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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시너지효과가 최우선이다. M&A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전략적으로 통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승자의 저주’가 돼 실패 사례로 남기도 한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나 채권단의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M&A의 경우 성공적인 기업 결합이 더욱 힘들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주인을 잃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들어 합병과 매각을 반복한 대우건설은 20년 가까이 제대로 된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대우건설은 2021년쯤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M&A 시장을 보면 매각이 다시 연기될 수도 있을 만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건설업계 불황이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 좋은 조건의 인수자를 찾기란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
시공능력평가순위(2019년 기준) 5위인 대우건설은 국내외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지만 항상 ‘주인 없는 건설업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에 따른 기업분할 이후 지분 인수를 통해 주인이 두 번 바뀌고 최근에는 호반건설의 인수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됐다. 그러는 동안 주가는 계속해서 지지부진하며 기업가치 제고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력 있는 건설업체로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인수합병(M&A) 후보군이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우건설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인수 무산 이유가 해외사업 부실?
산업은행은 2018년 1월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호반건설은 약 열흘 뒤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대규모 해외손실이 발견됐다는 이유다.호반건설이 지적한 해외손실은 대우건설이 2013년 8월 모로코에서 수주한 17억5200만달러(1조9819억원) 규모의 사피복합석탄화력발전소 시공 사업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이 공시한 2017년 4분기 실적에 모로코 사피화력발전소 현장의 3000억원대 잠재 손실이 반영됐다며 부실이 우려된다고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당시 시장에서는 대우건설의 추가 부실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대우건설은 부실이 아닌 일종의 사고라고 항변한다. 1호기의 시운전 과정에서 총 9개의 열교환기 중 후반부 7~9번 열교환기에서 누수가 발견돼 해당 기자재 교체에 따라 공기 지연이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는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2017년 실적 발표에 반영한 3000억원 규모의 손실 외에 현장 계약상 지체상금(의무 이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늦췄을 때 내는 배상금)의 최대 규모는 총 4000억원”이라며 “현장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최대 1100억원 수준으로 남은 도급잔액이 2000억원 규모여서 시장에 떠도는 7000억원 추가부실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호반건설은 인수 철회 이유로 해외 사업 부실을 들었지만 M&A 시장에서 이른바 ‘간보기’를 했다는 비판에 휩싸이며 후폭풍에 시달렸다. 대우건설 역시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겼다. 2018년 기준 업계 3위 업체였던 대우건설은 당시 중견업체이던 호반건설 외에 인수 희망업체가 없었다.
호반건설의 인수 철회는 대우건설이 실적에 부실을 선반영하며 촉발됐지만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에도 사우디 자잔과 알제리 플랜트현장에서 발생한 45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을 선반영한 ‘빅베스’(새 CEO가 전임 CEO의 재임 동안에 누적된 손실을 회계장부에 반영해 경영상의 과오를 전임 CEO에게 넘기는 행위)를 단행한 바 있다.
이어 2017년 4분기에도 30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이 이어져 M&A를 위해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대우건설에 악재가 거듭됐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무리한 매각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19년 4월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먼트’를 설립하고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된 업무를 1호 자산으로 이관했다.
이 같은 절차는 신속한 매각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가 핵심이다. 무리한 매각 추진으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감에서 기업가치를 높여 2년 뒤 매각하겠다는 그의 발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국내외 인수 후보군은?
대우건설은 국내외 업계에서 탁월한 시공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면 사겠다는 업체가 줄을 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대략 1조원대로 추산되는 대우건설의 몸값을 지불할 업체가 국내에는 많지 않다. 호반건설은 2년 전 발을 뺐고 최근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된 중흥건설은 관심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두 업체가 대우건설 인수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인수에 나선다고 해도 두 업체에 대한 대우건설의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호반건설이 2018년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당시 한 노조원은 “자존심이 상한다”며 하위 업체에 인수된다는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국내 기업이 인수 할 경우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내홍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인수에 나설 기업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후보군은 해외다. 해외 후보의 경우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가 있다. 쌍용건설이다. 현재 쌍용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두바이투자청이다. 두바이투자청은 2015년 회생절차를 진행하던 쌍용건설의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이후 빠르게 안정감을 찾으며 해외시장 공략에 여념이 없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국영기업으로 이른바 ‘먹튀’ 우려가 없다”며 “안정적인 일감 확보에도 도움을 주고 경영 간섭도 없어 회사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자본에 팔릴 경우 시공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측은 “현재 하위 업체를 제외하면 상위 업체의 시공능력은 사실상 대등한 수준”이라며 “일부 우려되는 기술이 있겠지만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다”라고 우려에 대한 반론을 내놨다.
쌍용건설의 경우처럼 대우건설 역시 해외 업체가 눈독 들일 만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회사 일부 직원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람코와 같은 대형업체가 인수하길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대우건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입장에서 인수자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에서 밝힌 매각 시점이 아직 많이 남은 만큼 회사에서는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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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김창성 입니다.