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천연물의약품 연구개발(R&D)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식물성분에서 유래한 여러 복합물 중 특정질환에 치료효과가 있는 단일성분을 찾아내기가 간편해지면서 한동안 움츠렸던 천연물의약품시장이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부지원도 더해져 천연물의약품 개발을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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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로 한계 극복 ‘가능성’

천연물의약품은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식물, 동물, 광물 등 천연물을 이용한 의약품이다.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쓰이며 경험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축적돼 기존 신약개발과정에 비해 요구되는 시간이나 비용, 실패확률이 적다. 하지만 주요성분이 천연물에서 유래하다 보니 매년 성장속도나 환경에 따라 함량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화학합성의약품처럼 동일한 함량에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야 하는데 천연물의약품은 특성상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인삼은 중국 등 다른 국가에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란 인삼종의 약효가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 자생식물의 경우에도 특정지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필요한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생산환경 연구부터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기술발달과 정부지원으로 이 같은 한계가 극복되고 있다. 정부·연구단체가 극복방안 마련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천연물의약품이 헬스케어산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기업과 연구소, 정부가 힘을 합쳐 천연물의약품 개발 인프라에 투자하면 천연물의약품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과학자들은 기존보다 더 효율적으로 천연물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접근법을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주관하는 국내산 약용자원 ‘천연물 지도’연구도 수행됐다. 따라서 이를 통한 산림 약용자원의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천연물의약품연구회 관계자는 “조합화학·고속 대량 스크리닝 등 신기술을 국내 천연물의약품연구에 활용한다면 과학화·표준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의약품들이 외국에서 수입된 것을 고려했을 때 자체 자원을 활용한 우리나라의 천연물의약품 R&D사업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연물의약품시장 본격 공략

이에 국내업체들은 천연물의약품시장 공략을 목표로 R&D를 본격화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메디포럼, GC녹십자웰빙 등은 천연물의약품 후보물질 상용화와 이미 상용화된 제품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DA-9803’(성분 상심자, 복령피)을 비롯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성분 부채마, 산약), 파킨슨병 치료제 ‘DA-9805’(성분 목단피, 시호, 백지),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제 ‘DA-9701’(성분 현호색, 견우자) 등 4개 천연물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메디포럼은 한의원들과 협업을 통해 치매치료 천연물의약품을 한약으로 제조해 판매하면서 약물효과를 실제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GC녹십자웰빙도 천연물의약품과 함께 건강기능식품을 개발 중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인 국내 제품의 해외수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업체의 대표 천연물의약품은 ‘스티렌정’(동아에스티) ‘신바로캡슐’(녹십자), ‘조인스정’(SK케미칼), ‘시네츄라시럽’(안국약품), ‘유토마외용액’(영진약품), ‘레일라정’(한국피엠지제약), ‘아피톡신주’(구주제약) 등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천연물의약품은 신약후보물질을 창출하는 중요한 학문분야의 하나로 발전됐다”며 “과학기술발달과 정부지원을 접목시키면 지금보다 몇배를 뛰어넘는 탁월한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연매출 1조원 '천연물의약품', 우리나라도 나올까

◆충분한 여건의 자원환경 형성

그러나 천연물의약품 R&D에 앞서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한의사 간 처방권 분쟁 등을 이유로 수년간 처방·사용이 줄어든 것. 전세계적으로 한약성분을 이용한 천연물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천연물의약품 R&D가 뒷걸음쳤다. 천연물의약품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선진국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되는 상위 25개 제품 중 42%가 생물학제제 천연물의약품 혹은 천연물유래물질인 만큼 R&D는 반드시 필요하다. 의약품개발·심사기준이 까다로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식물유래의약품(Botanical drug)이라는 의약품분야를 새롭게 만들어 천연물의약품시장의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웃나라 일본·중국도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천연물의약품 전문기업 ‘쓰무라제약’, ‘톈스리제약’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 글로벌 천연물의약품시장 규모가 4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글로벌 헬스케어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의사·한의사 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고 R&D를 본격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천연물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여건의 자원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로부터 인삼·홍삼·녹용 등 한약재로 사용했던 천연물의약품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만 50개가 넘는다. 앞으로 천연물의약품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큰 성장성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의 기대가 쏠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고 인구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로 건강증진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급증해 천연물의약품의 의미가 중요해졌다”며 “선진국 수준의 천연물의약품 개발 역량을 갖춘 나라답게 기초 R&D부터 좋은 데이터 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8호(2019년 6월25일~7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