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위쪽부터)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위쪽부터)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섰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마침내 끝났다.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측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안 우선 상정에 반발해 개시한 필리버스터는 약 50시간11분 만인 26일 0시 공식 종료됐다.


약 3일 간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한국당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정당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문 의장의 의사진행 방식을 집중 공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과 검찰개혁 당위성을 강조하며 필리버스터로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역공을 펼쳤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50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첫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강하게 성토하던 중 "4대강 보도 파괴한다고 난리치다가 요새 잠잠하던데, 어느 할머니가 '지랄발광하고 있다' 그러더라'라며 "내가 들은 이야기 그대로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표창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주호영 의원 실망이다"라며 항의하자 주 의원은 "나는 당신들에게 실망을 넘어 경멸을 한다"라고 맞받아쳐다.


또 한국당 소속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이 정의당에 지나치게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고, 전희경 의원은 문 의장을 향해 그의 아들 공천 의혹 등을 저격하며 "국회법은 다시 읽어보셨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이번 선거법과 관련 개정 협상이나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당 태도는 한마디로 무책임 무성의 무대책, 3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고 질타했고 이에 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그런 취지가 아니잖냐"며 언성을 높이며 고성을 주고 받았다.

여야는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 사용에 대한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국회법상 관련 규정은 없지만 원칙적으로 필리버스터 도중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따라서 의원들은 생리현상을 참거나 기저귀를 착용해왔다.


첫 주자였던 주호영 의원도 기저귀를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번에는 화장실을 허락해줬다고 한다"라며 의장의 동의 하에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에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강한 표현을 쓰며 반발하자 문 의장은 "반말하지 마시라. 그래도 당신이 뽑은 의장이다"라며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에 이어 세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주 부의장이 화장실 요청에 즉답을 하지 않고 머뭇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화장실을 못 가게 하느냐. (김종민 의원은 가고) 못 가게 하는 것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고 항의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필리버스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문 의장과 주 부의장은 4시간씩 번갈아 사회를 맡았다. 휴식을 취하기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는 등 피로가 쌓인 모습이었다. 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선거법 개정안 상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회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당은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켰다. 민주당은 24시간을 9명씩 6개조로 나눠 본회의장 당번조를 편성해 본회의장 사수를 당부했다. 한국당 역시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지키는 조를 지역별로 편성해 해당 조가 본회의장을 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