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승컵을 추가한 리버풀. /사진=로이터
지난 22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승컵을 추가한 리버풀. /사진=로이터

‘붉은 제국’이 재건되고 있다. 80년대의 영광을 뒤로한 채 잠시 주춤했던 리버풀은 잉글랜드 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그 유명한 ‘이스탄불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힘겹게 우승을 차지했으나 국내 무대에서는 FA컵과 리그컵 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위르겐 클롭 감독이 부임한 이후 모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2015년 리버풀에 부임한 클롭 감독은 성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착실하게 리빌딩을 진행했다. 여기에 2018년에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들여 버질 반 다이크를 영입하면서 수비진을 더욱 안정화시켰다.


성과는 곧 나타났다. 2017-2018시즌 무려 11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한 리버풀은 이듬해에도 결승무대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토트넘 홋스퍼를 2-0으로 격파하며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에게 단 1점차로 우승컵을 내줬던 아쉬움을 달랜 순간이었다.

이제는 리그 우승이다. 새로운 시즌이 개막한 이후 더욱 강력한 전력을 뽐낸 리버풀은 리그 17경기까지 치른 현재 16승 1무 승점 49점을 기록 중이다. 한 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맨시티에 패한 2위 레스터 시티와의 격차가 무려 승점 10점에 달한다. 어느때보다도 리그 우승에 가깝다.


수비진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맨시티도 승점 38점으로 리버풀과의 격차가 크다. 큰 이변이 없다면 맨시티의 리그 3연패보다 리버풀의 리그 우승 가능성이 확연히 높다. 30년 넘게 이어지는 무관의 아픔도 끝을 보이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후 역전만 세차례… 레스터 시티와 바디가 기다린다


하지만 리버풀이 방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2000년대 들어 리버풀이 놓쳤던 우승은 모두 하반기에 역전이 이뤄졌다. 지난 11년 동안 EPL에서 크리스마스를 리그 1위로 맞은 팀들은 단 세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는데 예외 사례의 주인공이 모두 리버풀이다.

2013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22일 카디프 시티를 3-1로 격파한 리버풀은 아스날을 득실차로 제치고 리그 1위에 등극했다. 이후 첼시와 맨시티에 2연패를 당했던 리버풀은 25라운드 아스날전부터 35라운드 노리치 시티전까지 무려 11연승을 달렸으나 첼시에 0-2로 패한 후 크리스탈 팰리스에게도 3-3 무승부에 그치며 맨시티에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 시즌은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크리스마스를 지나 20라운드까지 17승 3무를 거두며 2018년을 1위로 마쳤던 리버풀은 맨시티전에서 아쉬운 1-2 패배를 당했다. 에버튼과 맨유와도 무승부를 거둔 리버풀은 맨시티에게 역전을 허용한 이후 리그 9연승을 달렸으나 14연승을 달린 맨시티를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EPL 역대 최다 승점 3위(97점)을 차지했음에도 이번에도 단 1점차로 맨시티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리그 탈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2008-2009시즌에도 첼시를 제치고 1위로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리버풀은 ‘슬로우 스타터’ 맨유의 뒷심에 무너지며 준우승에 그친 경험이 있다.

기록 외에도 엄청나게 빡빡한 일정이 리버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지난 22일 플라멩구전을 끝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일정을 마친 리버풀은 오는 27일 2위 레스터 시티 전을 시작으로 3일 뒤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상대한다.

이번 클럽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린 만큼 엄청난 이동 거리를 소화했던 리버풀이기에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번에는 '크리스마스의 저주'를 끊어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번에는 '크리스마스의 저주'를 끊어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당장 맞대결을 펼칠 상대도 난적이다. 비록 레스터 시티가 맨시티에 1-3으로 패하며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리버풀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다. 이번 경기가 레스터 시티의 홈구장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점도 리버풀에게 있어 악재다. 레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홈에서 열린 리그 경기에서 7승 2무 무패를 달릴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제이미 바디의 존재도 리버풀을 위협한다. ‘빅클럽 킬러’인 바디는 리버풀을 상대로도 10경기 동안 7골 1도움을 기록했다. 2016년 2월 맞대결에서는 엄청난 드롭킥으로 득점을 올리는 등 멀티골 맹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 리버풀을 처음으로 상대하는 바디는 리그 18경기 동안 17골을 터뜨리며 세월을 역주행하고 있는 선수기도 하다.

◆박싱데이 일정이 고비, 리그 우승까지 큰 문턱 '박싱데이'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서 유럽 대항전 일정을 계속해서 병행해야 한다. 최근 잘츠부르크로부터 미나미노 타쿠미를 영입했으나 주전 의존도가 큰 만큼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다른 팀들과 너무나 많은 차이를 벌려 놨기에 이번 ‘박싱데이’ 일정만 잘 넘긴다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가 유력하다. 맨시티 원정 경기는 오는 4월에야 열린다.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탈락하면서 그 전까지 맨시티가 리버풀을 따라 잡기에는 상당히 버겁다.

여기에 다음 달에는 핵심 자원인 파비뉴와 조엘 마팁이 복귀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레스터 시티전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상대와는 별개로 이번 시즌 리버풀의 저력과 기량은 발군이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유스 선수들을 내보낸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컵 8강전을 제외하고는 최근 21경기에서 18승 3무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거뒀다.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도 지난 8라운드에서 종료 직전 제임스 밀너의 극적인 페널티킥 골로 승리를 따냈다.

지난 10월 명승부를 펼쳤던 리버풀과 레스터 시티가 이번에도 맞붙는다. /사진=로이터
지난 10월 명승부를 펼쳤던 리버풀과 레스터 시티가 이번에도 맞붙는다. /사진=로이터

1989-1990시즌 우승 이후 맨유에 잉글랜드 무대의 패권을 넘겨준 리버풀은 30년 동안 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케니 달글리시부터 라파엘 베니테즈까지 무관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분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클롭 감독과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리버풀이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저주를 끊어내고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