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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열린_조국 교수 스탑 서울대인 촛불집회. /사진=머니투데이 박미소 기자 |
‘할머니의 운전 실력’. 자녀를 이른바 ‘스카이’에 보내려면 필요한 필수항목에 최근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본인의 체력’ 등이었다. ‘할머니의 운전 실력’과 함께 ‘아빠의 무관심’도 아빠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약간 바뀌어 설왕설래한다. 여기에 동생과 형 언니의 희생이 양념처럼 뒤따른다.
이런 비아냥이 조국을 슬프게 한다. 이런 풍자가 오로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노력하는 착한 보통사람들을 힘 빠지게 한다. 이런 비아냥과 무기력증이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조국을 우울증에 빠뜨려 뒷걸음질치게 만든다.
◆정치= 백성 배불리고 안보 지키며 신뢰 확립하는 것
한국정치가 위기에 빠졌다. 국민들 사이에 불거지는 갈등을 풀고 북한 핵과 일본 경제보복, 미중 무역전쟁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정치의 할 일인데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와 정치꾼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나날이 곤두박질치고 있으나 정치꾼들은 내편만 확실히 챙기면 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공자는 “옛날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하지만 백성들이 믿지 않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자공에게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군비를 충족하게 하며 백성들이 이를 믿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이어 ‘부득이하게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포기하느냐’고 묻자 “첫째 군사를 버리고 둘째 먹는 것을 버리라”고 한 뒤 그 이유를 “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공자의 믿음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계강자가 정치를 묻자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대가 바르게 다스리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이 복종하겠느냐’는 노나라 애공의 물음에도 “곧은 것을 들어 굽은 것 위에 놓으면 백성이 복종하고, 굽은 것을 들어 곧은 것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내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법률이 행해지며 내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리더라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정치를 맡아 한다면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할 일을 ‘명을 바르게 하는 것’(正名)이라고 밝혔다. 성격이 급하고 괄괄한 자로가 이를 두고 ‘세상 물정에 어둡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명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일이 이뤄지지 않으며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고 형벌이 공평하게 집행되지 않아 결국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공부를 더 하라고 질책했다.
이렇게 명을 바르게 하고 지도자가 먼저 솔선수범하되 날마다 게을리하지 않고, 실무자에게 먼저 일을 맡기고 작은 잘못은 용서하되 유능한 인재를 천거해 쓰며, 급하게 이루려 하지 않고 작은 이익을 보지 않으면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져 가까운 사람이 기뻐하고 먼 사람이 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청문회= 나라 다스릴 지도자 검증하는 절차
한국 정치의 현실은 어떤가. 가까운 사람, 즉 국민이 기뻐하기는커녕 상습적 우울증에 빠져 있다. 먼 사람, 외국인이 많이 오기는커녕 기회만 된다면 조국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치 바로세우기가 그 어느 때, 그 어느 일보다 중요한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집 사람을 마땅히 한 뒤 그 집 아이들을 결혼시키는 것처럼 집 사람을 가지런히 한 뒤에야 나라 사람을 가르칠 수 있고 형과 아우가 우애롭게 지킬 것을 잘 지킨 뒤에야 나라 사람을 가르칠 수 있으며 그 행실에 어긋남이 없어 부자형제를 본받을 만한 이후에야 비로소 백성들이 본받는 것,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청문회는 그 사람이 나랏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지도자인지를 가리는 절차다. 따라서 장관이나 대법관, 헌법재판관처럼 헌법질서를 지키고 백성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하는(足兵) 사람들은 국민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믿게 해야 한다.(民信之) 국민을 믿게 하려면 청문회를 통해 전후좌우 상하에서 내가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남에게 하도록 하지 않으며, 말을 기르는 집에서는 닭과 돼지를 기르지 않고 여름에 얼음을 이용할 수 있는 집에서는 소와 양을 기르지 않으며 고관대작 집에서는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는 취렴지신을 기르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이 이런 잣대를 충족시킨다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남들이 한다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논문을 표절하며 부모로서 아들딸을 좀더 좋은 중·고등학교에 보내려고 위장전입을 밥 먹듯이 하고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하더라도 ‘빽’과 ‘돈’이 없어 할 수 없는 ‘인턴’을 하고 ‘학종’으로 ‘스카이’에 가고 ‘장학금’마저 챙기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장관·대법관·헌법재판관 같은 고위공직자의 자격을 갖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과 한강 토막살인
2019년 8월 조국은 어이없는 죽음으로 신음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8월9일 삼복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과 창문도 없는 3.5㎡의 밀폐된 공간에서 쉬다 사망했다. 그 하루 전에는 장○○씨가 모텔 투숙객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절단해 한강에 버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이 두 사건은 정치 우울증에 걸린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청소부 사망’은 그 넓고 높은 건물이 빽빽한 서울대에서 청소부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조그만 공간 하나 제대로 주지 않은 ‘가진 사람의 이기주의’를, ‘한강 토막살인’은 사람을 죽여 토막내고도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인면수심의 도덕불감증’을 드러냈다.
공자는 “정령(政令)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피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움을 모르고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품격이 있게 된다”고 갈파했다. 다달이 법이 생기고 형벌이 늘어나지만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요행히 피하려고만 하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정치와 정치가에게는 정격(政格)이 있고 당에는 당격(黨格)이 있다. 인격·정격·당격을 만들고 지키는 것은 사람이, 정치인이, 당원이 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다. 그러려면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더럽다고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내로남불’을 되풀이하면 스스로 품격을 무너뜨린다. 나아가 허무개그와 우울증으로 정치 파괴로 이어질 뿐이다. 정치 파괴의 책임은 양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져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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