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원’으로 5만여명의 사람에게 수익을 안겨준 게 왜 문제인가?”

지난 13일 <머니S>가 방문한 폐쇄형 쇼핑몰 ‘클래식샵’, 암호화폐 발행(MK코인) 및 거래소(MK거래소)를 운영하는 ‘글러벌엠케이’, 다단계판매업체 ‘아보넬’ 서울 강남 본사에서 관계자가 한 발언이다.


이들 세 업체는 모두 동일인(이모씨·배모씨)이 대표를 맡고 있는데 지난 5월 본격적으로 회원을 모집했다가 이달 초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투자금 이상의 혜택과 수익을 보장한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인 지 6개월 만이다.

이 기간 동안 최소 165억원 이상의 가입비를 거둬들였지만 폐업 사유를 대다수 회원에게 설명하지 않아 상하위 회원 간 분쟁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33만원 다단계업체 본사 입구. /사진=허주열 기자
◆미등록 다단계, 반년 만에 수백억 모아

이른바 ‘33만원’ 네트워크마케팅(다단계판매)으로 단기간에 5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한 이 업체의 사업은 폐쇄형 쇼핑몰, 암호화폐, 다단계판매 등 세가지가 얽히고설켜 있다.

회원이 늘어나며 수당지급 방식과 강조하는 사업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10년간 다양한 상품·숙박·레저·건강검진·상조서비스 등 생활 전반에 유익한 혜택을 얻을 수 있고 누군가를 추천해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추천·후원수당을 받으며 자체발행 암호화폐까지 지급한다는 것.


이를테면 지인 등을 추천해 가입하면 가입비 33만원에 수수료(3만원)를 뗀 30만원의 20%(6만원)를 추천수당으로 지급했고 후원수당으로 1대1 또는 2대2매칭은 6만원, 3대3매칭은 12만원을 지급했다.

추천매칭수당으로 본인이 추천한 다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추천하면 후원수당을 본인도 받게 해 이론상 본인이 추천한 한명이 매일 1대1매칭만 하면 최초 권유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월 180만원(6만원×30일)을 추천매칭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자체발행 암호화폐도 150~600개를 지급했다.


하지만 가입자 중 열심히 활동해 다수 가입자를 끌어들인 중상위 사업자만 월 수백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었고 어떤 사업인지 잘 모르고 지인 추천으로 가입한 대다수는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명·코인 등이 계속 바뀌고 수당지급 방식도 변화해 일부 가입자가 “당초 얘기와 다르지 않느냐”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늘렸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합법적인 다단계판매업체 리스트에서 해당 업체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즉, 미등록 다단계업체라는 얘기다.

논란이 커지자 최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과 경찰은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이 업체는 지난 7일 “당사의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계속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부득이하게 사이트 운영을 종료하고 기존 회원 혜택을 받지 못한(수당을 받지 못한) 분들에 한해 정리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환불 서류 접수기간은 오는 30일까지다.

33만원 다단계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이모씨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한 ㈜배글로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배글로벌의 표준산업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으로 등록됐고 2018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A빌딩 2층으로 주소를 이전했다.

같은 시기 박모씨는 자본금 1000만원으로 ㈜비츠몰을 설립했다. 표준산업은 화장품 도매업으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폐쇄형 쇼핑몰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5월 초에는 법인등기부등본상 주소지를 A빌딩 2층으로 이전해 배글로벌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이곳은 20여평 남짓한 공간으로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 위주로 사무실이 꾸려져 있었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회원을 모집하기 시작한 비츠몰은 33만원에 가입해 10년간 다양한 상품을 인터넷 최저가에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쇼핑몰임을 앞세웠다. 배글로벌은 세계 최초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사용을 목적으로 배(BAE)코인을 개발했고 당시 존재하는 모든 암호화폐가 이루지 못한 실사용의 범사용성을 확대·보급하겠다며 회원을 모집했다.

특히 배글로벌은 배코인과 배카드를 통해 전세계 최초 온·오프라인에서 사용 가능한 코인전용단말기사업을 전개한다며 비트코인·이더리움·비트코인캐시·리플·라이트코인·에이다 등 전세계 여러 코인을 배카드에 동기화해 배페이가 구축한 전세계 가맹점에서 언제나 자유롭게 결제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홍보를 시작한 지 두달도 채 안돼 배 대표는 글러벌엠케이를 자본금 8억원에 설립, 배코인 대신 MK코인을 밀기 시작했다.

배코인 중심 코인전용단말기사업을 전개한다고 했다가 9월부터 새 코인을 내세우며 기존 배코인을 1대1로 교환해주기 시작한 것. 배코인과 MK코인을 포함해 현존하는 수많은 알트코인 중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코인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비슷한 시기 비츠몰은 클래식샵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수당 등을 지급하는 비츠몰 마이오피스는 아보넬로 이름을 바꿨다. 이 시기 중국과 일본에도 진출했고 방송·코인거래소·금융·부동산·엔터테인먼트 등 사업을 확대했다고도 했다.

또한 중국인과 일본인 등을 겨냥해 기존 가입비의 세배인 99만원을 내고 가입하는 Step2 회원을 추가로 모집한다며 가입비를 늘리는 전략도 펼쳤다.

경기도의 한 지역센터에선 당초 이야기와 다르고 업체의 이름도 자주 바뀌며 하위 사업자 사이에서 혼란이 제기되자 아보넬이 운영하는 코인사업체인 글러벌엠케이의 공식모델로 유명배우 전모씨가 발탁됐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점점 더 진화하고 믿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이후 전씨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글러벌엠케이가 아닌 관계를 맺은 다른 암호화폐거래소의 모델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보넬 폐업 및 환불 공지.
◆논란 커지자 서울시·경찰 수사 착수

결국 아보넬·클래식샵·글러벌엠케이는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경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채 기존 사업체를 폐업하고 새로운 형태의 업체 운영을 예고했다.

클래식샵 본사 관계자는 “가입하고 수당을 한번도 받지 않은 이에게 투자금을 환불해주기로 하고 환불신청서를 받고 있다”며 “환불 신청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MK코인 600개를 지급하고 추후 3만5000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는 다른 폐쇄형 쇼핑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MK코인은 현재 그 존재가 가오픈 상태인 MK거래소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며 한화로 200원의 가치가 있다고 해당 사이트에 표기돼 있다. 이와 관련 본사 측은 중상위 사업자들에게 “클래식샵이 밥벌이였다면 MK코인은 진짜 부자로 만들 수 있는 도구”라고 언급하며 장밋빛 비전을 제시했다.

또 다른 본사 관계자는 “폐쇄형 쇼핑몰을 운영하며 우리가 보유한 자체 물건이 없는 만큼 수당으로 다 돌렸고 본사가 따로 착복한 게 없다”며 “‘나이든’ 사람들에게 33만원으로 수입을 안겨주기 위해 사업을 했고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정리하고 환불해주겠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사업에 뛰어든 투자자들 대부분이 다단계판매와 암호화폐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기자가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무실에 환불신청서 등을 갖고 방문한 20여명의 회원도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김한수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방문판매수사팀 팀장은 지난 13일 <머니S>와의 통화에서 “클래식샵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미등록 다단계업체라는 혐의가 있어 지난달 26일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현재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며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현단계에선 혐의의 가부를 말할 수 없다. 만약 수사 결과 혐의가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특수거래과 관계자는 “일단 공정위에 등록되지 않은 다단계판매업체는 모두 미등록업체로 봐야 한다”며 “정확한 불법 여부를 판단하려면 보상플랜, 후원수당지급 방식 등을 살펴봐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암호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전세계에선 암호화폐 관련 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사기 암호화폐 자금모집(ICO)을 적발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 9월까지 10여개의 사기 ICO를 적발해 폐쇄조치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퓨어빗’이 최근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투자자에게 판매한 뒤 사이트를 폐쇄해 ‘먹튀’ 의혹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