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상회에 입점한 코코로박스. /사진제공=세정그룹
동춘상회에 입점한 코코로박스. /사진제공=세정그룹

인디안, 올리비아로렌 등으로 유명한 패션기업 세정이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를 시작하며 ‘박이라 색 입히기’에 돌입했다. 

박이라 사장은 창업주인 박순호 회장의 3녀. 미국에서 MBA를 수료한 뒤 2005년 세정에 입사한 그는 브랜드전략실장과 마케팅홍보실·구매생산조직 담당 임원 등을 거쳐 지난 5월1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박 사장은 세정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물론 세정과미래 대표이사와 지난 4월 인수한 세정씨씨알(CCR)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등 그룹의 굵직한 역할을 맡고 있다.


경남 마산의 작은 옷가게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패션기업으로…. 박 사장은 세 딸 중 아버지 박 회장의 사업가 기질을 가장 많이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젊은 감각을 입혀 그룹에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복합 생활 쇼핑몰 동춘175와 동춘상회 론칭을 주도했으며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패션 유통 플랫폼 웰메이드와 주얼리브랜드 디디에두보의 론칭을 이끈 주인공도 그다.

이번엔 주얼리사업 키우기다. 세정그룹은 최근 새 주얼리브랜드 ‘일리앤’(12&)을 출시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숍 ‘더블유컨셉’에 단독 입점시키면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 /사진제공=세정그룹
박이라 세정그룹 사장. /사진제공=세정그룹


◆박이라 사장 체제… 첫 신규 브랜드

일리앤은 박 사장이 지난 5월 사장으로 승진한 후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다. 프랑스 감성의 캐주얼 주얼리브랜드로 ‘주얼리 콘셉터’(Jewelry Concepter)라는 슬로건을 담았다. 브랜드 이름은 열두달, 탄생석, 별자리 등에 담긴 다양한 스토리를 12가지 콘셉트로 제안한다는 의미다.


이번 시즌 대표 제품은 브랜드명인 일리앤(12&)의 ‘&’을 본따 입체감 있게 디자인한 ‘시그니처 앤’(Signature&)이 대표적이다. 일리앤은 매 시즌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컬렉션을 출시해 20·3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중저가의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성했다.

세정그룹이 새로운 주얼리브랜드 론칭에 나선 것은 ‘디디에 두보’가 좋은 성과를 얻고 있어 주얼리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다. 디디에 두보는 2013년 박 사장 주도로 론칭된 브랜드로 배우 전지현, 수지 등 인기 모델을 활용해 국·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해외 성적표가 좋다. 디디에두보는 2014년 홍콩 주요 상권과 중국 상하이 대표 상권 내 쇼핑몰에 입점한 후 2년 뒤 프랑스 파리 편집숍 ‘꼴레트’에 진출하면서 유럽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미국 온라인 편집숍인 ‘모다 오페란디’, 홍콩 ‘하비니콜스’ 등에도 잇따라 입성하면서 2016년 350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430억원으로 뛰었다.

박 사장은 디디에 두보의 성장과 함께 일리앤을 통해 주얼리사업부문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일리앤은 국내 최대 온라인 편집숍 ‘더블유컨셉’ 입점을 시작으로 쇼핑몰 및 백화점, 가두 상권 위주로 유통망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020년까지 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정 주얼리사업부문 관계자는 “최근 가성비와 가심비에 중점을 둔 주얼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일리앤은 주얼리셀렉트숍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선택의 폭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주도 실력파… 과제도 산적

박 사장은 그동안 주얼리브랜드뿐 아니라 복합쇼핑몰 등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왔다. 처음 대표이사를 맡은 세정과미래에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7년 남성복 브랜드 ‘크리스.크리스티’를 론칭했고 2010년에는 캐주얼 브랜드 NII 리뉴얼을 총괄하면서 10대 감성을 담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2013년엔 디디에두보와 세정의 새로운 유통 플랫폼인 웰메이드 론칭을 주도했다. 웰메이드는 기존 세정의 대리점을 편집숍 개념으로 바꾼 것으로 입점 브랜드를 다양화 하면서 젊은층 유입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박 사장은 이후 세정그룹의 사업영역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는 데 주력 중이다. 지난해 복합쇼핑몰 ‘동춘175’와 모던 코리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지향하는 ‘동춘상회’를 성공적으로 오픈하며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에 첫발을 디뎠다.

지난 4월에는 온라인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를 인수를 주도했다. 코코로박스는 2005년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 부산 소재 쇼룸을 운영하고 있는 리빙 브랜드로 연간 매출 규모는 30억원 수준이다. 세정그룹은 향후 코코로박스의 기존 온라인 생활용품에서 홈웨어와 오프라인 문화공간까지 단계별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홈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박 사장 앞에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최근 악화되고 있는 주요 계열사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정의 경우 연결 기준 매출액이 2011년 689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8년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434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2017년에 적자 전환하면서 지난해까지 합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472억원, 1007억원에 이른다.

박 사장이 13년째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세정과미래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1.2% 감소한 630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이 52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H&M 등 SPA브랜드들이 큰 실적 상승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세정과 같은 국내 의류 제조사들은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박 사장이 사업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지만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력인 패션업의 부활이 요구되는 상황이라 마땅한 상승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