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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가 위태롭다. 국내총생산 순위는 2005년 세계 10위로 정점을 찍은 뒤 12년째 11~15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할 방법은 무엇일까. <머니S>가 민간경제연구소와 대학의 경제전문가 15명에게 그 키워드를 물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키워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경제도약의 실질적 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머니S>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경제 재도약 키워드’ 조사에서도 양극화 문제 해소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는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과 선순환 성장사이클 방안 마련 등이 제시됐다. 특히 과거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고도성장정책을 버리고 저성장기조에 맞는 '지속성'에 초점을 맞춰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양극화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사회자본 확충을 위한 중장기 정책대응방향세미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그로 인해 사회자본축적이 저하될 위험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 확보와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정책의 연착륙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속가능성장의 바탕 '격차 해소'
김도영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중소기업의 균형발전 등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국민의 소득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안정성의 기반을 구축한다”면서 “결국 양극화 해소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조짐을 보인다. 근로자가 소득편차가 적은 제조업에서 편차가 큰 서비스업종 등 비제조업으로 내몰리면서 양극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중 소득금액 기준 상위 0.1% 기업 695곳의 소득금액 총액은 179조2000억원이었다.
이는 상위 60%에 해당하는 41만7264개 기업 전체의 소득금액 330조338억원의 54.30%를 차지하는 액수다. 또 이들 중 상위 10%에 속하는 6만9544개 기업의 소득금액 총액은 304조4622억원으로 41만여 기업의 소득금액 중 92.25%를 차지했다. 나머지 34만7720개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 소득의 7.75%를 나눠 가진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업간 소득격차는 개인의 살림살이 문제로 직결된다. 지난해 소득 천분위 자료(2016년 귀속)에 따르면 상위 0.1%의 근로소득 총액은 11조7093억원으로 전체 1774만98명의 소득 439조9935억원의 2.66%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25%인 443만5025명의 총 근로소득은 11조7257억원으로 2만명도 되지 않는 상위 0.1%의 소득과 같은 수준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시달리는 셈이다.
곽동철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양극화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의존하는 사업구조 등 대·중소기업간 문제점 해결과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수 중심 '복지·소득' 증대를
기술의 양극화도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의 기술경쟁력 상실이 한국경제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며 기술 양극화를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가시적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이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익명을 조건으로 설문에 응답한 A경제연구소 B실장은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되 낙오자 보호를 위한 사회복지 강화로 양극화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도 하위계층의 소비여력이 상실된 점에 주목한다. 소비시장이 위축되면 기업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고 결국 경제성장동력이 급속히 약화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운 배경이다.
지난해 LG경제연구원이 펴낸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 여건과 정책효과 제고 방안> 보고서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경제는 그동안 수출에 의존해 성장했지만 글로벌시장의 변화로 이른바 '수출입국'이 통하지 않는 만큼 내수를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소비부진 요인이 내수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로소득 증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저성장시대에 맞는 양극화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빠른 경제성장 패턴에 길들여졌지만 앞으로는 속도보다 지속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패턴을 시장에 정착시키려면 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활성화정도는 1.4%에 불과해 벨기에 10%, 프랑스 9% 등 유럽연합(EU) 평균 6.5%에 비해 크게 낮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만들고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시장진입을 지원한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정책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며 반발한다. 신자유시장체제에 따라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자유시장체제로는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를 완화 또는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시장개입이 늘어난 건 그만큼 우리 경제의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며 단기적으로 볼때 분명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선순환 성장사이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장기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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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