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통령의 ‘혁신금융’

“(에디슨은) 백열전구 기술 특허를 담보로 대출과 투자를 받아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된 전기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혁신금융의 최초 수혜자인 셈입니다. 혁신금융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백열전구를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올 3월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의 3대 축이다. 문 대통령은 이 중 하나인 ‘혁신성장’을 위해 금융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규제공화국이란 오명을 쓴 한국의 모든 산업분야에 일제히 규제완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혁신의 바람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를 통제하는 ‘포지티브 규제’ 때문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하는 것을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인 네거티브 규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한 예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있다. 꾸준히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의료법 위반소지로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최근 일부 보험사가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진료비 결제와 함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이 역시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펫보험 시장도 비슷하다. 진료비 기준이 잡혀있지 않고 진료정보 공유를 거부하는 수의사업계의 반발로 펫보험 가입률이 0.02%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와 비교하면 전무한 실적이다. 반면 이웃나라를 보자. 일본의 펫보험 보험사인 애니콤(Anicom)은 6200개 동물병원과 제휴해 보험금 지급절차를 간소화했다. 일본 펫보험 가입률은 6% 정도다.

네거티브 규제가 원칙인 중국에서는 이미 의사의 원격의료 서비스와 약품 구입까지 의약품 자판기가 설치된 부스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의료법 등 각종 규제에 막힌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보험업 종사자들은 이런 규제 방식 덕에 중국이 조만간 전세계에서 보험 1등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당장 이웃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은 혁신금융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 올해 4월 한국 정부는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보험 업계에서는 여전히 낡은 규제가 많아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규제완화를 바라보는 정부와 보험업계의 눈높이가 다른 것이다. 보수적인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변화를 바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서로가 다른 기준으로 혁신금융을 바라보고 있다면 혁신성장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하루빨리 낡은 규제를 벗겨 대한민국이 전세계 혁신금융에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