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지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4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지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4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등 삼성전자 고위임원 3명이 24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김 대표와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전망이다.

김 대표 등 3인은 이날 오전 10시7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증거인멸 지시를 직접했는지 윗선의 지시를 받았는지' '인멸한 내용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과 관련된 것인지' '지난해 어린이날 회의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22일 이들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삼성이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연속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과정에 삼성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했으나 김 대표는 "실무자들이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기준을 변경한 2015년을 포함해 2011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검찰은 전날(23일)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부사장과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난해 5월1일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어린이날인 5월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모여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도 지난 17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지시를 받고 직원들의 업무용 이메일과 휴대전화에서 'JY' '합병' '바이오젠' '콜옵션' 등의 단어가 포함된 문건 등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에는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지휘·실행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가 구속됐다. 백 상무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를 고발해 수사 본격화가 예상되자 삼성에피스 재경팀 소속 직원들이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등에 저장된 파일 2100여개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지난해 5~6월쯤에는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보안서버 담당 실무직원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공용서버 본체를 각기 공장 바닥과 본인 자택에 은닉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백·서 상무는 신분을 숨기고 여러차례 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를 찾아 회계자료·보고서 인멸을 지휘·실행하는 등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대표 등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 지휘부로 보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정현호 사장도 조만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