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시장의 전국단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소주를 인수한 신세계 등 ‘뉴 플레이어’의 등장과 지방소주의 수도권 진출, 수도권소주의 지방권 공략 등이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올 상반기에도 10개사가 치열한 점유율 확대 경쟁을 펼친 가운데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하이트진로(참이슬)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수도권 진출을 노리던 지방소주는 기반지역에서도 점유율이 내려앉는 등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스1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하이트진로, 업계 선두 다지기
닐슨 리테일 인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주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특히 PET시장이 11.3% 성장하며 전체 소주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하이트진로 ‘참이슬’이다.
참이슬은 국내인구 과반이 집중된 수도권을 기반으로 저도화 트렌드와 과일과즙 첨가 리큐어 등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며 압도적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4월 대표상품 ‘참이슬fresh’를 리뉴얼(알코올 도수 17.7도→17.2도)하고 6월에는 향과 풍미가 뛰어난 증류 중간원액만 모아서 냉동 여과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한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일품진로1924’를 출시하는 등 제품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상반기 하이트진로 소주부문 매출액은 5229억원, 영업이익은 62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24.2%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참이슬은 영·호남권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먼저 영남권의 경우 업계 1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소비자의 입맛에 적합한 지역 특화브랜드인 ‘참이슬 16.9’ 출시를 통해 저도화 트렌드의 시발지에서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호남권에서도 통합된 영업망을 바탕으로 참이슬의 판촉활동을 강화하면서 판매량이 확대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산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젊은층을 대상으로 참이슬 클럽파티 등 찾아가는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실시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부산에서의 성공적 영업·마케팅을 호남권에도 지역 맞춤형으로 적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참이슬의 뒤를 잇는 업계 2위는 롯데주류 ‘처음처럼’이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처음처럼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차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주류 매출은 3637억원으로 이 중 절반가량이 소주부문 매출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처럼 매출은 약 3000억원으로 올 상반기에는 이보다 성장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년 동기(3747억원)와 비교하면 롯데주류 전체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이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부문은 성장했지만 고가제품인 위스키 등의 실적이 좋지 않아 전체 매출이 소폭 줄었다”며 “소주·맥주부문은 올해 내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머니S 디자인팀 ◆무학·보해양조, 지역 위상 추락
‘좋은데이’를 앞세워 수도권 공략에 나섰던 영남권의 패자(覇者) 무학은 주춤했다. 상반기 소주부문매출이 944억원으로 전년 동기(1276억원) 대비 26.0%나 줄었고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한 것.
한때 처음처럼을 바짝 추격하며 업계 3위로 주목받았지만 수도권 공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텃밭인 부산지역 판매량까지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좋은데이로 부산 소주시장 선두에 올랐던 무학은 지난해 9월 대선주조의 ‘대선소주’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무학은 지난해 초 75% 수준이던 부산 지역 점유율이 대선주조의 공세에 밀려 30%대로 추락한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남 지역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지방권 영업 확대 영향 등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호남권의 대표 주류업체 보해양조도 고전했다. ‘잎새주’를 앞세운 소주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198억원으로 전년 동기(304억원) 대비 34.9%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지난 1월부터 임직원들이 매달 임금의 10~30%를 반납하고 마케팅·영업비용을 대폭 줄인 결과다.
매출 감소세가 뚜렷한 가운데 마른수건 쥐어짜기 방식으로는 실적 반등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해양조는 2000년대 중반까지 지역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최근 참이슬 등에 밀리며 5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을 석권한 지역기반 소주업체가 수도권 공략에 집중하다 오히려 텃밭까지 내주고 있다”며 “참이슬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빼앗긴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