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대주주가 투자를 거부한 쌍용자동차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과 관련해 "채권단 등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6일 언론사 등에 보낸 '최근 주요 금융현안에 대한 공개서한'에서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쌍용차 채권은 1900억원가량이다. 오는 7월에 대출금 900억원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는 단기 차입금이 2500억원, 장기 차입금이 1600억원에 이르며 부분 자본 잠식 상태다. 마힌드라가 앞으로 3개월간 4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긴 했지만 산은의 지원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음은 은 위원장이 공개서한문에서 전한 일문일답이다.

-채안펀드 첫날 회사채 등 매입이 불발됐다. 시장안정 효과를 못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채안펀드는 자금 조성을 마치고 2일부터 본격 가동 중이나 기업발행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2일 발행된 A1등급 일반기업 CP 대부분의 발행금리는 민간 채권평가회사가 평가한 평균 발행금리(민평금리)보다 20bp 이상 낮게 결정됐다.


회사채, CP 등은 시장에서 자체 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 등의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채안펀드 매입 대상이 아닌 저신용등급 회사채, CP는 지원하지 않는 것인지
▶채안펀드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회사채, CP는 회사채 발행지원 프로그램(P-CBO), 회사채 신속인수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다.


한국은행이 한은법 제80조에 근거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출을 지원하면 채안펀드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여력이 생기면 저신용등급을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 가능하다.

-정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CP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이미 늦은 건 아닌지
▶그렇지 않다. 최근 CP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3월 분기 말 효과가 있었고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다. 특히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 중인 2일 이후에는 기업 발행 희망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등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지원과 관련해 자구노력을 강조했는데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이용을 원하는 기업은 기업 규모, 업종 등을 제한하지 않고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기업 자금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달리 시장 접근이 가능한 대기업은 1차적으로 거래은행·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권유한 것이다. 대기업 역시 정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나 금리, 보증료율 등에서 일정 부분 부담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기업 자구노력은 무엇을 의미하나
▶과거 기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때도 대기업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운영 때 차환 물량의 일정 비율(예 : 20%)은 발행기업이 자체상환토록 했다.

P-CBO 운영 때 발행된 유동화증권의 일부(예: 9%)를 후순위로 발행기업 등이 인수하도록 했다. 앞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필요하다면 대기업이 부담하는 방식, 범위 등을 조정할 것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훼손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은 모순 아닌지
▶금융 지원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다. 다만 현재 금융회사 건전성이 양호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지원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채안펀드는 시장수급 보완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우량기업 채권위주로 매입하는 등 리스크를 낮추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과 예대율 등 금융권의 규제부담도 신속하게 완화하겠다.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 애로 해소 방안은
▶현재 금융권의 의견 수렴을 거쳐 건전성 규제 전반에 대한 유연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통합 LCR 규제, 예대율, 증권시장안정펀드(이하 증안펀드) 출자금 관련 자본건전성 규제 등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규제부담 완화를 신속히 시행하겠다.

-금융회사 면책제도 의구심이 제기되는데
▶보다 체계적으로 면책을 보장하기 위해 감독규정을 개정해 면책제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개편안은 7일 발표한다.

-'기업자금 위기설'이 제기되는데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자금 위기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지나고 보니 과장된 것이었다. 위기설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측면이 있지만 불필요하게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언급되는 특정 기업의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금융권과 함께 금융권 자금흐름과 기업의 자금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기에 대처할 것이다.

-기업 자금조달이 크게 증가했다. 기업들이 만성적‧총체적 자금부족 상황에 처한 건 아닌지
▶1분기 기업의 자금조달 증가폭은 6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6조1000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이를 가지고 기업이 총체적 자금부족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하기는 어렵다. 기업 자금조달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은행 등 금융권이 기업의 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조달 증가세는 둔화되고, 대출·회사채 등 장기자금조달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도 질적으로 개선됐다.

-소상공인 진흥공단 대출 관련 적체가 심각한 수준인데
▶금융지원 초기에는 지역 신용보증기금에서 발생했고, 최근에는 소상공인 진흥공단 경영안정자금(직접대출) 지원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은행 신용대출 상품은 소진공 자금에 비해 자금이용 기간(만기)이 짧아 고객들이 소진공 상품을 선호하고 있어 소진공자금에 대한 수요분산에 한계가 있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면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으로 벼랑 끝에 몰렸는데 정부가 방치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항공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지원과 함께 자본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계 부처, 정책금융기관 등과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다각적·종합적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 대한 신규자본 투입이 어렵다고 밝혔는데 쌍용차를 포기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
▶주주‧노사가 합심해 정상화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힌드라 그룹이 4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은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은 소관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러우나,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24일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마련 때 한은이 절반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3월26일에는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공급 방침을 발표하고, 지난 2일에는 RP를 통해 5조2500억원을 공급했다. 이에 더 나아가 한은법 제80조에 따라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