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PU) 소속 노조원들은 지난 6월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철회와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을 요구했다. /사진=뉴스1 윤다정 기자

순조롭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사측간의 임금협상 갈등이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신임 위원장이 당선된 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최근 총수일가 ‘갑질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빠르게 끝날 것 같던 임금협상이 다시 위태로워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사측간의 2017년도 임금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2017년 임금협상 관련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조합원 투표를 거쳐 최종 부결됐기 때문.


노사가 도출한 2017년 임금조정 합의서에는 ▲기본급은 각 직급별 초임 3.0% 인상 ▲기종별 비행수당 단가 3.0% 인상 ▲인천공항 제2여객청사 정착 및 델타항공 조인트벤처 출범 격려금 명목 상여 50% 등이 포함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조합원수 1065명 가운데 76.1%인 811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508명(62.6%)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김성기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일반노조와 임금인상률이 같은 %라고 조합원이 느낀 부분과 위원장의 소프트한 방식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있다”며 “또 기정이나 직급별로 자신들 것은 챙겨주지 않았다는 오해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총수일가 갑질 논란으로 잃어버린 신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김 위원장 선임 이후 임금협상에 급물살을 탔다.


강경 노선으로 일관했던 과거와 달리 회사와 대화를 강조한 김 위원장은 600여일간 지속됐던 2015~2016년 임금협상을 취임과 함께 신속히 종결시켰다. 당시 조합원들도 회사와의 오랜 갈등에 지친 탓인지 그를 뒤따랐다.

하지만 2017년 임금협상의 상황은 또 다른 분위기다. 지난 4월 조현민 물컵갑질 논란이 터지면서 협상이 흐지부지해졌고 직원들이 오너가에 저항하면서 반감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 정서가 조현민 물컵 사건 겪으면서 과거 감정(강경 노선)이 다시 휩싸인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분명한 것은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공항사업장 대표자협의회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상황이 변함에 따라 김 위원장도 기존 화합 분위기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파업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방적 강경 노선으로 싸움을 안 하려고 했는데 조합원이 분노를 표출하면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기조로 갈 수 없지 않나 싶다”며 “여력이 된다면 효과가 없어도 파업이라는 것 자체가 회사에 부담일 수 있기 때문에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회사 측에 저항해 파업권을 발동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는 조종사노조 소속 약 1100명에 비조합원 700명, 새노조 소속 600명, 외국인 400명 등 총 2800명이다. 하지만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1회 파업 시 최대 200명 밖에 참여할 수 없어 제한적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 17일에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공항사업장 대표자협의회는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필수공익사업장 폐지를 통한 노조 파업권 확보를 주장했다.

올해도 약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노조의 강경 성향 부활과 조합원들의 불만 고조 등이 지금 당장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은 2017년이 정체됐고 2018년 협상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7~2018년 2개가 남았는데 협상 관계자들이 회사 윗선의 눈치를 보고 조용히 있으면 올해 안에 안 될 수 도 있고 새로운 것을 제시하면 순식간에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