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 사진제공=LG화학
국내 정유·화학업계에 ‘에틸렌’ 바람이 분다. 에틸렌을 원료로 한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정유·화학업계의 먹거리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이에 각 기업은 관련 부문에 선제투자하며 적극적인 생산능력 확보에 나섰다. 전통 화학사뿐만 아니라 정유사까지 에틸렌에 사활을 걸며 업종간 경계를 무너뜨린다.

◆화학사업 확대하는 정유사

에틸렌은 석유화학공업의 핵심이 되는 기초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린다. 나프타를 열분해하거나 접촉분해한 가스에서 주로 뽑아낸다. 천연가스, 정유공장가스 등으로부터 에탄을 추출·복합해 만들기도 한다.


에틸렌은 중합과정을 거쳐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되며 다시 가공과 성형을 거쳐 플라스틱, 고무, 섬유 등으로 탈바꿈한다. 이 소재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설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용된다. 특히 도시화·산업화가 진행 중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석유화학산업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최근 에쓰오일(S-Oil)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일환으로 연간 150만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에 2023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설비다.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새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에쓰오일은 대규모 단일 설비를 갖춰 경제성과 운영 효율성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국내 4위로 올라선다.


앞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납사분해시설(NCC) 사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올레핀 생산시설을 건립할 방침이다. 연간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은 국내유통은 물론 해외로도 수출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이번 투자로 석유화학사업 영역을 확대,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한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을 통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50만㎡ 부지에 연산 75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시설을 건설할 방침이다. 이 공장은 2021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는 정유업계에서 SK이노베이션만이 자회사인 SK종합화학에 NCC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이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면서 정유 4사 모두 에틸렌 생산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화학업계도 앞다퉈 증설

롯데케미칼타이탄이 에틸렌 생산설비 / 사진제공=롯데케미칼
국내 화학사들도 잇따라 설비를 증설하며 입지 강화에 나섰다. 에틸렌 기준 연산 220만톤으로 국내 1위 생산기지를 보유한 LG화학은 충남 대산공장의 NCC 생산능력을 23만톤 증설 중이다. 또 최근 전남 여수공장 확장단지 33만㎡ 부지에 2조6000억원을 투자, NCC 80만톤 및 고부가 폴리올레핀(PO) 80만톤을 증설하기로 했다.

2021년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NCC 생산능력은 에틸렌 생산량 기준 현재 220만톤에서 330만톤으로 급증한다. LG화학은 앞으로도 에틸렌 등의 기초원료에서부터 촉매, 최종 제품까지의 수직계열화를 더욱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기초소재분야 핵심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과 함께 화학업계 1위를 놓고 경쟁 중인 롯데케미칼도 공격적인 에틸렌 설비 증설에 나섰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대산, 여수 공장에서 에틸렌 210만톤을 생산 중인데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에탄크래커공장(ECC)이 완공되면 총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을 본격 가동하면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7위로 올라선다.

한화토탈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대산공장에 에틸렌 31만톤 라인을 증설, 현재 연산 109만톤과 합쳐 총 140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천NCC를 통해 195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한 대림산업은 올 초 태국 PTT 글로벌 케미칼의 미국 자회사와 공동으로 미국 내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추진, 에틸렌을 생산하는 ECC와 이를 활용해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해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석유화학단지가 완공되면 연간 150만톤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석유화학단지가 완성되면 대림산업은 한국의 YNCC 공장을 포함해 총 345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와 아시아 등 수출시장별 맞춤 전략을 실행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에틸렌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 각국이 에틸렌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추세”라며 “지금까지는 에틸렌 수요가 공급을 앞서 호황을 누렸지만 각국의 물량이 쏟아질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