었다. 

광장시장 상인들은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폭염이 3주째 이어져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시장 차원에서도 별다른 대책이 없고 장사는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휴가를 간다고 했다.


광장시장에서 육회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놓는데 손님이 너무 줄어서 전기세도 안나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요즘에는 매대에 진열도 조금만 한다. 안 팔리면 버려야 하니까…”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광장시장 별관에서 한복가게를 운영하는 C씨도 죽지 못해 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장사 안 되기는 매한가지”라며 폭염뿐만 아니라 경기불황의 영향이 크다고 얘기했다.


C씨는 “개시도 못하는 가게가 널렸다”며 “어떤 데는 임대료를 못내서 대출까지 받는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광장시장 전체가 하락세라며 “요즘은 밥도 안 사먹고 집에서만 먹는다”고 한탄했다.

한산한 광장시장 골목./사진=강영신 기자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D씨도 요즘엔 단골손님을 제외하곤 반찬을 사가는 사람이 없어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폭염으로 손님이 줄어든 것도 걱정이지만 반찬을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서 힘들다고 말했다.

과일가게와 채소가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과일가게를 하는 E씨는 더워서 썩는 과일이 생기는데 그냥 버리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해 애가 탄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여름 최악의 폭염으로 작황이 나빠 과일·채소값이 크게 오르다 보니 손님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

옷가게를 하는 F씨는 “2시간 동안 손님이 한명도 안 왔다”며 “요즘 폐업하는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 영향도 크지만 경기불황 때문에 몇년 전부터 시장 자체가 하락세”라며 “예전에 가게가 1000개 있었다면 지금은 300개만 남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뒤쪽 골목에는 문 닫은 가게가 많다며 사진은 거기 가서 찍으라고 안내까지 했다.

그는 먹거리골목도 손님이 반토막 났다며 그나마 관광특구여서 외국인관광객이 다니는 관계로 사람이 있어 보이는 거라고 설명했다.


광장시장에서 화재관리를 하는 H씨는 “밤 12시가 넘어도 사람이 꽤 있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밤 10시만 돼도 불이 다 꺼진다”며 손님이 3분의1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부가) 자꾸 적폐니 뭐니 하는 것만 들춰낼 게 아니라 경제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옷가게 F씨의 얘기에 시민 I씨는 “내가 다 시원하다”고 거들며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점심을 먹으러 광장시장에 들른 J씨는 “언론도 폭염으로 시장이 죽는다는 내용만 다룰 게 아니라 뭔가 실질적인 걸 이끌어내야 한다”며 전통시장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게가 모두 문닫은 광장시장 골목. 개중에는 휴가를 간 곳도 있지만 폐업한 곳도 있다./사진=강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