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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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 만일 음주 단속에 적발됐는데 다른 사람의 면허증을 찍은 휴대폰 사진을 제시해 처벌을 피하려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26일 대법원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자 다른 사람의 면허증을 찍은 휴대폰 사진을 제시한 35세 신모씨의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문서부정행사 혐의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신씨는 지난 2017년 4월 서울 양천구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는데요.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112%였습니다. 현행법상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인데요.

경찰이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자 신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합니다. 신씨는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기 때문인데요.


신씨는 지난 2015년 10월 자동차 운전면허가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운전을 계속해야 하자 다른 사람의 면허증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신씨는 결국 음주 및 무면허 운전, 공문서부정행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1·2심 "공문서부정행사 맞다" vs 대법원 "아니다"

1심은 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총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신씨가 "상습적으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되자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제시하며 처벌을 피하려고 했다"며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신씨는 면허증의 이미지 파일은 공문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는데요. 그러나 2심 역시 공문서부정행사 혐의가 성립한다며 징역 8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합니다. 신씨의 행위가 공문서인 운전면허증을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시해 행사한 것이기 때문에 공문서 부정행사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반면 대법원은 공문서부정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구성요건을 엄격히 확인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형법

제230조(공문서 등의 부정행사)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부정행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공문서부정행사죄의 구성요건

대법원은 1999년 판결에서 공문서부정행사죄의 성립요건을 다음과 같이 명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도206, 판결

공문서부정행사죄는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되어 작성된 공문서 또는 공도화를 사용권한 없는 자가 사용권한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부정한 목적으로 행사하거나 또는 권한 있는 자라도 정당한 용법에 반하여 부정하게 행사하는 경우에 성립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면허증 등의 공문서를 사용권한 없는 자가 사용하더라도 그 공문서 본래의 용도에 따른 사용이 아니라면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운전면허증의 본래 용도는 뭘까요?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해 자동차의 운전이 허락된 사람임을 증명하는 건데요.

대법원은 지난 2001년 판결에서 피고인이 폭행죄의 피의자로서 그 신분을 확인하려는 경찰공무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속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것에 대해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요. 운전 중 경찰로부터 제시 요구를 받았을 때 내보이는 데 운전면허증의 본래 사용목적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사진 파일이라 무죄?

신씨의 행위는 어떨까요? 신씨는 운전 중 경찰의 단속에 걸려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내보였습니다. 이는 운전면허증의 동일인 증명 기능을 부정하게 행사한 것이므로 신씨는 면허증 사본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반해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러나 대법원은 신씨가 경찰에게 제시한 것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타인의 면허증 사진이라는 데 주목했습니다. 결국 이미지 파일이 형법에서 규정하는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요.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이 제시 객체로 규정한 운전면허증은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이미지 파일 형태는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와 달리 복사기를 이용해 조작된 타인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행사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가 인정됐습니다.

피고인 A씨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사본 사진란에 본인의 사진을 붙이고 복사해 휴대폰을 부정발급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00년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 원본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문서로서 이를 다시 복사한 문서의 재사본도 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의 객체인 문서에 해당한다"며 공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