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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상'은 미국의 전유물?
역대 수장자 중 절반 이상… 유태계·시카고대 출신 많아
평화상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직후 일부 해외 베팅업체들은 예상후보 상위권에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평화상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의사 드니 무퀘게와 이라크의 야지디족 여성운동가인 나디아 무라드가 받았다. 전쟁 성폭력 종식 노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인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은 가족과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했다. 18세에 러시아를 떠나 파리와 미국에서 화학과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크림전쟁 시기 아버지의 군수품 공장에서 일했다. 이어 스웨덴으로 돌아와서는 니트로글리세린 연구에 몰두한다. 폭발사고로 막내동생 에밀이 사망하는 비운을 겪지만 니트로글리세린 제조공장을 건립한다.
마침내 다이너마이트 개발에 성공해 영국과 미국의 특허를 받고 다이너마이트 생산·판매망을 구축한다. 다이너마이트는 각종 토목공사와 광산 및 건설현장에서 대대적으로 쓰이며 노벨은 부를 쌓기 시작했다. 전세계에서 거둬 들이는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 당대 유럽 최고의 갑부가 됐다. 63세에 이탈라이 산레모 별장에서 뇌출혈로 세상을 등질 당시 세계 20개국에 폭탄과 탄약 제조공장 93곳을 뒀다.
◆유언장에 없는 노벨경제학상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나머지 모든 유산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안전한 유가증권으로 바꿔 투자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그 이자로 매년 그 전해에 인류를 위해 최대의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금 형식으로 분배한다. 그 이자는 똑같이 5등분 해 다음과 같이 할당한다.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 국가 간 우호 증진 또는 상비군의 폐지나 감축을 위해 또는 평화 회의의 개최나 추진을 위해 최대 또는 최선의 일을 한 사람,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스웨덴 과학아카데미에서, 생리학·의학상은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문학상은 스톡홀름의 아카데미에서, 그리고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하는 5인의 위원회가 각각 수여하도록 한다.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후보자의 국적이 고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스칸디나비아 사람이건 아니건 가장 적합한 인물이 수상해야 한다. 나는 이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산 노벨은 1896년 12월10일 숨을 거두기 전 유언장에 노벨상 설립을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유언장 그 어느 곳에서도 경제학상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과학분야의 상 이외에 평화상과 문학상을 만든 이유는 있다. 노벨이 평화운동가들과 가까이 지내는 등 평화에 관심이 많았고 젊은 시절부터 시를 쓰고 평생 문학을 가까이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다이너마이트가 전쟁무기로 사용됐지만 그는 "오해되거나 오용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상이 아니다. 때문에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정식명칭에 'Nobel Prize'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5개 분야 상은 가령 노벨화학상(Nobel Prize in Chemistry),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 등 'Nobel Prize'로 표기된다. 반면 노벨경제학상의 정식명칭은 '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 상' 정도다.
◆스웨덴중앙은행의 경제학상
상금을 지급하는 주체 또한 노벨재단이 아니고 스웨덴 중앙은행이다. 상금을 노벨재단에 기탁하는 조건으로 노벨상에 편입됐지만 상을 만든 스웨덴 중앙은행이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명칭에 노벨 이름을 넣은 것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다른 노벨상과 같은 상으로 착각하게 됐다. 특히 노벨 가문의 후손인 피터 노벨은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이라는 트레이드마크를 도용했다면서 노벨경제학상을 강하게 비판한 일까지 생겼다.
어찌 됐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매년 12월10일 다른 5개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증서와 메달을 받는다. 상금 또한 동일한 금액이 주어진다. 노벨경제학상 명칭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공정성과 권위에는 이견이 없다. 수상자는 경제학 발전에 근본적이고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로 인정받은 것을 명예로 여긴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경제학상을 제정한 것은 1968년 은행 설립 200주년이 되던 해다. 시상은 그 다음해인 1969년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첫번째 상은 노르웨이의 랑나르 안톤 시틸 프리슈와 네덜란드의 얀 틴베르헌이 공동 수상했다. 두번째부터 네번째 수상자는 연거푸 미국에서 나왔다. 지난해 행동경제학을 체계화한 리처드 탈러도, 올해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와 폴 로머 역시 미국인이다. 1969년부터 올해까지 50회에 걸친 81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미국인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노벨경제학상 절반 이상 미국인
노벨의 유언장에는 수상자를 선정하는 데 후보자의 국적이 고려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노벨경제학상은 지나치게 미국인이 많다는 지적이다. 노벨의 유언으로 만들어진 상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비꼬는 이도 있다. 그러나 전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미국이고 현대 경제학에서 정량적인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 역시 미국이어서 미국인 수상자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한편 여성 수상자는 에리너 오스트롬(2009년)이 유일하다. 또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유태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특정대학(시카고대학)에 편중됐다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유태계 남자로서 시카고대학 출신이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학은 정립된 이론이 현실에서 입증되는 데 다른 분야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다른 노벨상 수상자보다 8세가량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 메이너드 케인스, 토마스 맬서스와 같은 저명한 학자들도 탁월한 업적에도 노벨경제학상을 받지 못했다. 수상자가 상을 받을 당시 살아 있어야 한다는 노벨상의 조건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6호(2018년 1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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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박정웅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