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결정체계 이원화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결정체계 이원화 등이 포함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강종민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이번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각계가 요구하는 사안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화기 위해 마련한 개편안이 또다른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노사 모두 정부의 개편안에 반발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노사는 들러리? 옥상옥 구조

정부의 확정안은 기존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문가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는 노·사·정이 각각 5명씩 추천한 뒤 노·사가 3명씩 순차배제 해 총 9명으로 구성한다.


결정위는 노·사·공익위원 각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하되 정부 편향성 논란이 있었던 공익위원은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이 정부 입맛대로 결정된다는 논란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안은 사실상 옥상옥 구조에 그칠뿐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구간설정위를 노사정 추천방식으로 전문가를 선정할 경우 이들이 과연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계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 사실상 노사의 대리인 역할을 해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에서 논란이 2중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전문가를 통한 구간설정 방식은 임금체계를 결정해야할 당사자인 노사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외에 별도로 노사의 직접적인 참여를 보장해야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추천권을 정부와 국회가 가진 점도 문제점로 지목된다. 이는 현재 정부가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공익위원의 중립성 논란을 지속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지불능력’ 왜 빠졌나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제외된 것에 대해선 재계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정부는 당초 초안에 기업지불능력을 포함했으나 다른 결정기준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고 결정기준으로 삼기엔 객관성·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최종안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 등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발표 직후 일제히 입장자료를 내고 기업 지불능력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경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있는 수익성, 성장성 등의 자료들을 토대로 기업 지불능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초안에 있던대로 다시 기업 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책임은 어디에

이번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정부의 책임이나 역할이 빠진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촉발한 근본 원인은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한 데에 있다.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하자 결국 결정체계에 메스를 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 사과한 상황에서 개편안에 정부가 공익위원 일부를 추천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은 명문화하지 점은 결국 최저임금 결과를 노사의 몫으로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재계도 정부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 최저임금법상 정부는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어려우면 그 이유를 밝혀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지난 30여년간 검토의견을 제시한 적이 한차례도 없다는 것.

따라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최저임금안에 대한 정부 검토의견 제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최저임금 제도운용뿐만 아니라 결정과정에서도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