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한별 기자

지난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2500만원을 돌파하면서 전세계가 암호화폐 열풍에 휩싸였다. 그 여파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각계의 관심이 쏠렸다. 온라인 환경의 최대 약점인 해킹문제를 보완한 블록체인기술은 미래 인터넷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인터넷 공간에서 ‘디지털 원본’을 보호하는 이 기술이 디지털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태동한 ‘코인 이코노미’는 실물 화폐경제의 폐해를 보완할 것이란 기대감에 전세계 투자자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불러온 급작스런 환경변화에 제도권이 바짝 긴장했고 정부도 암묵적 규제를 강화하며 암호화폐시장을 옥좼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한탕주의 투기세력은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잠적하기 일쑤고 일확천금을 노리던 사람들은 보상받을 수 없는 투자실패에 좌절하고 있다.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에게 블록체인산업의 전망과 정부의 역할, 남북 간 블록체인 도입 이슈 등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김 이사장은 블록체인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인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블록체인기술을 공공영역에 한정시키고 있다"며 "비공공영역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절적 사고 벗어나야 

- 현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동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혁신으로 산업계 파이를 키우는 성장의 관점도 견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록체인혁신이 각종 영역에 접목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블록체인기술 활용을 공공부문에 한정시키는 느낌이다. 민간영역으로 블록체인기술을 확장해야 혁신이 따라온다.

블록체인기술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모른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일례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블록체인이 인터넷보다 10배 이상 큰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며 집중 육성하고 있다. 사실 탈중앙화가 핵심인 블록체인기술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상극 아닌가. 그럼에도 중국은 이미 미래를 간파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절적으로 해석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게 ‘철학의 빈곤’ 아니겠나. 

- 블록체인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내년 예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가 사회복지다. 블록체인기술은 바로 이 사회복지분야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육아수당, 아동수당 등을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화폐로 지급해 복지를 확대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복지기재'로서 훌륭한 대안이다.

- 소득주도성장과 블록체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나.


▶그동안 우리 경제는 대기업 투자를 통해 낙수효과를 노렸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체득했다. 이제는 역으로 개개인의 기본소득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려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동의한다. 여기서 나아가려면 블록체인기술의 비공공영역 확대가 시급하다.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를 빨리 철폐해야 한다. ICO(가상화폐공개)를 개방하든 거래소 규제를 완화하든 글로벌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여야 한다.

-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지난해 암호화폐시장이 활활 타오를 때 정부가 너무 많은 규제책을 썼다. 비트코인 가격도 하락세며 흥행률이 떨어지니 ICO를 하겠다는 곳도 이제 별로 없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을 매력적으로 본다. 정부가 이런 부문을 감안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데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를 이끄는 철학이 너무 윤리적 측면에 치우쳐 있다. 무조건 틀어막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 정부가 블록체인기술에 관심이 없는 건가.

▶냉정하게 보면 블록체인기술은 아직 100% 완성되지 못했다. 이 점이 정부가 블록체인기술 활용에 적극 나서지 않을 변명거리를 준 셈이다. 실제로 ICO 흥행이나 블록체인 상품화에 성공한 게 없지 않느냐. 또 한가지를 들자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사드문제 해결, 최근에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등으로 너무 정신이 없다. 정책을 내면 반발여론이 워낙 거세지 않았나. 새로운 정책을 내는 데 있어 주눅이 많이 든 것 같다.


정부가 암호화폐 쓰는 시대 올 수도 

- 블록체인시장을 어떻게 보나.

▶정부의 아쉬운 행보에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말에만 해도 모든 사람이 블록체인하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떠올렸다. 실제로 엄청난 투기광풍이 불지 않았나. 여전히 일부 투기세력이 존재하지만 많이 사라졌다. 블록체인을 암호화폐 정도로 보던 시각이 점차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 블록체인 기술에 호의적인 노웅래 의원과 민병두 의원이 각각 과기정통위원장과 정무위원장에 선임돼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 블록체인이 활성화될 시점은 언제인가.

▶블록체인시장은 여전히 초기단계라 시행착오가 있다. 본 게임은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 상품화와 함께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오면 정부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물론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보는 측면도 있다. 냉정하게 보면 블록체인기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국내 연구수준도 해외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국내 현실에 맞는 성장속도가 있다.

- 스마트시티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마트시티는 국토부부터 산자부, 과기정통부, 행자부 등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다. 관계부처가 많은 만큼 정부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구에서 권영진 시장이 교수들과 협력해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 중인데 민간영역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려면 정부의 힘이 필요하다.

- 암호화폐시장의 전망은.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앞으로 점차 좋아질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환율불안정이 지속되면 정부도 머지않아 비트코인을 사둬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이미 전세계에서 활성화됐지만 국내만 침체됐을 뿐이다. 암호화폐별로 보면 올 하반기 비트코인은 가격도 오르고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반면 기능이 어중간한 이더리움은 고전할 수 있다. 양자택일 관점에서 보면 굳이 저가인 이더리움보다는 고가인 비트코인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이더리움을 대신할 암호화폐가 생긴다면 국내시장도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 블록체인협회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데.

▶협회 출범 1년째지만 여전히 사단법인 승인이 나지 않았다. 과기부에 승인 요청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하도 답변이 안 와 관련 국회의원에게 물어보니 협회에 암호화폐거래소가 소속돼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가가 암호화폐 허가를 내주고 세금을 걷으려고 하면서 거래소가 협회 안에 있다는 이유로 사단법인 허가를 안 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과기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블록체인과 관련된 이슈가 생기면 우리에게 문의한다. 하지만 승인은 별개라는 입장을 보여 난감하다.

- 사단법인 승인이 안돼 어려운 점은.

▶사단법인 승인을 통해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려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예산지원이 된다고 해도 받을 생각이 없다. 예산이 지원되면 정부 개입이 심해질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협회에 가입한 기업들로부터 협회비를 받을 수 없는 점이다. 현재 협회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굵직한 대기업들이 가입했지만 협회비를 받을 수 없다. 대기업들이 사단법인이 아니면 결제처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정부가 블록체인에 부정적인 이유는.

▶대통령께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노무현 정권 때 사행성 도박으로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 정도로 생각한다는 얘기가 있다. 또 최근 블록체인 관련 TV토론회가 많이 열리지 않았나. 유시민 작가가 토론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말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 블록체인 관련 협회가 난립한다는 느낌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 입장도 이해는 된다. 협회가 워낙 많아 사단법인 승인을 몇개까지 내줘야 하는지 고민될 수 있다. 특정 협회만 승인을 내주면 '우린 왜 안 해주나'라는 뒷말이 나온다. 하지만 일단 정부가 승인을 내주고 예산지원 없이 협회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블록체인 사업 공모가 있으면 협회끼리 경쟁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춘 협회만 남지 않겠나.

남북 경제협력 활용은 시기상조

-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에 암호화폐가 기여할 수 없나.

▶남북한 사이에 과학기술이 끼어들면 현재 남한이 행하는 북한 지원의 순수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대북지원은 우리 동포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전제 아래 진행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블록체인기술은 손안의 휴대폰을 은행으로 만들 수 있는 복지기재다. 남한 지원에 기술이 연관되면 복잡해진다. 미국과의 관계도 있다. 일단 미국이 문제를 삼지 않는 범위에서의 지원이 이뤄진 다음 과학기술협력과 기술교류를 진행해야 한다. 남한의 지원이 금융이나 해외송금 같은 도구로 얘기되는 순간 역으로 남한정부가 피해를 볼 수 있다.

- 남북 간 블록체인 기술 협력 논의 가능성은.

▶남북 간 블록체인기술 협력은 정치적으로 한국 정부에 좋을 것이 없다. 아직 종전선언도 안 했는데 남북이 기술적 논의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 남북이 직접 만나 협의하는 것보다 제3국이 주도권을 잡고 세미나를 열어 남북을 초청하는 형태가 낫다고 본다. 그런 역할을 러시아가 할 수 있다.

- 러시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러시아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이와 관련 오는 11월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에스토니아 등 블록체인기술에 관심이 많은 나라들과 함께 공동세미나를 계획 중이다. 우리쪽 관계자가 러시아로 넘어가 구체적인 답변을 받아왔다. 앞으로 국내에서 누가 참여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올 가을에는 블록체인 이슈 관련 재밌는 일이 많을 것이다.

☞프로필
▲1963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국제관계연구학 박사 ▲서울시 정무부시장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일자리창출 특별위원회 위원장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