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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섬의 날' 여수 섬여행
충무공도 슬퍼했던 이대원 장군의 넋 오롯이
8월8일은 제1회 ‘섬의 날’이다. 이날은 섬의 중요성과 가치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섬을 통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전라남도는 8월8~10일 사흘간 목포시 삼학도 일원에서 개최하는 제1회 섬의 날 기념행사를 알리기 위한 사전 붐업 프로모션으로 ‘섬에서 3일 살기’를 추진했다. 섬에서 3일 살기는 여태껏 주목받지 못했던 섬 주민과 자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생태와 음식, 특산품 그리고 섬의 고유한 문화 가치를 알리기 위해 친구, 가족, 혼행족, 연인들이 자유롭게 섬 생활을 체험하는 미션이다.
섬에서 3일 살기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KTX를 타고 여수로 향했다. 여수 손죽도는 여수여객터미널에서 하루 두번(오전 7시40분, 오후 1시40분) 운행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출발해도 조금만 서두르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쾌속선을 타고 돌산대교를 빠져나와 여수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의 환상적인 자연에 취해있다 보면 어느새 손죽도에 도착한다. 푸른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길은 ‘한시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오래된 돌담 골목길이 정겨운 섬
손죽도는 소거문도, 평도, 광도와 함께 손죽열도를 이룬다. 손죽마을 북쪽에 자리한 손죽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로 이어진 1㎞의 긴 해변을 자랑한다.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라 해수욕만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여행객수는 적지만 주변경관이 뛰어나 한가로운 피서를 즐기려는 가족단위의 여행지로 적당하다.
섬의 모양은 깊은 만이 U자로 형성됐는데 마을의 방향이 만을 따라 자리잡으면서 북쪽을 향해 바람을 마주하고 있다. 거센 바람 때문에 자연스레 돌담을 쌓고 지붕은 돌담을 넘어가지 않게 나지막하게 낮춰 지었다. 그래서인지 멀리에서 마을을 보면 매우 차분한 느낌을 준다. 특히 마을 안길은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길폭이 좁아져 걷는 맛이 절로 나는 정겨운 돌담길이 됐다.
100여가구 180여명이 가족처럼 사이좋게 살고 있는 조그마한 섬에는 집집마다 화단을 가꿔 어디를 가든 꽃으로 가득하다. 마을을 다니다보면 돌담과 꽃밭이 잘 어우러져 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정원같이 느껴진다. 오랜 돌담을 잘 간직하고 있는 손죽도의 풍경은 꽃과 어울리며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숙박은 가고 싶은 섬 사업으로 지은 손죽마을펜션이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부두민박과 손죽민박이 있다. 손죽도에서 맛볼 수 있는 먹거리는 자연산 생선회에서부터 산지에서 난 재료로 만든 쑥국, 병풍나물 무침, 한방 염소탕, 막걸리 등 해물밥상이 풍성하다.
◆손죽도, 우국충절의 섬
손죽도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이대원(李大源) 장군 동상이 여행자를 맞아준다. 이분은 누구일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대원은 1566년 태어나 18세로 무과에 급제하고 21세에 선전관으로 있다가 최연소 녹도(鹿島) 만호(萬戶)로 부임해 남해안 일대에 침입한 왜구를 물리치고 적장을 사로잡았다. 그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5년 전 손죽도 해전에서 왜구와 맞서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이순신 장군이 1591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와서 이대원 장군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큰 인물을 잃었다는 뜻으로 이 섬을 손대도(損大島)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1914년 일제강점기에 손죽도(巽竹島)로 개칭된다.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정성으로 성금을 모아 이대원 동상을 세우고 사당을 지어 매년 음력 3월3일 장군의 우국충절을 기리는 숭모제를 지내고 있다. 사당 안에는 200년이 넘은 보호수가 있고 건물 내부에는 이대원 장군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1983년 사당을 중수하면서 충렬사라고 부르고 있다.
◆상상 이상의 비경 품은 삼각산
배에서 내려 선착장에서 마을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한폭의 동양화에서나 볼 듯한 산이 빼어난 외양을 뽐내듯 여행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손죽마을에서 보면 북서쪽에 자리한 삼각산은 두개의 암반과 작은 바위들로 연결돼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는 길이 험할 것 같은데 삼각산으로 오르는 탐방로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또한 이 섬은 온대 해양성기후로 적설·결빙이 거의 없고 비가 많기 때문에 아열대 희귀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소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일엽초, 높고 경사진 바위틈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야생화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식물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두개의 정상 마다 전망데크가 있는데 이곳에서 마을은 물론 손죽열도를 내려다보는 뷰가 장관이다. 해질 무렵에 오르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날은 해무가 펼쳐져 신선의 세계에 온 듯 뜻밖의 비경을 만날 수 있었다.
◆화전놀이터 지지미재
지지미는 바닷가에서 손죽마을을 바라 볼 때 중앙에 위치한 아트막한 산등성이로 깃대봉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마을사람들이 화전놀이를 했던 장소다. 지지미재에 오르니 이곳이 바람길이라는 마을 어르신의 말이 맞았다. 시원한 바람이 여름 더위를 싹 식혀준다. 화전은 꽃을 붙여 부친 부꾸미인데 진달래 꽃잎에 찹쌀가루를 바른 후 쇠판에 기름을 둘러 지진 음식을 말한다.
손죽도에서는 보리타작을 앞두고 춘삼월에 꽃들이 필 때 꽃구경을 하면서 춤을 추며 화전을 먹는 봄맞이 놀이가 해마다 열렸다. 농악풍물로 남자들이 춤곡을 벌리면 마을의 여자들이 산등성에 모여 즐거운 봄놀이를 했다. 화전놀이 날이 정해지면 나이 지긋한 여자들이 중심이 돼 곡식을 거둬 술을 담그고 젊은 여자들은 음식을 맛좋게 준비해 함지에 담아 지지미재로 올라온다.
화전놀이를 할 때 부르던 노래는 마을 주민들이 잘 기억하고 있어 들어보니 흥이 절로 났다. 후렴구는 ‘제화 좋소 제 제화가 좋음도 좋소. 명년 춘삼월에도 화전놀이 합시다’고 앞의 가사는 직접 만들어 불러도 된다고 한다. 1년에 한번 이날만큼은 여자들이 하루 종일 근심을 내려놓고 신명나게 놀았다고 한다.
◆섬의 날, 섬의 가치와 아름다움 만끽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리적 상황은 바다를 향해 나가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바다를 건너가는 길은 잘 알지 못한다. 잘 모르니 가보지도 않은 섬들에 대해 수많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우리나라는 분단 이후 대륙으로 가는 길이 막혀 섬 아닌 섬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필자는 섬과 바다여행을 특별히 좋아해 국내의 섬은 100여곳을 넘게 다녀왔다. 더 많은 사람이 보석 같은 섬으로 여행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올해 제1회 섬의 날을 맞는 것이 더욱 반갑다. 섬의 날을 통해 전 국민이 우리나라 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충무공도 슬퍼했던 이대원 장군의 넋 오롯이
| 손죽도항에서 바라본 삼각산.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전라남도는 8월8~10일 사흘간 목포시 삼학도 일원에서 개최하는 제1회 섬의 날 기념행사를 알리기 위한 사전 붐업 프로모션으로 ‘섬에서 3일 살기’를 추진했다. 섬에서 3일 살기는 여태껏 주목받지 못했던 섬 주민과 자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생태와 음식, 특산품 그리고 섬의 고유한 문화 가치를 알리기 위해 친구, 가족, 혼행족, 연인들이 자유롭게 섬 생활을 체험하는 미션이다.
| 손죽도 전경.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오래된 돌담 골목길이 정겨운 섬
손죽도는 소거문도, 평도, 광도와 함께 손죽열도를 이룬다. 손죽마을 북쪽에 자리한 손죽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로 이어진 1㎞의 긴 해변을 자랑한다.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라 해수욕만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여행객수는 적지만 주변경관이 뛰어나 한가로운 피서를 즐기려는 가족단위의 여행지로 적당하다.
| 돌담과 정원이 예쁜 손죽도의 한 가정집.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100여가구 180여명이 가족처럼 사이좋게 살고 있는 조그마한 섬에는 집집마다 화단을 가꿔 어디를 가든 꽃으로 가득하다. 마을을 다니다보면 돌담과 꽃밭이 잘 어우러져 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정원같이 느껴진다. 오랜 돌담을 잘 간직하고 있는 손죽도의 풍경은 꽃과 어울리며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숙박은 가고 싶은 섬 사업으로 지은 손죽마을펜션이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부두민박과 손죽민박이 있다. 손죽도에서 맛볼 수 있는 먹거리는 자연산 생선회에서부터 산지에서 난 재료로 만든 쑥국, 병풍나물 무침, 한방 염소탕, 막걸리 등 해물밥상이 풍성하다.
◆손죽도, 우국충절의 섬
| 이대원 장군을 기리는 충렬사.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그러나 1914년 일제강점기에 손죽도(巽竹島)로 개칭된다.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정성으로 성금을 모아 이대원 동상을 세우고 사당을 지어 매년 음력 3월3일 장군의 우국충절을 기리는 숭모제를 지내고 있다. 사당 안에는 200년이 넘은 보호수가 있고 건물 내부에는 이대원 장군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져 있다. 1983년 사당을 중수하면서 충렬사라고 부르고 있다.
| 삼각산 전망대에서의 몽환적인 해무 풍광.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상상 이상의 비경 품은 삼각산
배에서 내려 선착장에서 마을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한폭의 동양화에서나 볼 듯한 산이 빼어난 외양을 뽐내듯 여행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손죽마을에서 보면 북서쪽에 자리한 삼각산은 두개의 암반과 작은 바위들로 연결돼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가는 길이 험할 것 같은데 삼각산으로 오르는 탐방로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또한 이 섬은 온대 해양성기후로 적설·결빙이 거의 없고 비가 많기 때문에 아열대 희귀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소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일엽초, 높고 경사진 바위틈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야생화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귀한 식물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 일엽초.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화전놀이터 지지미재
지지미는 바닷가에서 손죽마을을 바라 볼 때 중앙에 위치한 아트막한 산등성이로 깃대봉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마을사람들이 화전놀이를 했던 장소다. 지지미재에 오르니 이곳이 바람길이라는 마을 어르신의 말이 맞았다. 시원한 바람이 여름 더위를 싹 식혀준다. 화전은 꽃을 붙여 부친 부꾸미인데 진달래 꽃잎에 찹쌀가루를 바른 후 쇠판에 기름을 둘러 지진 음식을 말한다.
| 돌담 너머로 핀 꽃.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화전놀이를 할 때 부르던 노래는 마을 주민들이 잘 기억하고 있어 들어보니 흥이 절로 났다. 후렴구는 ‘제화 좋소 제 제화가 좋음도 좋소. 명년 춘삼월에도 화전놀이 합시다’고 앞의 가사는 직접 만들어 불러도 된다고 한다. 1년에 한번 이날만큼은 여자들이 하루 종일 근심을 내려놓고 신명나게 놀았다고 한다.
| 옛스러운 돌담이 예쁜 손죽도. /사진=양소희 여행작가 |
◆섬의 날, 섬의 가치와 아름다움 만끽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지리적 상황은 바다를 향해 나가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바다를 건너가는 길은 잘 알지 못한다. 잘 모르니 가보지도 않은 섬들에 대해 수많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 우리나라는 분단 이후 대륙으로 가는 길이 막혀 섬 아닌 섬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필자는 섬과 바다여행을 특별히 좋아해 국내의 섬은 100여곳을 넘게 다녀왔다. 더 많은 사람이 보석 같은 섬으로 여행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올해 제1회 섬의 날을 맞는 것이 더욱 반갑다. 섬의 날을 통해 전 국민이 우리나라 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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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희 여행작가
박정웅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