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소멸 및 대주주 변경 등 최근 신상에 변화가 생긴 생명보험사 중 1989년에 출범한 곳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DB생명 및 동양생명에 합병된 구 태평양생명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동양생명, 합병·매각 점철된 29년

동양생명은 현재 매각 가능성이 높은 생보사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89년 동양메이저(현 ㈜동양)와 미국의 뮤추얼 베너피츠 라이프 인슈어런스사가 공동출자해 설립됐다. 사명은 동양베네피트생명이었지만 이후 외국인 지분이 정리되면서 1995년 현재 사명으로 변경됐다.

2000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거치며 동갑내기인 태평양생명을 흡수합병했다. 2011년엔 사모펀드인 보고펀드가 지분 57%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랐으며 계열사 지위는 유지됐다. 이후 2013년 동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룹이 해체됐고 동양생명은 이미지 쇄신 등의 차원에서 그해 말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보고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5년 현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에 지분을 매각했다. 안방보험은 이후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해 양사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불법자금 모집 및 사기횡령 협의로 구속되면서 현재 중국 정부가 위탁경영을 맡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탄생 후 합병과 매각 등 바쁜 시기를 보내다 어느덧 29살이 됐다.


◆푸본현대생명 4번째 주인…DB생명은 사명 바꿔

푸본현대생명은 대주주 변경에 따라 이달부터 사명을 변경했다. 전신은 1989년 6월 설립된 대신생명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2001년 7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2003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녹십자에 매각됐다.

FY1999 말 대신생명의 총 자산은 1조5000억원으로 대표적인 중견 생보사였다. 하지만 녹십자생명으로 재탄생한 후 이렇다 할 공격적 영업 없이 시간이 지났고 2011년 현대차그룹이 2283억원에 녹십자생명을 인수, 2012년 2월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재출범했다.


인수 후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컸다. 오너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상품개발부터 판매전략 등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고 획기전인 전략을 잇따라 선보였기 때문이다.

▲간편(Simple), ▲집중(focused), ▲표준화(In-box)를 콘셉트로 한 보장성상품만 선보였고 모든 영업채널에서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보험료에 판매하는 판매전략을 폈다. 20~30대 설계사 채널인 YGP를 신설하고 마트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마트슈랑스를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인수 후 단 한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5년엔 대만 푸본생명이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8%를 취득해 2대 주주에 등극했다. 그리고 올해 단행한 3000억원 유상증자 중 푸본생명이 2336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사명은 푸본현대생명으로 바뀌었고 현대차그룹 계열에서도 분리됐다.

DB생명은 1989년 4월에 설립됐으며 전신은 동부애트나생명이다. 동부그룹과 미국 애트나그룹의 합작 생보사며 1995년 프랑스 악사그룹과 새로운 투자자로 손을 잡았고 그해 사명을 동부생명으로 변경했다.

모회사인 DB손보와 함께 안정적 수익을 꾸준히 내 효자계열사 역할을 담당했지만 그룹이 재정위기에 몰리며 비금융 계열사를 다수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동부’ 상표권을 갖고 있는 동부건설을 아무런 조치없이 매각하면서 그룹 계열사가 더 이상 ‘동부’를 사명에 달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그룹 전 계열사는 사명을 ‘DB’로 교체하고 대대적 마케팅을 펼쳤다.

◆덩치 커진 89년생…순익은 ‘희비’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 덩치도 커졌다. 전체 생보사의 올 6월 말 총 자산은 841조1509억원으로 FY1999 말에 비해 662.6% 늘었지만 소멸된 태평양생명을 제외한 4곳의 자산 증가율은 이를 모두 상회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3433.7%(20조원) 늘었고 각각 동양생명 1770.8%(29조원), DB생명 1697.4%(10조원), 푸본현대생명이 737.8%(11조원)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생보사 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메트라이프생명(3760.7%, 2106억원), 동양생명(1517.5%, 1730억원)은 FY1999 대비 지난해 순이익이 1000% 이상 급증했지만 DB생명은 12.3%(32억원) 느는 데 그쳤고 푸본현대생명은 61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1999년은 IMF 외환위기에 전체 생보사가 9808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지난해는 무려 3조9145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금융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한편 국내 최초의 생보사는 한화생명으로 1946년 설립됐으며 흥국생명(1950년), 삼성생명(1957년), 교보생명(1958년) 등이 1950년대에 세워진 대표 생보사다.

보험업계에서 30년을 근무한 생보사 임원은 “중소형 생보사의 무리한 과당경쟁으로 인해 사업비·수수료 지출이 늘고 보장에 대한 위험리스크도 헤지(위험회피)도 제대로 못했다”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자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보험이 장기산업인 만큼 50년, 100년 뒤를 내다보는 경영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후배들은 과거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내실있는 성장을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