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올해 졸업 예정인 대학생 A씨는 겨울방학 동안 공공기관 청년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채용형이 아닌 체험형 인턴이라 근무기간 종료 후 정규직 전환 대상은 아니다.
A씨가 현재 청년인턴십으로 하는 일은 실제 업무를 배우거나 수행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서류 타이핑 등 단순한 문서작업이 대부분이다. 급여는 주 40시간 기준 월 약 170만원인데 편하게 근무하는 환경과 적은 업무량을 감안하면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 괜찮은 편이다. 나중에 정규직 채용에 지원할 때는 서류전형에 가산점이 붙는다.
현재 A씨의 취업목표는 공사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청소년 시절부터 수학에 흥미가 있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수학교사가 장래희망이었지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초봉부터 연봉을 많이 주는 수출 대기업에 취직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미래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자 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한 공사에 들어가기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
◆공기업 선호하는 이유 ‘안정적’
사회적인 인지도가 높고 고연봉인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 재수를 마다하지 않던 대학생들이 취업난과 구조조정의 두려움으로 인해 공기업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졸업생을 상대로 조사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취업선호업체의 선호도는 공기업(25.8%)과 대기업(25.6%)의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공기업(25.0%)이 대기업(18.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더욱이 공기업은 연봉도 꾸준히 높아져서 지금 대기업을 크게 넘어섰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2017년 공기업 직원의 평균보수는 7851만원이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공공기관의 직원 평균보수는 6707만원으로 2013년에 비해 6.5% 상승했다.
공기업 중 보수가 가장 많은 시장형 공기업 직원의 평균보수는 2017년 8192만원으로 4년 동안 8.1% 올랐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근로자 연봉 데이터에서는 2017년 대기업 정규직 평균연봉이 6460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16년에 비해 60만원(0.9%) 줄어든 수치다.
대기업의 평균 연봉(6460만원)이 전체 공공기관(6707만원), 공기업(7851만원), 준정부기관(6592만원), 기타공공기관(6580만원) 전체보다도 낮아진 시대다. 물론 사기업에도 연봉 8000만∼1억원 미만인 근로자가 51만명, 1억원 이상은 44만명이 있지만 모두 합하면 전체 근로자의 6.3%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 연봉이 올라가려면 오랫동안 승진을 거듭하면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야 하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이전에 퇴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기업의 연봉이 낮은 것인지, 국가 안에서 공공 성격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연봉이 높은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잘 나가던 대기업이라도 다른 글로벌기업의 추격으로 인해, 또는 국제경기 흐름, 원자재 및 제품가격 동향 등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격이 유지되고 연봉까지 높은 공기업을 청년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기업 취직
중소기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취업선호도는 공기업(25.0%), 대기업(18.7%), 중견기업(14.2%), 정부(13%), 외국계기업(7.7%), 중소기업(6.6%), 금융기관(3.5%) 등으로 나타났다. 13개 공공기관이 5년간(2012∼2016년) 10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지만 연봉은 언제나 높다. 중소기업이 수년 연속 적자를 지속한다면 기업의 존폐가 위태롭고 직원 임금이 밀릴 수 있다.
금융기관의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금융기관에 취업할 만한 전공의 대학생 숫자가 상대적으로 제한돼서다. 연봉에서는 우리, KEB하나, KB국민, 신한, 한국씨티, 한국SC 등 6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평균 급여가 전년동기(4450만원) 대비 6.7% 오른 4750만원으로 연간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문·사회계열에서 경영대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취업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의 순위는 공기업(18.6%), 중소기업(17.9%), 중견기업(16.9%), 대기업(12.6%), 정부(11.5%) 등의 순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업체와 괴리감이 크다. 대기업은 선호도보다 예상도의 순위가 낮게 나타나 들어가고는 싶지만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모두 통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공기업은 선호도와 예상도가 모두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역시 선호도(25.0%)에 비해 예상도(18.6%)가 낮게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선호도(6.6%)에 비해 실제 예상도(17.9%)가 훨씬 높게 나타나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중소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은 2017년 3595만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봉이 줄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세속적인 표현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공기업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들
결국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으면 공기업에 들어가고, 공기업에 못 들어가면 대기업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뜻대로 못 들어가면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취업방식이 고착화되고 있다. 대학생의 취업지도를 하는 B교수 말을 빌리면 대한민국 경제를 기업들이 이끌기 때문에 들어가서 포부를 갖고 일하라고 얘기해도 실업난이 심한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의 취업준비를 잘 하는 학생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의 부모 또한 그러하다. 자녀가 성적 면에서 의사·약사·법조인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일반기업에 들어가지 말고 공공기관·국가기관에 들어가길 종용한다. 취업에서 재수·삼수를 하더라도 자녀가 공기업시험, 공무원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기꺼이 생활비, 사설학원비를 대주는 부모가 많다. 이런 경우는 자발적인 실업자인 셈이다.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게 정부가 인턴 1인당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주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수당 등을 국민세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시도하면서 취업을 미루는 것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취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려고 취업을 안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졸업하는 대학생 중 상당수가 곧바로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미흡한 인지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결혼할 때 불리한 조건 등을 감안해 일단 중소기업 취직은 미룬다. 미취업자로 있으면서 공기업과 대기업 취업을 시도하고 그중 일부 졸업생은 몇년 안에 어느 정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되며 그러지 못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부모님께 손 벌리며 놀고 지내거나 알바 인생으로만 살 수 없어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취업한 직장이라면 정을 붙이고 열정적으로 일하기가 힘들다. 직장에 다니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되면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취업선호도에 있어서 공기업(25.0%)과 정부(13.0%)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기업의 성장은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데 기업선호도가 낮아지는 현실은 국가 발전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청소년 시절 꾸던 꿈이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공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신이 내린 직장’을 알게 됨에 따라 공기업을 평생직장으로 바꾸는 것은 신을 모르다가, 신을 알게 돼, 신을 믿게 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본 기사는 <머니S> 제576호(2018년 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A씨가 현재 청년인턴십으로 하는 일은 실제 업무를 배우거나 수행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서류 타이핑 등 단순한 문서작업이 대부분이다. 급여는 주 40시간 기준 월 약 170만원인데 편하게 근무하는 환경과 적은 업무량을 감안하면 일반 아르바이트에 비해 괜찮은 편이다. 나중에 정규직 채용에 지원할 때는 서류전형에 가산점이 붙는다.
현재 A씨의 취업목표는 공사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청소년 시절부터 수학에 흥미가 있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 수학교사가 장래희망이었지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초봉부터 연봉을 많이 주는 수출 대기업에 취직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미래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자 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한 공사에 들어가기로 방향을 다시 잡았다.
| /사진=뉴시스 전진환 기자 |
사회적인 인지도가 높고 고연봉인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 재수를 마다하지 않던 대학생들이 취업난과 구조조정의 두려움으로 인해 공기업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졸업생을 상대로 조사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취업선호업체의 선호도는 공기업(25.8%)과 대기업(25.6%)의 차이가 거의 없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공기업(25.0%)이 대기업(18.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더욱이 공기업은 연봉도 꾸준히 높아져서 지금 대기업을 크게 넘어섰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2017년 공기업 직원의 평균보수는 7851만원이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공공기관의 직원 평균보수는 6707만원으로 2013년에 비해 6.5% 상승했다.
공기업 중 보수가 가장 많은 시장형 공기업 직원의 평균보수는 2017년 8192만원으로 4년 동안 8.1% 올랐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근로자 연봉 데이터에서는 2017년 대기업 정규직 평균연봉이 6460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16년에 비해 60만원(0.9%) 줄어든 수치다.
대기업의 평균 연봉(6460만원)이 전체 공공기관(6707만원), 공기업(7851만원), 준정부기관(6592만원), 기타공공기관(6580만원) 전체보다도 낮아진 시대다. 물론 사기업에도 연봉 8000만∼1억원 미만인 근로자가 51만명, 1억원 이상은 44만명이 있지만 모두 합하면 전체 근로자의 6.3%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 연봉이 올라가려면 오랫동안 승진을 거듭하면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야 하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이전에 퇴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기업의 연봉이 낮은 것인지, 국가 안에서 공공 성격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연봉이 높은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잘 나가던 대기업이라도 다른 글로벌기업의 추격으로 인해, 또는 국제경기 흐름, 원자재 및 제품가격 동향 등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격이 유지되고 연봉까지 높은 공기업을 청년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기업 취직
중소기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취업선호도는 공기업(25.0%), 대기업(18.7%), 중견기업(14.2%), 정부(13%), 외국계기업(7.7%), 중소기업(6.6%), 금융기관(3.5%) 등으로 나타났다. 13개 공공기관이 5년간(2012∼2016년) 10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지만 연봉은 언제나 높다. 중소기업이 수년 연속 적자를 지속한다면 기업의 존폐가 위태롭고 직원 임금이 밀릴 수 있다.
금융기관의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금융기관에 취업할 만한 전공의 대학생 숫자가 상대적으로 제한돼서다. 연봉에서는 우리, KEB하나, KB국민, 신한, 한국씨티, 한국SC 등 6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평균 급여가 전년동기(4450만원) 대비 6.7% 오른 4750만원으로 연간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문·사회계열에서 경영대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 /자료제공=이건희 재테크 칼럼니스트 |
반면 중소기업은 선호도(6.6%)에 비해 실제 예상도(17.9%)가 훨씬 높게 나타나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중소기업 정규직 평균 연봉은 2017년 3595만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봉이 줄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다소 줄었지만 세속적인 표현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공기업 꿈꾸는 자발적 실업자들
결국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으면 공기업에 들어가고, 공기업에 못 들어가면 대기업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뜻대로 못 들어가면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취업방식이 고착화되고 있다. 대학생의 취업지도를 하는 B교수 말을 빌리면 대한민국 경제를 기업들이 이끌기 때문에 들어가서 포부를 갖고 일하라고 얘기해도 실업난이 심한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의 취업준비를 잘 하는 학생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의 부모 또한 그러하다. 자녀가 성적 면에서 의사·약사·법조인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일반기업에 들어가지 말고 공공기관·국가기관에 들어가길 종용한다. 취업에서 재수·삼수를 하더라도 자녀가 공기업시험, 공무원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기꺼이 생활비, 사설학원비를 대주는 부모가 많다. 이런 경우는 자발적인 실업자인 셈이다.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게 정부가 인턴 1인당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주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수당 등을 국민세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시도하면서 취업을 미루는 것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취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려고 취업을 안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졸업하는 대학생 중 상당수가 곧바로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미흡한 인지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결혼할 때 불리한 조건 등을 감안해 일단 중소기업 취직은 미룬다. 미취업자로 있으면서 공기업과 대기업 취업을 시도하고 그중 일부 졸업생은 몇년 안에 어느 정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되며 그러지 못하면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부모님께 손 벌리며 놀고 지내거나 알바 인생으로만 살 수 없어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취업한 직장이라면 정을 붙이고 열정적으로 일하기가 힘들다. 직장에 다니다가 어느 정도 기간이 되면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취업선호도에 있어서 공기업(25.0%)과 정부(13.0%)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기업의 성장은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데 기업선호도가 낮아지는 현실은 국가 발전 측면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청소년 시절 꾸던 꿈이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공기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신이 내린 직장’을 알게 됨에 따라 공기업을 평생직장으로 바꾸는 것은 신을 모르다가, 신을 알게 돼, 신을 믿게 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본 기사는 <머니S> 제576호(2018년 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